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28. 10:11

- 책을 내고난 후에 글에 대해 여러차례 생각했다. 그 전에도 계속 글에 대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책을 내고나면 책을 훑어보면서 또 읽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내 글은 내가 좋자고 쓰는 글이지만, 나 혼자만 좋고 끝날수는 없다. 이미 읽으라고 썼는데 어디 내 만족만 챙기게 되겠는가. 다수는 내 글을 읽고 재미있어할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는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내 글의 어딘가로부터 싫은 감정, 슬픈 감정, 짜증나는 감정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 의도가 어찌됐든간에 나는 내 글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글을 읽고 상처받았던 경험들이 종종 있었으니까. 그것이 나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었어도, 읽다가 그냥 내가 상처를 받는 것. 그래서 조금 더 신중하게 쓰자고 여러차례 결심, 또 결심했다. 그것이 책으로 나올 거라면 더더욱이나. 이번 책을 내고나서 엄마랑 너무 안좋았어서... 결과적으로는 다시 좋아졌고, 사실 그전보다 더 좋아진 것도 있다.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진 느낌이랄까. 


첫번째 책에서는 알라딘에 쓰지 않았던 글을 열 편정도 추가했었다. 이번 책에는 두 편쯤. 그런데 책을 내고 글에 대해 생각하면서 세번째 책은 블로그 글의 비중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새롭게 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반이상은 새로운 글을 쓰자, 라는 생각이 든거다. 한 권의 책에 대해 얘기하면서 새로운 글을 또 새롭게 쓰자, 라는 생각. 출판사는 내 생각을 반겼다. 거듭 글을 쓰고 거듭 생각하면서 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최근에 내가 모아둔 돈이 얼마인가 전자계산기를 두드려봤다. 내가 직장생활을 15년이상 해왔는데, 왜 고작 이것밖에 모으지 못했는가...생각했는데, 주변엔 이만큼도 모으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엄마아빠랑 함께 살고, 생활비를 드리고 엄마 용돈을 따로 드리고, 핸드폰 요금 내드리고, 인터넷과 텔레비젼 요금을 내고 가끔 식비를 계산하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사긴하지만, 분명 혼자 독립해 사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현저히 적은 생활비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안다. 만약 내가 혼자산다면 용돈이나 생활비 드리는 것 다 합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게 되겠지. 모을 수 있는 금액도 확 적어질 것이다. 내가 술 마시고 싶을 때 술을 마시고 책을 사고 싶을 때 책을 사고 또 여행가고 싶을 때 여행을 갈 수 있는 건, 부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내가 모은 돈의 금액을 확인하다가, 15년 이상 직장생활 한 사람은 어느 정도의 돈을 모아놨어야 할까...혼자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그런 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부질없다, 내가 모은 게 이만큼이고, 앞으로도 나는 이정도 패턴으로만 모을 수 있겠구나 싶다. 괜찮다. 뭐, 괜찮아.


3년후쯤이면 독립하지 않을까 나름 생각하고 있는데, 그 경우에도 내가 직장을 다닌다면, 밥이며 반찬이며 다 사먹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질높은 식사일 지는 잘 모르겠다. 내 성격을 보면 겁나 잘 챙겨먹고 다니겠지만, 그래도 엄마찬스를 아주 많이 쓰게 되지 않을까. 김치라든가 밑반찬 같은 것들. 그래서 이번에 엄마가 해준 삼계탕을 먹으면서, 엄마, 내가 독립하면 내 반찬 맡아 해줘, 내가 돈 넉넉히 줄게, 했다. 어차피 반찬 사는데 돈 드는 거, 엄마 반찬 먹고 엄마한테 충분한 재료비와 노동비를 주는 거지! 그래서 내가 주는 돈으로 엄마도 용돈 써, 했다. ㅋㅋㅋㅋㅋ 삼계탕은 진짜 돈 많이 쳐줄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남동생은 서울이 아닌 곳에 집을 사두었었다. 지금은 전세를 주고 거기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나중에 결혼하면 자신이 사둔 집에 살고자 해도 상대가 별로 안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왜 서울이 아니냐, 서울에서 살고싶다, 서울에 살아야 회사 다니기 편하다, 하는 등의 이유로 여기를 안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남동생도 나도 엄마도 생각했던 거다. 집으로 남동생의 애인이 인사를 왔고 또 남동생도 그 집에 인사를 갔었는데, 이곳에 집이 있다는 말을 했을 때 그 집 식구들도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고, 오, 어떻게 집을 사뒀냐, 라는 식의 반응을 했으며, 애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떻게 출퇴근할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처음엔 남동생 차 타고 지하철 역에 내려 지하철 타고 출근하자는 의견을 냈었다가, 결국은 애인이 운전을 배우기로 했단다. 출근시간이 차이가 나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다닐 수는 없을거고, 운전을 배워서 출퇴근 하는 걸로 .. 그래서 운전을 배우기로 했다는데, 오, 좋네, 싶었다. 이미 갖추어진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 보다는 '어,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것인가' 라고 생각하는 거? 만약 나였으면 나는 별로 안좋아했을 것 같은 거다. 일단 운전 하기 싫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나는 서울에서 살고 싶은데... 이 말 당연히 했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생각하지만, 누가 어디에서 살자고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 하하하하하. 어쨌든 그 집 전세계약이 내년 중순까지이므로 결혼은 그 후에 하는 걸로 하자...고 대략적인 의견이 나왔다. 


나는, 그리고 내 남동생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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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