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을 꿨다. 평일 저녁에 나의 결혼식이 있었다. 나는 오후 네 시까지 일한 뒤에 조퇴해서 결혼하러 갔다. 남부터미널 근처의 예식장이었다. 결혼식은 여섯시였는데 도착한 시간은 다섯시 였다. 저 신부화장 해야하지 않아요? 라고 예식장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조금 이따 해도 된다면서 예식 진행에 대한 얘기를 했다. 답례품으로 무얼 줄까 같은 얘기. 나의 결혼식에 축하하러 와준 대학교 동기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제야 생각났다. 어? 나 청첩장 제작한 적 없는데? 어쩌지? 그런데 이 친구는 어떻게 왔지? 평소에 연락하지도 않는 친구인데? 아 큰일났네? 나 예식장을 빌려놓고 하객이 없네? 그래서 얼른 회사의 e 양에게 연락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회사 사람들한테 얘기해서 그들이라도 오지. 아니 그런데 왜 가족도 안보이고... 내가 결혼한다고 문자메세지나 모바일 청첩장을 보낸 적도 없고 누구한테도 말한 적도 없는데, 대체 이 결혼식에 누가 오지? 그리고 여섯시가 다 되어 가는데 나는 아직도 화장 전이고.. 그리고 배가 고픈 거다. 그래서 나 밥 좀 먹을래, 라고 하니까 옆에 있던 대학 동기가 '너 웨딩드레스 입어야 되는데 밥을 먹으면 어떡해?' 라고 하는 거다. 그런가? 참아야 되나? 이런 생각하다가, 그런데 나 지금 친한 친구들 누구에게도 내 결혼 소식을 알리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면 다들 서운해할텐데.. 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누가 나를 축하해주러 오나..이 고민이 너무 많았고, 친척들도 하나도 모를텐데 이게 지금 뭐하는건가, 그런데 예식장 예약했으니 미룰 수도 없잖은가, 하다가, 근데 나는 예식장에서 결혼하기 싫은데 왜 예식장을 예약했을까? 라고 생각하다가, 아아, 그러다 등 뒤로 소름이 돋았는데, 나는,
신랑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거다.
아...
꿈속에서 자꾸 생각했다.
그런데 나 누구랑 결혼하는 거지? 신랑이 누구지? 아 미치겠다. 신랑이 생각이 안나. 그래도 결혼하고자 한거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겠지? 이러다가 사람들이 내 신랑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었다.
좋은 사람이죠, 직업은 뭐래요?, 이렇게 쑥덕대다가, 언어 장애가 있다더라고요, 하는 말이 들리는 거다. 언어장애? 내가 언어장애 있는 사람이랑 결혼해? 언어장애라니, 무슨 말이지? 말을 좀 더듬는건가? 말을 잘 못하나? 나랑 말이 안통하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저쪽 회전문을 통해서 남자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어, 신랑 왔다, 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내 신랑이 누군가 봤더니 거기에는,
변진섭이 있는 거다!
읭?? 변진섭?? 내가 변진섭하고 결혼해????? 그러자 뒤에서 친구와 예식장 관계자가 신랑이 변진섭이더라고요, 한다. 아, 내가 변진섭하고 결혼하는구나..라는데 머릿속에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와 연애한 기억이 없는 거다. 왜 기억이 안나지? 이러면서, 그래도 내가 결혼하고자 한 상대니까 뭐 좋아서 한다고 한거겠지? 라고 하다가, 아니 여섯시가 가까워왔는데 나는 아직 웨딩드레스도 안입고 신부 화장도 안했으니 어쩌면 좋지? 하다가 B 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오는 소리에 깼다.
어휴.. 무슨 꿈이 이래. 그리고 왜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변진섭이었을까? 관심1도 없는 사람인데. 이왕 연예인 나올 거면 재이슨 스태덤이나 나올 것이지....그런데 언어장애는... 뭘까. 왜 나왔을까? 뭐, 그냥 개꿈인듯.
- 어제 남동생을 만나 고추장 삼겹살을 먹었다. 2차로 피자를 먹기 위해(응?) 함께 걸어 이동하다가, 나는 계속 필리버스터 얘기를 했다. 술 마시면서도 그 얘기를 했던 터다. 그러다 걸으면서 '나는 내 애인하고 내가 이런 얘기를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아' 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동생은 자신도 애인과 그런 얘길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혹여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처음에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퇴근길에 방송을 보던 중에 전화가 오는 거다. 어떻게 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냐고 그가 물어서 아 필리버스터 보고 있었다, 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텍스트로 보았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이러쿵저러쿵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사흘전이었던가. 며칠전에 자기 전에 통화하며 전화를 끊다가 나는 그에게 말했었다. 오늘도 고마웠어요, 라고. 다정하게 대해줘서 그리고 즐겁게 얘기 나눠줘서 고마웠다고. 그도 내게 고마웠다고, 그렇게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었는데, 그러고보면 그와 나는 무슨 얘기든 할 때 서로의 얘기를 참 잘 들어주는 것 같은 거다. 아주 사소하고 쓸데없는 얘기부터, 전반적인 사회 얘기까지. 이게 우리가 서로에게 기본적으로 애정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우리가 본래 상대의 말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인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서로에게 만큼은 열린 귀를 갖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