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4. 17:08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지나친 배려는 오히려 배려가 아닐 수 있다. 무조건 상대의 기분만 맞춰주기 보다는,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도 말을 하고 드러내는 게 오히려 서로를 위하는 것인데,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혹여라도 내가 원하는 걸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기분 상할까봐, 기분 상하게 하기 싫다는 이유로, 본인은 원하지도 않으면서 함께 하거나 참거나 견디는 것들이 생기게 되는 거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그걸 분명히 밝힐 수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자 하며, 상대도 그런 사람이길 원한다. 


그래서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조인성이 맡은 캐릭터가 너무나 좋다. 큰소리를 내는 캐릭터도 아니고 늘상 일상을 조곤조곤 얘기하는 스타일인듯 하지만, 하기 어려운 얘기도 기어코 하고야 마는 스타일. 고현정은 혹시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될까 조심스러워 하는데, 조인성은 '다리 얘기 하고 싶어' 라고 말한다. 고현정이 불편해하는 걸 알고 그럼 다른 얘기 할까? 라고 해보지만, 결국은 자신들이 다리 얘기를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면 더 많이 불편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그걸 고현정에게도 얘기한다. 이것봐, 우리가 이 얘길 안할 수가 없잖아, 나는 너랑 이 얘길 하고 싶어. 


소리를 치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아니면서, 그러나 정면돌파를 하는 타입인 듯 해서 너무나 좋다. 너를 사랑해, 라고도 분명히 말하고, 이런 얘기 하지 말까? 라고도 직접적으로 묻는게, 나는 그렇게나 좋은 것이다. 조인성이 맡은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참 좋네, 좋네, 하면서 보고 있다. 저런 남자라면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구나. 그렇게 정면돌파 하고 뱅뱅 돌리지 않고, 그러면서도 일상적인 톤으로 고현정이 원하는 바도 해주려고 하면서 다정하다. 네가 만든 오믈렛의 레시피가 궁금해, 라는 말에는 직접 부엌으로 가서 달걀을 깨고 육수를 넣는 걸 보여준다. 너무 좋다.



일요일에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려니 남동생이 와서 말을 건다. 남동생은 이 드라마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 누나 거기서 조인성 찌질하게 나오는 것 같더라.

- 아냐, 그전엔 찌질했었지만 여기서는 아니야. 멋져.

- 찐따 같이 나오는 것 같던데.

- 걔가 아무리 찐따라도 너보다 나아.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러블리 캐릭터를 욕하는 남동생에게 욱해서는 걔가 찐따라도 너보다 낫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얘길 동료1에게 했더니 동료가 그랬다. 


마치 '우리 오빠 건들지마' 의 느낌이네요.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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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