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 22. 09:39

- 허리디스크 파열로 인해 엄마는 월요일인 어제 시술을 받으셨다. 토요일에 MRI 결과를 보고 시술이 필요하다는 닥터의 말에, 월요일에 그럼 어쩌나 싶어졌더랬다. 수면내시경으로 시술을 한다는데, 잠에서 깨어나면 보호자가 필요할 터. 아버지는 근무일이고 여동생과 제부는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줘야하고 또 역시 근무를 해야하고 나와 남동생도 마찬가지. 나의 경우 월요일 조퇴가 가능하지만, 내가 조퇴하고 병원에 도착하면 이미 엄마는 회복해계실텐데, 남동생이 '내가 연차낼게' 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가서 자기팀 과장에게 전화를 하고, 그 과장이 부장에게 전화를 걸고 해서, 주말에 연차 결재를 받았다. 결국 엄마가 시술받는 월요일 오전에는 남동생이 내내 같이 있었다. 회복한 엄마와도 말했는데, 엄마가 목 디스크며 어깨 수술을 받을 때도 늘 옆에 남동생이 있었다. 목디스크 수술은 너무 큰 수술이었고, 수술후의 엄마는 회복을 위해 호흡 연습이 필요했는데, 그 과정을 남동생이 다 했더랬다. 나는 연습하는 엄마를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차마 연습을 못시키고 있는데, 남동생은 계속해서 '엄마 힘들어도 이거 해야 안아파, 이거 해야 후유증 없어, 조금만 더 해봐' 하면서 시키더라. 결국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들보다 엄마는 회복이 빨랐으며 후유증도 없었다. 다른 분은 밤새 열이 올라 끙끙 앓기도 했는데, 새삼 남동생이 고마웠다.


어쨌든 어제 조퇴를 하고 안산엘 갔다. 아버지도 일 끝나고 잠 한 숨 못 주무시고 안산엘 오셨다. 둘 다 나를 기다렸다 점심을 같이 먹자는데, 나는 '엄마 옆에 있을테니 먼저들 갔다와' 라고 했다. 그런데 굳이 같이 가자고 하더라. 엄마 혼자 계시는데 뭘 같이가냐 했더니 이미 정신 있는 엄마는 화장실도 다녀왔으니 걱정말고 다같이 다녀오라는 거다. 흐음. 그래서 셋이 식사를 하러 가서는 밥을 먹고 커피를 한 잔 사가지고 병실에 돌아왔더니 제부가 와있었다. 어, 제부 어떻게 왔어요? 했더니,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잠깐 들렀다는 거다. 음료수를 사가지고 왔더라. 엄마 물은 마셨어? 물으니, 제부가 줬다더라. 두 시부터 물을 마셔도 된다고 했는데, 제부가 물을 줬다는 거다.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병실에 생각지도 못하게 제부가 앉아있는 걸 보니 마음이 참 좋더라. 새삼 고마웠다. 네 시경에 엄마 허리에 보조기 차고 움직이는 거 보고, 화장실에 가서 속옷이며 환자복 갈아입혀드리고, 아빠와 남동생과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제부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러모로 고맙다고. 



- 서울로 돌아와서는 엄마 시술 잘된거 축하하자며 아빠와 남동생과 같이 나가 저녁을 먹었다. 소주를 한 잔 하고 집에 오는 길에 맥주를 사서는 2차를 했다. 그런데 남동생과 나 둘다 캔 하나씩만 먹었는데 더는 못먹겠더라. 몸이 너무 힘들고 지치는거다. 곧 쓰러져서 잠들어버릴 것 같은 상태인거다. 나는 한 것도 없는데 왜 힘들지, 하면서 그만 먹을래, 했다. 회사에 갔다가 조퇴해서 안산에 갔고, 가서는 별 거 안하고 남동생 차 타고 집에 왔는데, 이 과정에 뭐 대단한 게 있다고 몸이 부서질 것 같은지...



- 엄마가 편찮으시고 그렇게 입원을 하시고 다른 가족들이 내가 있을게, 나는 언제 가볼게, 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자 하는 걸 보니, 가족이란 역시 좋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남동생과 나는 간혹 결혼도 싫고 아이 낳기도 싫다, 혼자가 짱이다, 라고 생각하며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일에 있어서 남동생이 '이래서 자식이 있어야 되나봐' 했고, 나 역시 '그러게..' 했다. 뭐, 아플 때 간호하라고 자식 낳는 건 아니겠지만, 의지가 되는 건 분명한 것 같았다. 



- 금요일 밤에 늦게 안산에 도착해서 화니는 자고 있었고, 다음날 일찍 엄마 병원에 가느라 또 화니를 만나지 못했다. 여동생에게서는 이런 문자가 왔다. ㅎㅎ 귀엽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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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