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전에 w 님의 블로그 글을 보고 K 생각이 났다. w 님이 남친과 오뎅집을 갔는데 오뎅집 사장님이 남친에게 '총각은 참 운이 좋다'고 말했단다. '아가씨를 5년간 봐왔는데 사람이 참 좋았다'고. w 님의 이 일기를 읽고나니 내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게 자동적으로 떠오른 거다.
K는 내가 아주 오래전에 좋아했던 사람인데, 한창 친하게 지냈더랬다. 나는 K 를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었지만 K 는 나를 친구로 아끼고 있었고, 나는 이게 싫지 않았다. 여튼 우리는 어떤 일을 계기로 급속하게 친해지게 되서 허구헌날 새벽에 통화하고 자주 만나 술을 마시곤 했는데, 한번은 대학로에 있는 K 의 집근처에서 술을 마시기로 해서 내가 그리로 갔다. 당시 K 의 집은 3층이었고, 1층이 호프집이었다. 그러니 그 호프집은 K 의 단골집이 되었는데, 나랑 K 는 그날 그 호프집에서 술을 마셨던 것. 술을 다 마시고 계산을 하기 위해 K 와 나란히 섰는데, 그때 그 호프집의 사장님이 K 에게 말했다. 어휴, 아가씨가 참 예쁘네. 미인이야. 라고. 움화화화화화화화핫. 그때 K 가 어떤 반응을 보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나중에 '총각도 잘생기고' 라고 말했던 걸로 보아 그 칭찬의 진정성은 떨어지는 듯............................
암튼 그 후에 2차를 가기로 하고 나왔는데 K 는 내게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바로 위에 자신의 집이 있으니 맥주를 사가지고 들어가자고. 그래서 나는 별 거리낌없이 그러자고 했다. 뭐 우리가 당시 썸을 타던 사이도 아니고, 그가 나를 여자로 본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간 알아온 시간도 있고 하니 사실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가 나를 어떻게 해볼 의도로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마트로 가 술과 안주 몇 가지를 사고 그의 집엘 갔다. 날은 겨울이었고, 나는 코트를 빨래대에 벗어두었다. 벗자마자 그와 나는 부둥켜 안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는 개가 싸놓은 똥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가 집을 비운 동안 개가 똥을 싸놔가지고....개똥을 다 치운 후 그는 내 코트를 정리했다. 나는 그가 내 코트를 옷걸이에 걸어 정리하는 걸 보는 게 좋았다. 나는 엉망진창으로 벗어두는데... 하면서. 그러다 개에게 육포를 주던 내게 그는 지청구를 늘어놓았다. 개 입맛 고급으로 들이지 말라며....니가 육포 주고 쟤가 육포 먹기 시작하면 앞으로 육포만 찾는다고 주지말고 너나 먹으라고... 여튼 그래서 본격적으로 앉으라 해 식탁에 앉고 맥주를 마시는데, 그때 그가 그랬다.
내가 집으로 오자고 해서 니가 혹시라도 오해할까봐 말하는데, 나는 너를 어떻게 해보려고 집에 오자고 한 게 아니야.
그래서 나는 안다고 했다. 그런 생각 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생각했으면 내가 왜 왔겠냐고.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이러는게 아닌가.
물론, 나도 남자라서 너 보면 가끔 불끈불끈해. 그렇지만 널 어떻게 하진 않을거야.
읭? 이게 뭐라?????????????? 지금 뭐라는 거임????????????????? 나는 잠시동안 말을 잃었던 것 같다. 뭔가 전혀 새로운 말을 들었달까. 너..나를 그렇게 대한 적 한번도 없었잖아? 여튼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날 술 잘마시고 아무일 없이 집에 돌아갔다. 그날 얌전히 돌아가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뭔가 달라져있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진 않다. 뭐, 그 뒤로도 K 와는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w님의 오뎅집 사건을 읽고 나니 어느덧 여기까지 추억을 되새겼구나.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 그날 호프집에서 k 는 내게 향수냄새가 좋다고 말했다. 묵직한 향이라며, 이 묵직함이 무척 좋다고. 그때 내가 당시에 뜨레졸을 뿌렸었던가, 샤넬을 뿌렸었던가 생각나지 않는데. 여튼 이 둘 중 하나였던 것 같다. 퇴근후여서 향수냄새가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내가 움직일 때마다 냄새가 난다고 했다. 좋은 향수구나. ㅋㅋㅋㅋㅋ 보통 내 육체는 향수냄새를 겁나 빨리 먹어치워가지고 아무도 내가 향수 뿌렸다는 사실을 모르는데 ㅎㅎㅎㅎㅎ 그렇지만 나는 매일매일 향수를 뿌리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아무도 몰라 아무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샤넬no5 를 두병째 다썼다. 그것도 두병 다 100ml 였다. 왼쪽과 오른쪽에 남은 향수는 모두 선물받은 것인데, 향이 다 좋긴 하지만 내가 딱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터라, 이번 괌 여행중 면세점에서 향수 하나 사자고 마음 먹었었는데, 결국은 사질 않았다. 그냥 있던거 다 쓰고 사야겠다. 저 병은 이제 버러야지. 다 쓴 병. 이제 다른 향수 사야지. 내 향수는 내가 사는 게 진리인듯.
- 어제 내 방 침대에 여동생이 누워 둘째를 안고 옆에 첫째를 눕게 했다. 첫째 조카는 나를 보더니 이모도 옆에 누워, 한다. 그래서 옆에 누웠다. 첫째가 좋아했다. 그리고 여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조금 했는데, 여동생은 그런 말을 했다. 결국 언니 결혼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하고 하는게 편한 것 같어, 라고.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라고. 내가 여태 그런 연애를 했었는데, 그거 되게 편안하고 안정적이지만 딱히 행복하질 않아, 라고. 여동생은 그러냐고 되물었고 그래서 나는 계속 말했다. 응, 나는 내가 좋아해야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 내가 더 많이 좋아하는 게 행복해. 물론, 그건 그렇게 편안하진 않지만. 그러자 여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뭐가 됐든 장단점이 있구나, 했다.
- 그리고 기억에 관한 것. 어젯밤, 제부와 남동생과 나는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러 나갔다. 삼겹살과 소주를 앞에 두고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는데, 남동생이 그러는 거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아주 사소한 것까지 기억을 아주 잘한다고. 자신의 차번호, 전화번호 등등 모든걸 다 잘외우는데 자기는 그렇지 못하다고. 그래서 혹여라도 자신이 틀리게 대답하면 여자친구가 화를 낸다는 거다. 최근에 생일날짜를 헷갈려 잘못 말해 여자친구가 화를 냈다길래, 내가 그랬다. 그런거 틀리지마, 라고. 존나 서운해, 라고. 그러자 옆에서 제부는 남동생을 거들었다. 자기도 기억을 진짜 못하겠는데 여자들의 기억력은 진짜 대단한 것 같다고. 확실히 남자들의 기억력은 여자들의 기억력만큼 디테일하진 않은 것 같다. 또한 기억하는 분야가 다르기도 하고. 그와 내가 똑같이 같은 걸 기억할 순 없는 거다.
- 남동생과 나는 한쪽눈에만 쌍커풀이 있다. 아니, 남동생에 대해서라면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남동생의 나머지 눈에도 쌍커풀이 생겨, 이제는 양쪽 눈이 다 쌍커풀이 있는데, 우리는 항상 사진이 잘 안나오는 이유가 이 '한쪽눈에만 상커풀이 있는' 눈 때문이라 여겼던 바, 나는 남동생에게 '야 이제 양쪽 다 생겨서 사진 잘나오냐?' 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동생은 '아니, 병신 같아.' 라고 말했다.
야, 양쪽 다 생겼는데 병신이면 그전에는 뭐였어?
라고 묻자 남동생이 답했다.
상병신이었지.
하아- 나는 나머지 한쪽 눈에 쌍커풀이 생기면 모든게 다 바로잡힐 거라고 생각했는데(응?) 그래봤자 상병신에서 병신으로 승격되는 게 전부란 말인가. 정녕 희망은 없는 것인가...
- 술이나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