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3. 10:08

보쓰는 나이 일흔에 여기저기서 외면당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식당에 가면 진상고객이고 친구들에게도 별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 사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좋을 위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그를 멀리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 물론 여기에 따른 그의 자기반성은 없다. 식당이, 친구들이 이상한거지. 이건 결과적으로는 내게 곶통을 준다... 어디 안나가고 너무 여기있어...


올리브 키터리지는 일흔 두살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는데, 이성친구였으며 다소 설레이기도 한다. 평소 저녁에 일찍 잠드는 사람이었지만, 그가 저녁 약속을 잡는 바람에 그러자고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런 삶을 꿈꿔왔고, 그렇게 될거라 믿어왔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보다 훌쩍 더 나이를 먹어도, 항상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할 수 있는 삶. 내가 누군가와 단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는 삶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늘 익숙했던 누군가를 만나고, 또 새로운 누군가를 사귀면서 사교활동을 멈추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인격이 성숙해지면, 물론 모두 그럴 수 있는건 아니지만, 그에 따라 좋은 사람도 계속해서 옆에 둘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라고 자연스레 생각했던 거다. 그러나... 아니라는 걸 주변에서 이렇게 직접 보고 알게 되니, 새삼 더 잘 늙어가자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혼자서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고,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지만, 그렇다해도 내가 아무도 안만나고 혼자서만 지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 마시는 술 말고도,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술이 소중하기도 하니까. 계속해서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기 위해서는 지금 몸을 만들어놔야 하고, 계속해서 누군가 함께 하기 위해서는, 내 인격도 조금 더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옆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삶은 좀 비참할 것 같다. 그건 혼자서 잘 지낼 수 있다는 것과는 좀 다른 거니까. 


한편으로는 그렇게 많은 나이에 외면당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간 유지해왔던 관계가 힘에 의한 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제는 힘이 사라져간다고 느끼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관계 유지를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이것은 지나친 비약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친구관계가 지금처럼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도 내가 힘을 잃었다는 이유로 사람이 떨어져나가진 않을 터. 관계를 돈으로, 힘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며칠전 친구가 함께 여행했던 친구와 불편했던 얘기를 하면서 내게 그랬다. '너랑 있을 때 나는 우리가 동등하단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그 친구랑 있을 땐 그렇지 않았었어.'


내가 줄 수 있는 게 '우리가 동등하다'라는 거라면, 나는 앞으로도 그 친구를 계속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아침 B 와 통화하면서, 우리가 그러니까 언제냐.... 몇 년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2년만에 인사동에서 만났을 때 얘기를 하게 됐는데, 2년만에 그를 보는 내 첫마디가 '늙었네요' 였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서 어떻게 2년만에 만나서는 그런 얘길 하냐고, 무례했다고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일 줄 몰랐는데, 미안했다고 얘기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왜그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했다 동생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이라면 내가 그런 말을 안할텐데, 참.... 경우없는 말을 많이도 하고 다녔구먼... 어쨌든. 그러면서 우리 둘이 얘기한 게, 우리 둘 다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 더 젊고 건강하고 예쁜것 같다는 거였다. 그는 지금의 자기 모습이 최상이라고 했고, 나 역시 지금 내가 더 젊고 건강하고 예쁘게 느껴진다는 얘기를 하면서, 이렇게 살아가자고 했다. 늙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 지치니까, 그러기보다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그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자고. 


계속 공부도 하고, 읽고, 쓰고, 운동도 해야겠다. 변함없이 맛있는 것도 먹고 마시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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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