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근하는 시간이면 B도 출근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비슷하고 밤에 자는 시간도 비슷하다. B가 출근해서 이 사무실에서 저 사무실로 이동하는 잠깐을 틈타 살짝 통화를 하곤 하는데, 오늘 B 는 내게 페이스타임 영상을 하자고 했다. 자신이 서있는 곳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우리는 사실 얼굴 보며 통화한 일은 없었고, 그건 내가 그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는데, 그가 '네 얼굴을 안보여줘도 돼' 라고 해서, 웃으면서 페이스타임 영상을 했다. 물론 내 얼굴을 보여줬다. 얼굴 보여주는 게 뭐 대수라고. 속살까지 다 본 사이인데.. 쿨럭.
그가 있는 곳도 이른 아침이어서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그 길에 B만 홀로 서서 여기는 이렇게 생겼고 저기는 이렇고 하면서 보여주는데 이국의 풍경을 이렇게 만나는 것도 좋았고 다 보여주고나서 화면을 통해 그의 얼굴이 보여지는 것도 좋았다. 그는 내게 '추워서 볼이 빨개졌네' 라고 했고 나는 '볼터치야'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아침부터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니까 너무 좋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ㅋㅋㅋ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랄까. 좋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 보니까 막 심장이 쿵덕쿵덕 해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쿵덕쿵덕 하는 게 참 신기하고 좋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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