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30. 12:02


- B가 생활하는 곳에서는 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B 가 한국어를 사용하게 되는 많은 부분은 아마도 나와의 대화일텐데, 전날 컨디션이 안좋았던 B 에게 어떠냐고 내가 영어로 묻자, 그는 영어생활자 답게 저렇게 후두두둑- 답을 보내왔다. 굿 모닝, 뒤에 혹여라도 뭔가 영어를 더 치게된다면, 내가 알아듣거나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설 것 같아, 얼른, 잽싸게 한국어로 답했다. 네 좋아요. 잘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어 앞에 쪼그라들어버린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삼 그가 한국어를 잊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휴- 계속계속 말걸고 계속계속 대화해서 한국어를 잊지 않게 해야겠다. 안그럼 내가 영어 공부를 해야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몰라...아아- 왜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언어에 대한 고민이 따르는가. 하아- 이놈의 영어는 아주 그냥 평생을 뭔가 애증의 상대로 따라다닐 것 같다. 

그래도 영어공부는 해야할 것 같아, 차마 학원을 다니거나 강의를 듣는다거나 하는 건 못하겠고, 내가 좋아하며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다가 영어 원서 필사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 선택하게 된 작품이 '줌파 라히리'의 <sexy>. 번역본을 읽었던 터라, 쓰면서 아마도 무슨 말인지 조금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필사를 시작했다. 뭐,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 무릇 사람이란 끈기가 발휘되는 영역이 따로 있는 법이니까. 그런데 필사로..공부가 될까? 



- 일전에 신형철의 새 책 얘기를 일기로 쓰면서, 신형철이 서문에 대고 공개청혼을 한 것에 대해 내가 몹시 실망했노라 한 적이 있다. 으- 싫어. 나는 SNS 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저이가 내 연인이다, 라고 공개적으로 애정표시를 하는 것을 좀 끔찍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전전남친이 간혹 내 블로그에 달짝지근한 댓글을 달곤 했는데, 그때 정말 그게 싫었다. 그렇지만, 지가 쓰고 싶어서 쓴다는 데, 거기다대고 쓰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쓰든 말든 냅뒀다. 내가 지금 연애중이라는 거, 어떤 상대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밝히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그 상대가 누구이며 그 상대와 내가 얼마나 스윗한지 서로의 이름(닉네임이라도)을 걸고 왔다리갔다리 하는 건 정말 내 취향이 아니다. 일전에 A에서 연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곧잘 공개하는 블로거가 있었는데, 볼때마다 으윽, 싫어,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저 상대도 본인의 사진이 이렇게 어딘가에 올라온 걸 알까? 그런데도 좋다고 한걸까? 그 블로거는 대상이 바뀌면 또 새로운 연애를 하면서 같이 찍은 사진을 또 올렸는데, 자기 애인 자기가 올리는 걸 본인은 괜찮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참 싫더라. 


암튼 이런 얘기를 어제 B 에게 하는데, '나도 너한테 댓글 남긴적 있지 않아?' 라고 묻는 거다. 그래서 있었다, 그런데 너는 나랑 무슨 일 있었던 사람(뭔가 표현이 이상하지만 그냥 넘어가기로)이란 티를 전혀 안내는 댓글을 달았다' 라고 답했다. 생각난 김에 찾아가 봤더니 이런 댓글 남겼더라.


Que serasera~* 
한번 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한 새빨간 표지는 Lopetz의 일러스트 작품
멋진 리뷰 감사. 좋은 밤 되길..



아..겁나 건조한 남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 W 와 친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여행 가서는 틀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했고, 그 사람 주위에 자꾸 이상한 사람이 꼬이는 건 결국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자꾸 내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도)과도 트러블을 일으키는 B 라는 후배가 있었다. 이 후배가 나를 엄청 좋아해서 뭔가 영혼까지 빼줄 기세로 굴어, 내 친구들 중에 K 군은, '너 쟤한테 뭐 사줬냐? 세뇌시켰냐?' 라고 물을 정도였다. 그리고는 나중에 B 가 없을 때, '쟤 좀 이상해' 라고 했더랬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K 가 B 와 트러블을 일으켜서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B 를 한 번 만나본 남동생도 내게 말했었다. '누나, 내가 보기엔 그 친구 이상해..놀지마..' 라고. 그럼에도불구하고 내게는 아주 잘하고 친절한 아이었다. 나를 엄청 좋아했다. 어느정도냐면, 내가 활동하는 사이트에 가입했다가, 내가 자기를 다른 블로거 대하듯 한다고, 자기는 개인적으로 나랑 친한 사이인데 그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탈퇴를 해버리기도 한거다. 나는 이러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이 애가 원하는 대로 더 친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순간 B는 내게 연락을 끊었다.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았다. 나는 '이게 뭐지'하는 충격에 며칠간 휩싸였다가, 도대체 원인이 뭐냐고, 니가 나를 얼마나 좋아했냐고 따져 묻고 싶어지다가, 관두자, 냅두자 했다. 내가 삶을 살아가는 데 B 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로 나를 자기 삶에서 차단한 거라면, 그 이유를 내가 들었다한들 뭐가 달라졌을까. 앞으로 나도 얘 안보고 살면 된다, 로 방향을 틀었다. 걔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은 처음 며칠뿐이었고, 그 다음엔 됐다, 나도 내치자, 하는 마음이 되었던 거다. 그러자 그때 걔 이상해, 라고 말했던 주변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 남동생이라면, 나를 가장 잘 보지 않았을까. 



- 일전에 회사동료 P 에 대해서도 같은걸 느꼈던 적이 있다. 이 친구가 전직장을 관두게 된게 전직장의 같이 일하는 언니가 이상하다는 이유였는데, 그래서 자기를 미워했다고. 그래서 이 P 의 말만 듣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 직장에 다니면서도 다른 언니인 C 와 마찰이 생긴거다. 그래서 둘은 한 사무실에 근무하면서도, 점심을 먹으면서도 서로 얼굴을 쳐다보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나는 하루는 P에게, 이렇게 불편해서 어떻게 지내려고 그래. 미안하다고 하고 화해하는 게 낫지 않아? 라고 말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잘못한게 없는데 왜 사과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래서 그때 약간 갸웃? 하는 기분이었는데, 그러다가 나랑도 문제가 생겼다. 아, 얘가 징글징글해졌는데, 그게 예전에 일기에 쓴 삼국지 사건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걔가 퇴사를 결정하고 퇴사할 날만 기다리던 상황, 나는 내가 빌려준 삼국지 돌려달라고 말했는데 조낸 사무실에서 큰소리로


"이건 못볼 것 같다고 말하면서 제가 돌려줬잖아요!"


이러는거다. 나는 분명 집에서 없는 걸 확인하고, 받은 기억이 전혀 없는데...존나 무안해져서 아 그래? 그럼 내가 잘못봤나봐 집에 가서 다시 찾아볼게, 하고 말았다. 이 일을 크게 확장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 그냥 찾아보면 될 일이고, 없음 없는거지 했으니까. 그래도 저렇게 크게 악을 쓸 일인가 싶어 좀 당황하고 챙피했다. 사람들한테 책 뜯어먹는 년 된 기분이랄까. 그런데 한 삼십분 지났나. 갑자기 걔가 조용히 책을 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한거 분명히 기억하는데 그러고나서 다시 보겠다고 했나봐요. 제 책상에 있네요."



이런 쌍년이! 아놔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전직장에서 언니랑 문제 있다던 거, 그 언니가 이상한 게 아닐거다, 하는 생각. 크- 암튼 쌍년이었는데, 나도 그 뒤로 얘가 꼴도 보기가 싫어진거다. 내 기억엔 못볼 것 같다며 돌려줬던 것 자체가 없다. 쌍년. 그렇다고 내가 짬밥도 있고 나이도 더 있는데 투닥투닥할 것도 아니라 삼실에선 걍 '야, 가지고 있으면서 그렇게 소리 지르고 아니라고 하냐' 하고 말았는데, 이 분이 안풀리는 거다. 그래서 남동생 불러 호프집에 가서 쌍년 하면서 막 욕하고 이 얘기를 했다. 그때 남동생이 그랬다.


"그래서 가만뒀냐 그년을? 책 등으로 이마라도 박아버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터져서 다 풀어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그 기분은 풀어졌지만 그년은 계속 쌍년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결론은, 이상한 사람만 자꾸 꼬이면 본인이 이상한 사람이란 거 아닐까? 또, 한쪽의 말만 듣고서는 이쪽이 이상하다 아니다를 섣불리 결정할 수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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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