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B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들을 잘 마쳤는지 늘 궁금했다. 그간 내가 알아온 그사람이라면 분명 다 잘 마쳐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잘 마쳤다는 소식을 꼭 듣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연락해서 물었고, 그렇게 우리는 연락하는 사이가 됐다. 가끔 통화하며 소식을 전하는데,
헤어지고나서, 더 이상 연인이 아닌채로 통화를 하다보니, 연애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나는 우리가 많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알고 있었지만, 아, 그 다른 점들을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다 안고 가려고 했었구나, 라는 생각을 요즘에 통화하면서 했다. 우리가 바라보는 삶의 방향이라든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것들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이렇게 달랐구나. 그를 자극하는 말과 나를 자극하는 말이 다르구나. 그를 움직이게 하는 말과 나를 움직이게 하는 말이 달라. 그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과 내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아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그리는 모습이나 내가 그리는 모습, 어느 한 쪽이 더 낫다거나 더 긍정적이거나 한 게 아니라, 우리가 최선의 가치에 두는 것이 다른 것 같다. 그도 나도 혼자 설 수 있고 혼자 강한 사람이지만, 궁극적으로 그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을 생각하고, 궁극적으로 나는 나 혼자 잘나서 누구도 옆에 두지 않는 삶을 생각했다.
연애할 때도 그는 연애를 최선의 가치로 두었고, 연애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와의 연애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긴 했지만, 연애가 나의 최선이 아니었다. 나는 항상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었고, 나한테 제일 관심이 많았다. 그동안의 연애에서도 마찬가지. 내가 B 로 인해 타올랐던 건 사실이지만, 그간의 연애에서는 그렇게까지 끓지도 타오르지도 않았었다. 그것은 언제나 내게 부수적인 것이었고, 내가 끝내고 싶다면 바로 끝낼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지만, 그건 상대가 감당할 몫이다, 라고 생각하고 거침없이 이별하고 돌아설 수가 있었다. 연애가, 누군가와 시간과 일상을 나누는 일이, 내게 조금이라도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그걸 버리고 싶어졌었다. B 는 자신의 모든 연애를 소중하고 아름답게 기억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그는 매번 끓어오르는 사람이고 매번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난 그 모든 연애에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고, 언제나 내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연애를 하면서 분명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내게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이 연애가 나의 삶에 즐거움을 주는가? 가 내가 계속 생각해보는 것이었고, 어라, 이거 별로인데, 싶으면 던져버렸던 거다. 물론 헤어짐은, 누가 됐든 누구랑 하든 아프지만, 조금 아프고나면 이내 자유가 찾아왔다. 내 우선순위는 언제나 나였고, 내가 이런 사람인이상, 언제든 B와 헤어짐은 찾아왔을 것 같다.
처음에 B 와 연애를 시작할 때, 너무 좋아하는 사람과는 연애하지 않겠다는 내 말에, B 가 '왜 가보지도 않고 헤어짐 먼저 생각하냐'라고 했었는데, 나는 '나에게 해피엔딩은 있을 수 없다'의 의미로 헤어짐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해피엔딩은 혼자'라고 생각해서 이별을 떠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
그러고보면 내가 그리는 미래에는 언제나, 내가 돈을 잘 벌고, 술이나 안주를 맘껏 원하는대로 사서,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여행을 다니다가, 가끔은 친한 친구들 초대해서 대화하는 삶이었다. 알콩달콩 한 남자랑 일상을 공유한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늘상 페이퍼에도 언급했듯이, 먹고 마시는데 부족함 없는 삶을 살면서, 가끔 친구들을 초대하는 삶, 가끔 파티하는 삶이었다. 그러면서 일흔 살이 되어도 연애하는 삶. 일흔 살쯤 되면 내가 누군가에게 정착하고 싶어질까?
여전히 B 와 나는 한 번 통화를 시작하면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대화를 한다. 통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깔깔대고 웃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나를 내내 웃게하는 남자는 세상에 남동생말고는 B 밖에 없을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B가 그리는 삶과 나는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길 잘한 것 같다. 나는 그가 원하는 걸 채워주지 못했을 것이다. 나에게는 어쩌다 한 번 만나서 데이트하는 연애가 가능하고 그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같을 순 없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주 만나고 함께 오래 같이 있고 싶어하니까,
얼마전에 봄씨도 좋아하면 자주 보고 싶어진다, 라길래, 나는 아니야....자주 보면 좋던 남자도 싫어져...라고 했다.
다음에는 캐나다에 있는 남자랑 연애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 년에 한 번씩 캐나다 가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갔다가 캐나다 총리도 좀 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건 너무 다른 목적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번에는 뉴욕에서 만나, 뭐 이러면서 뉴욕에서 만나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각자 비행기 타고 각자의 집으로 슝-
근데 캐나다는 딱히 매력이 없어..역시 뉴욕이 짱인데........
내년 추석에 호주를 생각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변경중인데, 그때 여행지에서의 로맨스 이런거 똭- 생겨가지고 미국 남자 사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휴가라도 줄라치면 슝- 미국으로 날아가는 삶........
보쓰에게 보고 들어갈 게 있는데 너무 들어가기 싫구나...
B 는 내가 자신을 많이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아주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 그 확신은 내가 심어준 것인데, 와, 진짜, 복받은 삶이다. 누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그렇게 강하게 확신할 수 있는 삶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에 그런 사람 하나 만나기가 진짜 쉽지가 않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잘했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복은 정말 큰 복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