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2. 18:15

- 여동생은 요가를 5년간 했다. 금요일에 왔길래 토요일 아침, 내가 요가 자세 안되는 것들에 대해 물어보고 여동생이 자세를 알려주는데, 내가 '나 이거 너무 안되더라고'' 하고 동작을 취하면 여동생이, '언니 그건 코어에 힘이 없어서 그래' 라고 했고, 그 뒤로 이어지는 대화


나 이거 참 안되더라.

언니, 그거 다리에 힘이 없어서 그래.

나 이것도 정말 안돼.

언니,그건 팔에 힘이 없어서......언니 되는 자세는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다 빵터져서 웃고, 그래서 여동생이 기본적인 동작 다시 코칭해주면서 봐주는데, 내몸이 자기 마음대로 안되니 나중에는 내 팔을 승질나서 밀어버리는 거다.


"야, 너 지금 나 때린거야?"

"어. 이효리가 요가 알려주다가 왜 발로 찼는지 알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고 둘이 빵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몸이 너무 비루해서 미안해, 내 육신이 이 따위라 미안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더니 '언니 한 3년은 해야 뭐가 될 것 같다' 이러는 거다 ㅋㅋㅋㅋㅋ 제기랄 다 때려칠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집에 돌아간 여동생과 이것저것 대화하다가,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빼고 전부리나 ㅋㅋㅋㅋㅋㅋ 너무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발은 날씬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발가락도..........




- 며칠 전에는 나무군과 예술가의 자세 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예술가의 자세라니 뭔가 거창하게 느껴지는데, 나무군은 리뷰나 평을 독자(혹은 관객)이 너무 막 쓰는 경향이 있고, 그것은 예술가에게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예술가가 상처받는다, 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나는, 나 역시 내 글에 대해 나쁜 얘기 들으면 상처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지불하고 책을 혹은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이 자신이 본 것에 대해 나쁜 말을 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미 세상에 자신의 작품을 내놨다면 누군가는 내 작품에 대해 욕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라고 했다. 나무군은 그 말에 당연히 동의하지만, 어떤 예술가는 나쁜 평을 읽고서는 상처 받아 예술을 계속 하는 걸 접을 수 있다는 거다. 나는 모두가 다 정신이 강할 순 없지만, 우리는 항상 누군가가 우리의 안티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했고, 나무군은 그 말은 당연히 맞지만 자신에게는 그게 잘 안되고, 자신은 예술 하기를 그래서 시도할 수가 없다고 했다. 비판이 아니라 그저 험한 취향의 욕이라면, (그러니까 나무군이 그 당시에 화가 났던 건 어떤 작가에 대해 '이제 글빨 떨어진것 같다'는 식의 평을 보고난 후였다) 자기는 무너져버릴 것 같다는 거다. 그걸 견뎌낼만큼 멘탈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그래서 나무군한테도 얘기햇는데, 이미 멘탈이 약하고 또 소심한 사람에게 '더 강한 멘탈을 갖도록 해' 라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 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무군은, 그런 멘탈과 소심함으로 인해서 우리는 대단한 예술가를 만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자신을 묻어버린 예술가들이 많을 거라고. 나는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묻힌 예술가에 대해서라면, 사실, 그것보다는 제도적인 게 더 크지 않겠나, 라는 얘기를 했다. 어쨌든 이런 얘기를 하다가, 이게 되게 끊이지 않고 돌아가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멘탈이 강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강하지 않다, 그런데 강하지 않은 사람한테 강해지라고 하는 것도 폭력인 게 아닌가... 그러면..해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거지?



- 어제는 윤김지영 쌤의 북콘서트에 갔다가, 함께간 친구와 술을 마셨다. 갈비에 소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그 친구에게 '나는 요즘 그냥 혼자 술 홀짝이면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는게 세상 편해' 라고 했더니, 친구도 그렇다는 거다. 혼자 술 마시는 게 제일 편하다고. 그런 얘기를 하다가, 오늘 오전에는 즐거움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어떤 이는 늘 궁극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찾아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거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러면 나는?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거다. 언젠가부터의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바람이 없는 거다. 이미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 충분히 만족스럽고, 내 즐거움은 다른 사람을 만나서 채워지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접수 마감이 되어 진행중인 강의를 찾아서 '뒤늦은 강의 만이라도 따로 수강료 내고 들을 수 있겠냐' 라는 이메일을 보내놓고 나서는, 나는 내 인생의 즐거움을 내 안에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내가 공부를 하고, 내가 여행을 가고, 내가 운동을 하고, 내가 술을 마시고.. 이 모든 것들이 그냥 내 스스로 혼자 해결하고 또 찾아가면서 내 즐거움은 완성되는 게 아닌가 싶어진거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 그렇다면 지금 나는 다 괜찮네, 싶어지는 거다. 


어차피 내 삶이니 내가 순간순간의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여기까지 왔을테고, 그렇다면 이 삶은 내가 선택한 것일테다. 그러니 내가 지금 이걸로 충분하네, 괜찮네, 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닐까. 그래서 '더 바라지는 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무언가를 더 바라지 말고, 그냥 이대로 살면 어떨까, 하고. 더 바라는 것은 욕심이고, 그 욕심이 채워지지 않으면 우울하고 슬퍼지니, 그렇다면 그냥 여기에서 멈춰도 되지 않는가, 하고. 다른 욕심 갖지 말고, 애써 다른 걸 취하려 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공부 하고 싶은 거 공부하고, 운동하면서 내 몸에 대해 겸손해하고, 가끔 술이나 마시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살면, 그러면 되지 않을까. 



언젠가 J 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는 '지금도 행복하지만 나는 더 큰 행복을 원한다'고 쓴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냥 '더 큰 걸 바라지 않고 살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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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