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어릴 적 친구들, 학창시절의 친구들이라고 하면 사실 내 의지라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의 영향이 클텐데, 어른이 되고나서 만난 친구들, 내가 사귄 친구들은 아마도 내 성향과 비슷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래된 우정을 믿는 마음이 크지 않다. 그보다는 어떤 사람을 언제 사귀어서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아, 내가 뭐 특별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토요일 결혼식에서 하하하하. 양가 부모님이 입장하시는데,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이 나오는 게 아닌가! 나는 이게 너무 좋은 거다. 너무 좋아서, 으앗, 에피톤 프로젝트 음악이다, 하고 소리내어서 말했는데, 내 옆에 앉아있던 A 도 '봄의 멜로디' 인가? 하는 거다. 아.. 너무 좋아. 결혼하는 친구는 이 음악을 선택하고 내 옆에 하객으로 앉은 친구는 저 음악이 뭔지 알고. 진짜 너무 좋은 거다! 갑자기 감상에 젖은 나는 B에게도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양가 부모님 입장하시는데 에피톤 프로젝트 음악이 나와요!! 꺅 >.<
그래서인지 모르겠는데, 어휴,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거다. 부모님이 입장하시고 신랑이 입장할 때 울컥 하더니 신부가 입장하는데 뭔가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다. 그런데 내 친구인 신부가 여유롭게 하객들을 돌아보며 고개로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아하하하하하하하. 울 뻔했던 나는 웃어버렸다. 그래도 결혼식이란 건 진짜 특별한 것 같다. 주례 목사님의 말씀이 좀 싫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밥 먹으러 나가버릴까 생각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 사진 찍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았다. ㅋㅋㅋㅋ
'산드라 브라운'의 로맨스 소설 중에 그런 게 있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결혼식에 함께 하객으로 참석했다가(여자주인공은 신부와 가족이었다) 분위기가 므흣해지고 에로틱해지는 장면. 그때 그들이 그런 말을 한다. 결혼식이라는 낭만적인 분위기가 우리의 분위기까지 이렇게 만들어 버린다고. 그 말이 무슨 말인지 그때도 알았는데, 이번에 결혼식에 참석하니 진짜 기분이 거시기 하더라.
함께 참석했던 노가리 친구들도 새삼 반갑고, 결혼식에 온다고 했는데, 오면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라고 생각했던 N을 찾아 두리번두리번 거렸는데, 마침 문자가 왔다. 나 너 보인다, 너의 뒤에뒤에 나 있다, 라고. 그래서 고개를 돌려 두리번거리니 거기에 N이 있었다. 아...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만나는데, N은 나에게 되게 묘한 애틋함과 사랑을 느끼게 한다. 한없이 의지가 되면서 동시에 한없이 의지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사실 친구들 결혼식에 가도 사진은 잘 안찍는데, 그래서 이번에도 안찍으려고 했는데, 너무나 선명하게 상상됐다. 내가 사진에 나오지 않으면 그걸 이해하면서 동시에 되게 서운해할 친구의 모습이. 그래서 부러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었다. w 를 서운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매우 컸다.
그리고 밥을 먹으러 갔는데, 아, 사람은 역시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건가, 거기, 뷔페 메뉴에, 아하하하하하하하핳 인도식커리가 있었다. 꺅 >.< 나는 정말이지 아주 오래전부터 커리가 너무 먹고 싶었던 거다. 역삼동에서 근무할 때는 근처에 커리집이 있어서 간혹 먹으러 갔었는데, 양재동에는 커리집이 없어가지고 좀처럼 먹을 기회가 없었던 거다. 그래서 계속 먹고싶다 생각만 했었는데, 예식장에 커리가 있었어! 아, 나는 나의 강한 소망과 의지를 높이 산다. 진심으로 먹고 싶어했더니 그 자리에 커리가 똭- 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커리 맛있게 먹었다. 원래 딱히 커리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커리 이번에 먹는 데 참 좋았다는. 그래서 세 번째 접시에는 커리만 퍼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블로거 지인인 d 님이 게스트로 나왔다는 팟캐스트를 들었다. 팟캐도 원래 나는 안듣는데(도무지 들을 시간이 없더라), 지인이 출연한 것도 그렇고 게다가 그 지인이 사자자리이며, 사자자리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지하철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들었는데, 아하하하하하, 듣다가 완전 빵터져서 웃어버린 게, '사자자리들은 자기들이 사장이 될까봐 두려워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출연자인 d 님도 학창시절에 '나를 반장으로 뽑지 말고 다른 아이를 반장으로 뽑아라' 라고 말을 한 경험이 있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애를 뽑아라 라고 하기보다는, '나는 반장하기 싷다, 반장으로 뽑지 마라, 날 굳이 뽑고 싶다면 부반장으로 뽑아라' 라고 한거다. 그래서 정말 부반장이 되었었는데, 이 일은 우리 형제들 사이에서도 두고두고 놀림감이다. 여동생 남동생 모두 반장을 해본 적이 있는데 나는 반장을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거다. 부반장, 회장, 부회장만 해봤어. ㅋㅋㅋㅋㅋ 그런데 나는 진심 1도 안아쉬움. 반장 하기 싷어. 게다가 교회에서 반주자 했던 것도 생각났다. 내가 반주자 될까봐 반주자 근처에서 멀리 돌아갔는데, 예전 일기에도 한 번 쓴 적 있지만, 아빠가 '너 그러려면 피아노 왜배웠냐'고 너무 버럭대서, 교회에 다시 찾아가서 저도 반주자 오디션 볼게요, 했는데, 내가 반주자 됐어, 썅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일 년 이상 교회에서 반주를 한거다. 아..다시 생각해도 빡친다. 나는 혹여라도 내가 자식을 낳게 된다면 그 자식이 원하지 않는데 버럭하면서 뭔가 시키진 않을 거야. 어쨌든 그래서 별자리 얘기 듣는데 너무 웃겼다. 아, 우리는 우리가 지도자가 될까봐 너무 겁나는구나,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식에서도 웃겼던 게 나는 뭔가 나를 중심으로 너무 시끄러워질까봐, 내가 너무 화제가 될까봐 잔뜩 쫄아서, 아, 숨어 있어야 해, 라고 생각했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도 나를 찾지도, 알아보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히려 내가 다른 사람한테 가서 혹시 누구 아니세요? 하고 인사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거 병이구나 중심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사자자리의 특징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자자리인 d 님의 애인은 '사수자리' 라고 했는데, 그에 해당하는 얘기를 더 듣고 싶었지만 거기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어서 아쉬웠다. ㅋㅋㅋㅋ 나도 사수자리랑 연애하기 때문에, 뭔가 긍정적 이야기를 겁나 듣고 싶었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쨌든 계획과 달리 이번 결혼식에 다이어트 실패로 참석했으니 3월에 있을 결혼식에는 성공으로 참석해보기로 한다.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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