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1은 자신의 처지가 상당히 압박적임을, 여유가 없음을, 스트레스 폭발함을 언제나 내게 말한다. 듣는 나는 당연히 그 심정이 이해되고도 남음이라, 내 나름의 해결방법에 대해 얘기해준다. 이건 어때? 저건 어때? 라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상황이 나아지면 여자1의 인생 자체가 지금 보다 나아질거라 나름 생각해보고 말해주는데, 늘상 돌아오는 답은 같다. '안돼'라는 거였다.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이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아 내가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1이 내게 바랐던 건, 단순히 자신의 고민, 자신의 스트레스를 들어주는 거였는데, 나는 거기다 대고 해결해보라며 방법을 들이밀었던 거다. 그저 공감해주고 들어주기만 바랐던건데 내가 더 나가버렸으니, 그것이 본인의 기대와 달랐으니, 나는 얼마나 말을 쉽게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또 오지라퍼로 보였을까. 지난번에 그런 깨달음이 와서, 이제는 그 친구가 무슨 말을 해도 이건 어떠냐 저건 어떠냐 제안하지 말고 들어주고 공감하자, 로 내심 마음을 먹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얼마간은 이걸 스스로 잘하는 것 같았는데, 아아, 사람은 변하지 않아...
오늘 또 답답한 얘기를 하는데, 나는 좀.. 뭐랄까, 왜 그렇게 해결을 안하고 손톱만 깨물고 있는지 진짜 너무 이해가 안가서, 아니 그러면 이렇게 해보면 되잖아? 라고 또 내 생각을 말했는데, 상대는 거기에 대한 답은 안하고 좀 기분나빠하는 것 같았다. 아이쿠야, 내가 또 이랬네, 또 오지랖이었어..걍 들어주기만 할걸.... 하고 후회했다. 후회하는 한 편, 나는 나대로 스트레스를 받는게, 해결되지 않는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번번이 듣는 게 너무 괴로운거다. 하아- 나는 앞으로 언제까지고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해 계속 듣고 있어야만 하나? 불만과 불평, 부정적인 얘기를 어떠한 해결도 하지 못한채로 반복적으로 듣는 거, 내겐 너무 괴롭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왜 닥친걸까, 생각해봤다.
그러니까 예전에 B 는 내가 자신이 고민하는 바에 공감을 잘해주고 잘 들어줘서 너무 좋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섣불리 뭐해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한다고. 분명 그런 얘길 들었던 나인데, 왜 여자1에게 나는 단순히 공감해주고 이해하는 걸 못해주고 있을까? 그냥 그것만 하면 되는데 왜그럴까? 왜 그걸 못하고 자꾸 해결하려고 그럴까? 왜 자꾸 나는 오지라퍼가 되려고 하지? 물론 B 가 했던 얘기와 여자1이 했던 얘기, 그 얘기 속의 배경이나 상황이 다른 것도 있겠지만, 혹시라도 나는 B 에 대해서는 애정이 있고 여자1에 대해서는 그만큼 애정이 없어서인가? 그렇지만 여자1에 대해 나는 애정을 듬뿍 갖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애정이 점차 소멸되어 갔던 거다. 그럼 애정의 문재도 아닌것 같고... B 가 말했을 때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여자1이 말했을 때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걸까?
사람은 다 다른데 내가 너무 내 중심적으로 생각한걸까?
해결되지 못한채로 불만만 쌓이는 상황에 대해 번번이 듣노라니 너무 괴롭다. 부정적인 이야기로 가득차서 부정적인 이야기만 줄창 해대는 사람으로부터 자꾸 그런 얘기를 듣는 거, 진짜 너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