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정산 환급을 받으면 생활이 좀 나아지겠거니 했다. 환급을 좀 받을 것이니, 그걸로 할부 긁어놓은 거나 일부 갚을까, 라는 생각도 여유롭게 했었다. 그러나 .. 여러개의 할부가 겹쳤고 환급 받을테니 쫄지말고 지르자! 라고 해서 질러놓은 신용카드의 합이 생각보다 꽤 크더라. 카드결제예정액과 환급금을 포함한 월급을 수첩에 적어놓고, 자, 그러면 내가 얼마의 여윳돈이 생기나 보자, 했더니, 웬걸. 평소에 월급 받아 쓰던 것보다 더 빡빡하더라. 왜 나는 환급을 받아도 돈을 아껴써야 하는가... 할부 긁어 놓은 거 일부 갚자는 생각은 아아, 정녕 꿈이란 말인가.. 슬프다. ㅠㅠ 그런데 이번 달에 유독 돈이 없었어. 그러니까 자꾸 신용을 긁게 됐다고. 아니, 이번 달에 왜 특히 더 돈이 없었지? 슬픔..
- 3월의 어느 주말에는 금,토,일 2박3일 일정으로 강원도 영월에 간다. e 양의 남동생이 결혼을 한다해서, 결혼을 축하하러 그 먼 데로 가는 겸, 영월 여행이다. 리조트에 숙박을 예약하려는데, e 양의 아버지가 공무원이신 관계로 숙박이 저렴하게 된다더라. 그래서 대신 해주셨는데, 나와 함께가는 친구로부터 숙박비를 받지 않겠다 하셨다. 아니 그래도 어떻게 그래, 드릴 건 드려야지, 했는데, 먼 데서 오는 게 어디냐며 한사코 받지 않으시겠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대신 축의금 금액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e양 본인이 아니라 동생의 결혼이니 조금 넣으려다가 그냥 통 크게 넣어버리기로 한 것. 금요일에 여행친구와 함께 영월에 가서 숙박을 하고, 토요일에 결혼식을 참석하고 점심을 먹은 뒤에, 영월을 구경하는 거다. 실컷 걸어야지. 실컷 걷고 숙소에 들어와서 또 실컷 먹고 마셔야지.
- 나이 들면서 새로이 결심하게 된 것들중의 하나가 '다른 사람의 연애에 끼어들지 말자' 였다. 그러니까 내 친구의 연애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섣불리 조언을 한다던가, 나는 걔가 마음에 안들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따위의 말을 하지 않기로 한 것. 이걸 내가 서른에 깨달았는데, 서른에 친구의 남자친구 마음에 안든다고 말했다가 그 친구가 그 남자랑 결혼하는 걸 보고, 와, 되게 후회되는 거다. 내가 내 의견을 말해봤자 어차피 연애와 결혼은 당사자들의 몫이다. 또한 영화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도 '내가 그 남자 사귀어봤는데 그 남자 좋은 남자 아냐' 라고 언니가 동생의 연애에 조언하자 동생이 그랬더랬다. '언니도 경험해봤으니까 아는 거잖아, 나도 내가 경험해보고 알거야' 라고. 이 말에 감히 반박할 수가 없겠더라. 해서, 나는 그 뒤로는 최선을 다해, 다른 사람의 연애를 보거나 들으면서 '그 남자 나빠', '그여자랑 헤어져' 따위의 개같은 소리를 지껄이지 않기로 결심한 거다. 혹여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보여도 절대 입밖으로 내지 말자, 가 나의 결심이었다. 그도그럴것이, 그 사람이 사귀는 상대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을 사귀는 게 아닐텐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거기에 끼어든단 말인가.
며칠전에 남동생 커플을 만났다. 함께 식사를 하는데, 나로서는 남동생의 애인이 백프로 마음에 들지 않고 약간의 아쉬움이 드는 거다. 흐음, 저건 아쉬운데...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이왕이면 더 좋은 상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얼핏 보니 남동생은 내가 아쉬워하는 지점에서 아쉬워하는 것 같지가 않더라. 나로서는 제부도 딱히 내 마음에 흡족하질 않고, 남동생 애인도 흡족하질 않은데, 그러자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렇다면 내 남동생이나 여동생이 보기에도 내 애인은 흡족하지 않겠지? 당연히 내 마음에 든 상대이니, 내가 좋다고 생각한 상대이니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내가 보는 만큼 좋은 사람으로 보일거라 생각하고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거다. 당연하지 않은가.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인데. 내가 좋아하는 지점이 다른 사람에게는 별 거 아닌 걸로 보일 수도 있고, 나에게 아쉬운 점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지점일 수도 있는 건데,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네 연애 상대는 좀 별로인 것 같은데' 라고 한다면, 그건 철저하게 내 기준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기준대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그들을 애인으로 둔 사람에게 조언하려는건데, 이건 그야말로 강압적인 게 아닌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사귄다면, 자신들 나름의 기준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장점으로 보인 것과 또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 장점이 아니고 또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 해서, 그걸 빌미로 조언할 수는 없는 거다. 내 애인은 나에게만 흡족하다.
오늘 아침 B와 통화하며 이런 얘길 하는데, B 도 그랬다. '맞다, 나도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서른에 깨달았다' 하더라.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도 서른에 깨달았다'고. 서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아 다른 사람의 연애에 끼어들어 저 상대 나빠, 헤어져, 따위의 말을 하는 게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최소한 부질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 애인은 나에게만 흡족하고, 내 애인은 나에게는 최상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의 애인 역시, 그들 자신에게는 최선의, 최상의 상대일 것이다.
- B 는 내 글을 좋아한다. 자기가 이 글 저 글 찾아읽기도 하고 또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글들 링크해주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역시 다락방 글이 제일 재미있다, 라고 말한다. 내 글을 싫어한다면 나와 연인이 될 수도 없었겠지만, 친구도 될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애정하는 상대가 내 글을 다른 누구의 글보다 재미있다고 해주어서 정말 좋다. 쉽게 읽히고 유머가 있는 글을 좋아하는 B 의 취향에 맞는 글이라 그럴테지만, 어쨌든, 내가 가장 애정하는 사람이 '역시 글은 네 글이 최고야' 라고 말해줘서, 그때마다 진짜 뒤로 자빠질 정도로 좋다. B 는 내가 그러는것처럼 감정 표현을 아주 많이 하지는 않는데, 다정한 말이나 상대에 대한 칭찬도 내가 더 많이 하는 편인데, 글에 대한 칭찬은 언제나 아끼지 않고 해준다. 그게 너무나 좋다. 얼굴 예쁘다는 칭찬은 한 번도 안하지만....Orz
- 아침에는 다이어트 욕망이 불끈 솟는데 퇴근무렵만 되면 다 사라진다, 다 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