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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14. 11:03

이십대 중반과 막 삼십대 초반이었을 때였나, 두번쯤. 이별을 앞에 두고 막말을 던졌더랬다. 상처 받았다는 핑계를 대본다. 사실 이십대 중반에는 어떤 말이었는지 기억이 안나고, 삼십대 초반에 던진 말은 기억이 난다. 내가 그 뒤로 이별을 할 때 막말을 던지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 까닭은, 막말을 던져놓고, 다음에 엄청 후회했기 때문이다. 아, 이 말 까지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하고. 그 후회가 너무 커서, 다음에 혹여라도 또 이별을 하고 상처를 받게 된다고 해도, 상대방의 가슴에 스크래치 낼 말은 가급적 하지 말자, 라고 결심에 또 결심을 하였다. 혼자서 주먹을 쥐고 가슴을 칠지언정,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진 말자, 라고 생각해서, 그 때부터 지금껏 이별을 하는 중에 있어서 '이 말은 하지 말걸' 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다. 사랑했던 사이고, 깊게 관계 맺었던 사이이기 때문에, 상대에게 어떤 말이 상처가 될지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고, 애쓰지 않으면 그 말은 곧 입밖으로 나오게 된다. 나를 보호하려고. 그러니 정말로 의지가 필요하다. 상처 주지 않으려는 의지.그러나, 듣지 않았어도 좋았을 말을 들은 적은 있다....


최근에, 이별을 하면서 하지 않았어도 될 말을 하는 사람을 보고, 그 아픔이 짐작되고도 남았지만, 그래놓고는 얼마 안가 스스로 후회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사랑을 하면서도 바닥을 보이지만 이별을 하면서도 바닥을 보인다. 나는, 이 바닥까지 보이는 것을 경계하는 사람인데, 바닥을 보이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인데, 어쩌면, 바닥을 보이는 게 낫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사랑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게, 바닥을 보이는 것을 왜 두려워하냐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의 바닥을 보는 것도 너무 힘든데... 바닥을 보이는 게 나았을까. 후회할 말을 던지는 게 나은걸까. 

바닥을 확인하는 일은 너무 고통스럽다.

나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바닥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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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