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4. 10:13

-지난주 토요일을 나는 엄청 기다려왔다. 아무런 약속도 없는 주말이었고 집에서 오롯이 혼자 보낼 수 있는 토요일. 아아, 이런 날은 내게 흔치 않아, 주초부터 흥에 겨워 혼자 술 마실 생각에 치즈퀸에서 치즈도 잔뜩 주문해 두었다. 후훗. 남동생이 있으면 잔소리 할까봐 끓여먹지 못하는 라면(장칼국수!!)도 끓여 먹고, 요가를 다녀와서 뒹굴거렸다.

요가는 12시 타임이었는데, 아, 토요일 요가 진짜 너무 좋은데, 그러니까 요가를 마치고 약 5분(대체적으로는 그보다 짧게)주어지는 사바사나 시간, 매트 위에 누워있는데 햇살이 내리쬐고 쌤이 틀어둔 음악은 너무 평안해서 아아, 나는 '행복하다' 하고 생각했다. '아 행복하네' 하고. 이 별 거 아닌 시간이, 그저 요가를 마치고 누워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그런 내 위로 내리쬐는 햇살이 진짜 너무 좋은 거다. 그 짧은 시간에 좋다, 행복하다를 몇 번이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내 핸드폰을 들고 와서는 그 음악이 무엇인가를 찾아보았다.


https://youtu.be/MUQdUm8pg98


아 좋아.... 좋았어...



- 토요일에 수업한 쌤은 다른 쌤들에 비해 나이가 많아 보였다. 아마도 내 또래쯤 된 것 같은데, 그간 요가 쌤들 보면서 얼굴도 몸도 예쁘다고 생각했던 건 계속 요가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생각 자체에 나도 모르게 '그들은 젊다'가 있었는가 보다.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쌤을 보니, 아, 이 많은 나이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니까 몸이 이렇게 예쁘고 군살 하나 없구나! 하고 새삼 놀란 거다. 늘상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으면서도 현실에 대입시키는 걸 잘 못했던걸까. 내 나이또래의 건강한 쌤을 보니 어떤 기분 좋은 충격 같은 게 찾아왔다. 젊은 쌤들과 마찬가지로 납작하고 평평한 배에 근육질 팔까지, 그리고 힘든 동작들을 거침없이 해내는 것까지, 당연한 건데도 놀라면서 좋았던 거다. 아, 아직 내 안에 선입견이 이렇게나 많구나, 스스로 좀 부끄럽기도 하고, 아아, 너무 좋으네, 운동이 저렇게 만든거겠지, 해서 또 너무 좋았다. 요가쌤들의 얼굴이나 몸이 예쁘다는 건 어떤 날씬함, 미적 기준에 맞는다는 것과는 좀 다르고, 뭐랄까, 내가 배우는 사람의 입장이어서인지 어떤 아우라 같은 게 있는 거다. 얼굴과 몸에서 나오는 어떤 좋은 에너지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실제 어떻게 생겼느냐랑은 다르게 표정과 몸의 근육들을 보고 막 나도 모르게 예쁘다, 예쁘다, 하게 되는 것.


장난처럼 나중에 요가쌤 될까, 라고 몇 번 말하긴 했지만, 요가를 거듭할수록 나는 요가쌤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만 든다. 어제도 새롭게 안되는 동작을 알게 되고 또 좌절했어...아직 내 코어에 너무나 힘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깨달으면서, 그런데 이게 1년이 지난다고 될까..싶은 거다. 누구나 잘하는 게 있다면 나에게 요가는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요가가 여전히 좋고, 이게 나에게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이걸 아무리 오래 해봤자 요가쌤처럼 될 순 없을거란 생각이, 요가를 거듭할수록 든다. 나는 그냥 평생 배우는 사람의 입장으로만 살아야겠구나, 하고. 요가는 내게 계속 배워야하는 것이겠어, 시키는 걸 따라해야겠어... 하게 된달까. 잘하고 싶다는 의욕만으로 다 잘되는 건 아니니까, 나는 요가에 대해서만큼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토요일에 요가를 다녀와서 장칼국수를 끓여 먹으며 텔레비젼을 틀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드라마가 엄청 많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텔레비젼을 안보니까 알 수 없는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어쨌든 채널 돌리면서 이것 저것 조금씩 보다가, [20세기 소년소녀]란 드라마를 보게됐는데, 여주인공 처음엔 누군지 몰랐는데 계속 보다 보니까 한예슬이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거기에 '이상희'라는 배우가 맡은 변호사역이 있는데, 아아, 이 여자 때문에 나 너무 짜증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막 변호사사무실에 취업해서 출근을 하는데, 첫출근 부터 계속 5분씩 지각을 하는 거다. 아, 나 너무 짜증이 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 대해 선배 변호사 오상진은 아무런 잔소리도 하지 않고, 그렇지만 이상희는 눈치를 보는데, 아니 나는 너무 이상해...눈치 보면서 왜 계속 지각하지? 지각 습관 아닌가? 어제 D 님 포스팅에서 지각하는 직원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한 번도 아니고 첫 출근부터 매일 지각이라니,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이 매일 5분 지각 넘나 싫은 것.. 만약 걔 지각하지 말라고 출근시간 9시5분이라고 하면 10분에 온다에 오백원...


일전에 같은 회사를 다니던 직원 중에 전직장 상사를 욕하면서 그런 말을 하더라. '몇 번 지각했다고 되게 뭐라고 했다, 아니 글쎄 너만 차가 막히냐고 하는거다, 짜증난다' 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좀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차막히는 곳 같이 오고 있는데 왜 자꾸 지각했어?' 라고 물었고, 이런 반응을 기대했던 게 아닌 그 직원은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 



- 다시 요가 얘기로 돌아가서,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쌤이 될 순 없다, 라고 생각한 건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한테 워낙 요가 쪽으로 재능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동작을 받아들이고 따라하는 것도 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거다. 물론 더 늦기 전에 알게 되고 할 수 있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아, 이런 거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을걸...한거다. 사실 요가를 나에게 전파하려고 여동생이며 B 가 내게 반복해서 계속 얘기했지만, 나는 듣지 않았어.........나는 똥고집.................그러나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바닥을 쳤을 때, 아, 뭐하지, 헬스를 해볼까, 개인 PT 를 받아볼까, 하다가 요가를 떠올리고 해보게 된 거였다. 이제라도 하니 좋고, 또 하면서 이렇게 가끔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은데, 이런 거 좀 일찍 시작할 걸.... 하게 되는 거다. 그렇지만 요가쌤 할 거 아니면, 뭐 괜찮지. 내 재능은 다른 데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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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