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19. 11:18

- 여동생은 생물 교사인데, 며칠전에 교무실로 고2학생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래서는 자신들의 담임선생님에게 고3때도 생물을 내동생에게 배우고 싶다며, 선택과목을 그래서 바꾸고 싶다는 거였다. 생물2를 선택했었는데 생물1로 바꿔달라 그랬다고.. 여동생은 휴직하기 전에도 이런일이 있었다. 교무실로 아이들이 찾아와서는 수학 보충수업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면 안되겠냐고 했다는 것. 나는 생물이라 너희들 수학 잠깐 가르쳤던건데, 라고 하니 아이들 모을 수 있으니 선생님이 해달라고 했다는 거다. 그리고 수학문제집 들고 여동생을 찾아오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다고. 여동생은 생물과 수학교사 자격증이 있고, 그래서 그 두 과목을 아이들한테 가르쳤었지만, 담임을 한 적도 없고 보충수업을 하는 것도 피한다. 출산과 육아 전에는 자신의 시간을 많이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고(이걸 돈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은 집에 돌아와 육아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듯 '너가 나를 가르쳐달라'고 하는 아이들이 찾아올때마다 스스로 자랑스러워 꼬박꼬박 나와 남동생에게 얘기한다. 나 역시 그럴때마다 나도 네가 자랑스럽다 말해주곤 한다. 지금 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학교가 아니라 들어올 때부터 기존에 있던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공부를 못한다고 말을 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여동생이 일해본 바로는 가르쳐주면 다 따라오더란다. 그래서 지금은 다른 선생님들이 '아니, 이 어려운 문제들을 얘들이 어떻게 풀었대요?' 하고 있단다. 그래서 내가 계속해서 잘했다, 잘했어, 정말 장하다, 해줬다.  



- 출근길에 가끔 마주치는 임산부가 있다. 오늘도 마주쳤는데 예쁜 원피스에 가디건을 걸쳐 입었더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저 여자는 젊고 예쁜 엄마가 되겠구나, 하는. 이전에는 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었고, 이제는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게 젊고 예쁜 엄마인데, 저 여자는 그걸 할 수 있겠구나, 하면서 오늘은 뭔가 아침부터 싸-해졌다. 선택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선택할 수 없는 게 되어버렸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한 번 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 법이니까. 그러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됐다. 저 여자는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고 또 어떻게 출산과 육아를 결심하게 됐을까? 최근에 결혼을 결심한 친구의 영향 때문인지 이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더라. 어떻게 그렇게 마음먹었을까? 




- 오늘 출근길에 남동생에게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동생이 '살쪘냐' 묻더라. '응' 하니, '동기가 없어져서 그렇구먼' 하더라. '아, 나 저녁에 나름 탄수화물 안먹는다고 하는데도 왜그러지?' 라고 하자 남동생이 말했다.



안먹긴 뭘 안먹어, 어제 짜왕 먹었잖아!


아..어...그랬지.....


떡볶이도 먹었잖아!


어.............그..그랬지...........


그거 다 탄수화물 아니냐?


맞지....



사람은 아니, 나는, 내 생각보다 더 많이 먹고 있는거구나.... 새삼 깨달았다. 일깨워주기 전에는 내가 먹은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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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