-어제는 전체적으로 좋은 하루였다. 끝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들 수 있었는데, 일단 아침에 동료와 만나서 우동을 맛있게 먹어서 시작이 좋았고, 점심에 임원이 밥 사준다 그래서 '스테이크 먹어요!' 라고 말한 후에 스테이크를 먹었기 때문에 또 좋았다. 며칠전에 세븐스프링스의 스테이크도 별로였고, 그 전의 아웃백도 별로였는데, 어제 그냥 회사근처의 스테이크집은 점심 메뉴로 나온 크지 않은 스테이크였지만 맛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훨씬 나았어... 그렇게 좋았는데,
마침 오후에 보쓰가 없는 거다. 하루종일 없을 예정이라 그것만으로 이미 좋은 기분이었는데, 남동생이 약속없이 집에 온다 하고, 엄마는 안산에, 아빠는 일 가셔서, 오오 남동생과 둘이 술 마실 기회가 된거다. 이번 주에 한 번도 같이 못마셨는데!! 게다가 남동생은 금요일부터 워크샵을 간다고 했어. 이 때 마셔야 한다! 나는 남동생과 둘이 술마시고 싶어! 라고 생각했지만 그럼 요가는?? 하게 된거다. 흐음. 목요일 요가는 21:40 요가인데, 술마시고 갈 수도 없고...하고 시간표를 보다가 17:40에 내가 갈 수 있는 요가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앗싸~ 나는 네 시에 조퇴해버린 것이다 ㅋㅋㅋㅋㅋ 요가 갔다가 술마시려고!! 아아, 나는 너무 멋진 것이야..
그렇게 집에 가서 가방을 놓고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하고 요가를 가면서, 우리 삼남매 단톡방에 셀카를 찍어 올렸다. '중성적 매력이 쩌는 나는 요가를 간다' 라는 메세지와 함께. 그러자 남동생으로부터 답이 왔다. '늙은거지 뭐가 중성적 매력이냐...' 음.... 그렇군...... 그 말이 맞군.
아무튼 그렇게 요가학원에 도착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눌렀는데 똭- 하고 요가쌤인 y 쌤이 내 옆에 선거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는데, 오오, 오늘 이 쌤 아닌데? 다른 쌤이었는데? 싶어서, '오늘 수업 없으시잖아요?' 물었더니, 이 타임에 대타 뛰어주기로 했다는거다. 오옷. 그래서 나는,
"아, 덕분에 제가 한 번 더 선생님께 배울 수 있네요"
했다.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활짝 웃고.
요가쌤들이 여러명인데 S 쌤이 참 예쁘고 우아하다. 웃는 것도 예쁜데, 뭐랄까, 이 Y 쌤이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제일 좋은 거다. 그냥 너무 좋아. 너무 뭐랄까..좋아. 읏흥~ 그런데 7월 시간표에 Y 쌤 이름이 없어서, 흐음, 뭐지, 하고 생각하다가, 일전에 Y 쌤이 다른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마지막'이라고 했던 게 생각나서, 수요일에 강의를 듣고는 '7월에 왜 쌤 이름 없냐'고 물었더랬다. 그랬더니 6월말에 관둔다는 거다. 흙 ㅠㅠ
금욜에도 나는 Y 쌤 수업을 들을테니 금욜이 마지막이 되겠지만, 금욜에는 수업을 들으러 올 수가 없다. 그러니 수요일이 마지막이 될 터, 나는 혹시나 싶어 싸인한 내 책을 가져갔다가, 잘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선물했다. 흙흙 넘나 좋은 선생님, 제일 좋은 선생님이었는데... 한달의 시간이었지만 진짜 내가 너무 좋아했어 ㅠㅠ
아무튼 그렇게 책 주고 수요일에 슬픈 마음으로 잘 가시라, 고맙다, 이런 얘기 했었는데, 목요일에 다시 한 번 똭- 본 거다. 어쩌면 사람에겐 진짜 운명의 흐름 같은게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어제 생각했다. 이 좋은 선생님을, 이제 못본다고 생각한 선생님을, 내가 조퇴했으므로 볼 수 있었어! 보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볼 수 있었어! 어제 그렇게 엘리베이터 앞에서 선생님 만나고 선생님 강의를 듣는데, 그 시간대에 학생은 나를 포함해 세 명 밖에 없어서, 선생님이 유독 더 잘 개인적으로 지도도 많이 해주는 것 같고, 그래서 어제는 '아, 좋은 하루네 정말, 좋다' 라고 생각하게 됐던 것이다. 크- 좋은 하루였어. 어제는 진짜 좋은 하루였다.
그렇지만 y 쌤을 못만난다고 생각하니 슬픔... ㅠㅠ
- 친구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편의 어릴적 사진을 올려두고서는 귀엽다고 자랑이 대단한데, 그 귀엽다고 한 포즈가 나 역시 어릴 적에 했던 포즈다. 나는? 나는? 그 사진보고서는 어어 나도 이 포즈로 사진 찍은 거 있어!! 하고는 귀여움을 인증하기 위해 올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왜 친구에게 귀염 받는 친구 남편을 질투하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뒤에 분홍 원피스가 접니다)
(이건 빨간 원피스가 접니다.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 나 어릴 때 원피스 엄청 입혔구먼 ㅋㅋㅋ)
(이건 남동생과 찍은 것. 꼬꼬마 시키... ㅋㅋㅋㅋㅋ)
- 며칠전 일기에 B 와 파장이 맞아 대화를 끝내고난 후에도 한참이나 기분이 좋더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내게 이런 사람이 또 있다. 우리 타미. 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얘는 나한테 쿨싴하게 말하는데, 그래도 얘랑 통화를 끝내고 나면 가슴속에 사랑이 계속 남아 있어.
"타미야, 이모가 타미 보고싶어."
"알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대화하고 끝내는데 전화 끊고나면 막 진짜 계속 기분 좋고 사랑의 감정이 온 몸 구석구석 퍼져있어. 어제는 남동생과 둘이 술마시는데 화니가 제삼촌한테 전화했다. 울엄마가 시킨대로 '삼촌 냉장고에 수박 있는 거 먹어' 를 말하는데, 그 말투와 발음과 억양과 막 이런 게 다 너무 귀여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끊고나서 또 너무 씐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사랑스러워. 끊고나서 내가 대빵이에게 "야, 진짜 너무 좋지 않냐?" 이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조카들 진짜 너무너무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