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요가를 가지 않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테라피' 시간이었고, 일주일중에 가장 기다리던 시간이었으며, 선생님도 제일 좋은 선생님이었는데, 어제 하루종일 스트레스를 너무 격하게 받았고, 요가를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남동생이 일찍 들어왔고 엄마도 안계시고..둘이 술 마시기 너무 좋은 타이밍이라, 술로 날려버리잣! 했던 거다.
그렇지만 이미 요가를 시작한, 요가를 아는 몸이 된 나는, 술을 마시는 내내 자꾸 시계를 봤다. 아, 지금이라도 갈까, 가버릴까... 나는 요가를 안가기로 결정하고 술을 선택했으면서도 요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게다가 술 마셨는데도 기분이 별로 풀리질 않아. 타미 목소리로부터 위로 받았지만, 아아, 풀리지 않아. 가까스로 잠들었는데 새벽에 눈 뜨자마자 아아, 요가를 다녀올걸...하는 압박감에 시달린 것이다. 아아, 요가는 .. 뭐지?
게다가 금요일 요가는 매우 힘든 수업이고, 내가 목요일에 갔다면 금요일 걸 안가도 부담이 되지 않았을텐데, 목요일에 가지 않앗기 때문에 금요일까지 빠질 수는 없고, 그렇다면 나는 또 빡센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야...다, 내가 자초한 일이란 생각에 내 자신이 미워, 요가를 가지 않기로 결정한 내 자신이 밉다 미워...미워..
요가를 시작한 후의 나는 하루종일 요가 생각에 시달린다. 오늘은 가지 않아야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집에 가면 갑자기 후다닥 가방 내던지고 옷갈아입고 요가를 하러 간다. 요가를 하러 가야지, 하는 생각은 하루 종일 하게 되는데, 아아, 요가란 정말 무엇인가. 요가는 나에게 무엇이지? 이것은 나를 이상한 방식으로 압박하는 것 같아서, 이걸 내가 하지 않는 게 좋은가 어쩐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나는 구속당하는 것이 몹시 싫고, 그런데 요가가 나를 구속하는 느낌? 그렇지만 .. 요가를 가고 싶은 이 마음? 아,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는 것이야. 이 상태가 어떤 상태인 것인지 알 수가 없어. 확실한 건, 헬스장이나 기체조를 배울 때랑은 완전히 다른 느낌, 다른 마음가짐이란 것이다.
게다가 이 요가라는 것은, 나에게 겸손함을 일깨운다. 나는 내가 되게 유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유연한 육체를 가진 중년의 여자라고 생각했다. 나는 보통의 다른 사람들보다 유연하다, 같은 것이, 근거 없이 확실하게 내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아아,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요가 갈 때마다 매번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는 뻗뻗하고 둔한 육체를 가진 중년의 여성이었어... 이것은 내게 너무나 충격적인데, 그러자 '내가 나를 내 본모습보다 과대평가한 게 어디 이뿐만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아아, 요가여!!
요가는 내게 겸손함을 가르치고 있다.
요가를 배우면서 나는 매일 조금씩 더 겸손해지고 있어..
이렇게, 요가를 가지 않고도 요가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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