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 17:08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새치로만 아는 게 아니었다. 시간은 흘렀고 여자1은 그사이 임신을 해서 8개월차를 맞이하고 있단다. 여자1과 여자2 그리고 나와 남자1 은 넷이 함께 만나 수다를 떨기도 했었는데. 그때만해도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는데, 그러니까 가만있자, 우리가 처음 만난 게 .. 6년전이던가. 6년전에 처음만나 함께 술을 마셨고 온라인상에서 늘상 함께 수다를 떨며 즐거워했었는데, 그러다가 여자2와 따로 만나는 일이 많아지고 또 남자1과 유독 정다워졌었는데. 그 뒤로도 시간은 계속 흘렀고, 그 사이 여자1은 임신을 하였고 여자2는 외국에 가있고 남자1은 나랑 사이가 멀어져버렸다. 오늘 오랜만에 여자1의 임신 소식을 읽고서는, 아, 이렇게나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그리고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버렸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좋은것과도 또 싫은것과도 다른 어떤 감정이 생기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다. 조용히 혼자 술을 마시고 싶다. 앞으로 우리가 살면서 그때 그대로 다시 만나게 될 일이 있을까? 만나는 당시에도 이들은 나랑 많이 다른 사람들이다, 하는 걸 느꼈었는데, 어쩌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뿔뿔이 흩어진 건 그 많이 '다름'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B 와 다시 연락하게 된지 엊그제로 꼭 1년이 되었다. 벌써 일 년이 되었다니. 늘 그랑 다시 연락하게 되길 바랐었고, 언젠가 만나게 되길 바랐었던지라, 그런 그와 다시 연락하게 되었을 때는 세상에 이런일이, 싶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러면서 내가 가진 욕심이라고 해봤자 가끔이라도 그랑 연락이 닿아 이 인연이 끊어지지 않게 되는 것, 이 전부였다. 그런데 우리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되었고, 서로를 애인이라는 포지션에 두게 되었고, 그리고 나를 보기 위해 그는 그 먼 데서 오기도 하였다. 긴 시간들을 거치는동안 우리 관계는 조금 더 단단해졌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한 적도 간혹 있었지만, 그때마다 서로에게 얘기하고 받아들이면서 언제부턴가는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 없이 다정함만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우리 관계가 참 좋다고, 나는 B 에게 말했다.


잠들기 전에 우리는 서로에게 고마움을 말했고 같이 지내는 시간들이 좋다고 말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시간이 흘렀고 또 흐르고 있다. 

나는 언제나 시간은 우리가 가야할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놓는다고 말해왔고 또 생각해오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J는 미국에 있고

F는 스페인에 있고

A 는 임신을 했고

L은 내게서 멀어졌고


B는 내 옆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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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