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8. 09:25

- 토요일에 안산에 다녀왔다. 타미는 나를 보자마자 와락 안고서는 놔주려 하질 않았고 정말이지 껌딱지처럼 달라붙었다. 내 손을 잡고 왔다갔다하고 이모이모, 하고 이천번쯤 불러대는 이 조카가 나는 사랑스러웠다. 타미도 내가 이제 가겠다고 했을 때 나를 안고 놔주질 않았고, 화니는 내 앞길을 막아서고 가지말고 나랑 살자, 라고 했다. 나는 이 아이들의 이런 점이 진짜 너무 좋다. 아이란 무릇 이런것인지, 이 아이들이 유독 이런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바로바로 표현한다는 게 새삼 놀랍고 고마운 거다. 어른이 되면서는 점점 자신의 감정을 감출 일이 많아지는데, 그게 어떤 이유든, 그러니까 자존심이 상해서이든 뭐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게 되는 일이 점점 사라지게 되는데, 아직 나의 조카들은 느끼는 그대로를 바로바로 표현한다. 그 점이 나는 몹시도 좋고, 이 점을 아이들이 계속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한 타미는 입원해서 손에 링겔바늘을 꽂고 있는데도, 그런 채로 빨빨 대고 까불까불하는게 나는 또 너무나 좋다. 그런 점이 유독 나를 사로잡는건지, 아니면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아이가 뭘해도 좋은건지,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링켈꽂아 지탱하는 바(bar) -그걸 뭐라는지 모르겠다-를 밀면서 타고 다니다가 간호사 선생님께 들켜 혼났다고 했을 때는, 그건 또 그대로 너무 좋아서 자지러졌다. 자신이 입원한 층에서 간호사 쌤께 들켜 혼났기 때문에, 이제 1층에서만 타고 돌아다녀야 한다며, 1층에서 씽씽 밀고 다닐 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진짜 이 아이 너무 사랑해, 속으로 이천번쯤 외친 것 같다.



- 나무군은 나의 마니아가 되겠다고 선언하더니, 정말 그 뒤로 열심히 노력해서, 순위권에 바싹 들어와있다. 곧 1위할 기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여성학 마니아 2위인데, 1위가 ㄹㅈ님이라서 뭔가 앞설 수 없겠군, 하는 생각이 되면서 동시에, 그렇지만 내가 1위하겠다 불끈!! 이러면서 놀고 있는데, 나무군은 자신은 이유경의 마니아 1위가 욕심 난다고 해서 또 히죽히죽 웃었다. 이유경의 마니아는 내가 너무 굳히기 하고 있어서 곤란할 것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무군과는 올해가 가기 전에 책 두 권을 같이 읽기로 했는데, 이것도 너무 좋다. 둘다 '읽어야겠지만 엄두가 안난다'고 했던 책이라 읽기를 미뤄왔는데, 그렇다면 같이 읽어보자, 하게된 것. 이런 거 너무 좋음 ㅋㅋㅋㅋㅋ 아, 책 사야 되는데...



- 지난주였나 꿈을 꿨다. 친구와 내가 둘이 전시회에 갔는데, 전시회에서 마주친 한 남자가 내 친구를 통해 내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거였다. 그런데 꿈속에서 나는 '나한테 뻑갔나?' 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뭐지 그 새끼, 왜 늙은 나에게 그러지? 사기꾼인가?'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거다. 그래서 친구가 '니 연락처 알려줘도 돼?' 이러는데 알려주질 못하고 '사기꾼 새끼..' 이러고 있었다능.... 나는 아직도 내 안의 코르셋을 다 벗어내지 못했고, 그건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 노력하겠지만, 아직까지도 내 안에는 '이렇게 늙은 여자한테 반할 리가 없잖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난주에 친구들 만나서도 그런 얘길 했다. 겨드랑이 털에 대한 얘기였는데, 친구1은 자신은 털없는 자신이 더 좋다는 거다, 그래서 그게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였는데, 나는 '털을 밀기 싫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털을 밀기 싫은데, 털 있는 겨드랑이를 자신있게 들춰보이고 다니질 못해서, 내가 코르셋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갈 길이 아직 멀다.



- 요가를 다니는 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었고 나의 의지, 나의 실천이었지만, B 가 너무 좋아한다. B 는 운동을 여러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운동하는 사람도 좋아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내가 요가를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 B 좋으라고 내가 요가를 다니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건 좀 좋다. 뭔가 계속해야 할 동기부여도 되고...

이번에도 만났을 때 둘다 요가를 아는 몸이 되어 있어서, 말이나 동작을 서로 알아듣고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건 섹스를 할 때도 영향을 미쳤지만, 19금이므로 패쓰하겠다. 여러분, 요가는 섹스에 '큰' 도움이 됩니다.




- 어제 여섯시반부터 잤는데 꿈을 꿨다. 꿈에 B 랑 내가 외국에서 만났다. 그곳의 술집에 둘이 함께 들어갔는데, 이미 거기에서 우리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여러명의 여자사람들을 B 가 알고 있었다. 자연스레 그와 나는 그들과 합석하게 되었는데, 한 여자가 일어나서 나가버리는 거다. 나는 그녀와 B 의 관계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차마 묻지는 못하고, 저 분은 나가시네요, 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그 모임의 한 여성분이 얘기했다. 아마도 나와 B 의 관계를 몰랐던지, 아니면 알면서도 부러 그러고 싶었던건지, 어쨌든 B 를 평소에 싫어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나간 여자와 B 가 사귀는 사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B 가 너무 싫은게, 지금 나간 그녀가 '맥심'지의 모델이기도 했는데, 그 점에 대해 뿌듯해하며 자랑하고 다녔고, 그래서 그녀랑 섹스한 사실에 대해서도 막 얘기하고 다녔다는 거다. 그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며 그녀는 B 가 싫다는 걸 아주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이에 화난 B 는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니, 저 남자가... 정말 그랬다고?? 하면서 내가 꿈에서 엄청 당황하고, '그런 B 라면 진짜 별로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꿈을 왜 꿨을까... 어쨌든 오늘 아침에 이 꿈얘기를 그에게 해줬는데, 내 꿈속의 그 자신이 그도 싫다고 했다. 너무 빻은 짓 하고 다녔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뭐냐고, 실제로 맥심지의 모델을 사귄 적도 없고, 누구랑 잤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 몸매평가 같은 거 안할라고 한다고, 무슨 그런 짓들을 했냐고 그러는데, 나는 내가 이 꿈을 왜 꿨나 곰곰 생각해봤다. 꿈이야 뭐 개꿈이려니, 특별한 의미 없겠지만, 어쩌면... 모든 나의 스트레스와 고민들이 다 뒤죽박죽 되어 나온 꿈이 아닐까. 게다가 내가 지금 그에게 번번이 프로포즈 하고 있는데 퇴짜맞고 있어.... 그래서가 아닐까....내가 쿠알라룸푸르에서 불법체류자가 되어 함께 살자고 했는데 거절 당했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내가 쿠알라룸푸르에서 요가 선생님 하면서 근근이 먹고 살자고 했는데, 그도 퇴짜 당했다... 이 남자는 뭐가 이렇게 바라는 게 많아. 그는 근근이 살고 싶지 않다고 했어...왜 굳이 불법체류자 아니면 근근이 먹고 살아야 하냐며.....


하아. 다음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으로 찾아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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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8. 24. 17:16

어제의 나는 정말 푼수 같았다. 그러니까 20:00 요가를 가야했는데, 집에 갔다가 옷 갈아 입고 가려면, 일단 퇴근 후에도 집까지 종종걸음으로 미친듯이 가야하고, 가서도 후다다닥 옷을 입고 다다다닥 뛰어서 요가센터까지 가야 하는 거다. 그래서 에헤라디여, 그냥 아침에 옷을 싸들고 갔다. 바로 요가센터로 가서 옷을 갈아 입으면 바쁘게 뛰지 않아도 되고 여유로울 테니까. 앞으로 20:00 요가는 그렇게 가야겠다, 결심하면서, 아아, 내 인생에서 요가는 점점 더 중요해지는가...하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요가가 인생에 끼어들고 나니, 누군가와 대화할때든 요가에 대해 말하는 일이 많아진다. 최근에는 출판사 대표님이 요가 배우고 싶다 하셔서 요가 얘기 실컷 했는데, 사람은 역시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많이 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요가 센터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기 위해 탈의실로 가다가, 8월달에는 내가 시간상 듣지 못했던 p 쌤을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하고는, '제가 이번 달엔 선생님 수업을 못듣네요, 시간이 안맞아서요' 라고 말했는데 쌤은 '시간 맞을 때 들으시면 되죠,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라고 하시는 거다. 이 쌤은 휴가를 내고 스페인에 요가하러 일주일간 다녀오셨었는데, 이 쌤 뭐랄까, 점점 더 좋다. 얌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분이신데, 나는 가급적 이 쌤 수업 듣고 싶은데.... 8월엔 시간이 메롱이여... 


그리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전타임 끝난 시간과 겹쳐서 탈의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러다가 내 바로 옆에, 내가 요가센터에 등록하던 바로 그 날 바깥에서 마주쳤던, 그래서 내가 말을 걸었던 바로 그 여자분이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까 내가 등록하고 나오는데 마침 요가를 마치고 나오던 여자1이 있었던 거다. 젊은 여자분이었는데, 그때 내가 '요가한 지 오래되셨어요?' 하고는 말을 건거다. 나는 뭐지 ㅋㅋㅋㅋㅋㅋㅋ 걷다 보니 집 방향이 같길래 조금 같이 걸었는데, 그 분은 3개월 됐다, 살은 3키로 빠졌다, 먹는 걸 좋아해서 살빼기 힘들다,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하니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등등의 얘기를, 처음 등록하고 두려움에 쪼그라들었던 내게 해주었던 거다. 그런데 내가 요가시작한지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 분을 탈의실에서 딱 만난 것. 그런데 인상이 초큼 달라져 있었다. 그땐 되게 밝게 혹은 해맑게 보였는데, 어제는 좀 어두워 보였달까. 어쨌든 내가 눈이 마주치고서는 "어? 저 등록할 때 그 분??" 이라고 했더니 그 분이 맞다고 하시는 거다. 그러면서 나보고 살 빠졌다고 얼굴 홀쭉해졌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예요 안빠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이러면서 서로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자기도 이제 반년 됐는데 5키로 빠졌다며 ㅋㅋㅋㅋㅋㅋ먹는 거 너무 좋아해서 안된단다. 그래서 나도 '저도 술하고 안주 너무 좋아해서 안돼요'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다가 나는 항상 이 시간대나 되어야 올 수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일찍 수업을 들을 수 있냐 물었더니, 퇴근이 2시 혹은 6시라서 내 전타임을 들을 수 있다는 거다. 그렇구먼... 그래서 '아, 그래서 한 번도 뵌 적이 없군요' 이랬더니, '지난번에 한 번 봤어요' 이러는거다. 네?? 본인이 8시 수업 온 적 있었는데 나 있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 봤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센터에서 쌤에게 가서 말걸고 다른 학생에게도 막 말걸고 그러면서 나 좀 푼수같나? 막 혼자 이런 생각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가를 하다가 우울해졌어.



그러니까 어제는 처음 듣는 수업이었는데, 빡센것도 빡센거지만, 내가 동작이 잘 안되는 거다 ㅠㅠ 안되니까 짜증이 나고 우울하고 신경질이 나고 막 그랬어. 선생님이 머리 서기 시범 보이고 또 그거 되는 사람들 있어서 멍하니 보면서, 아아, 나는 뭔가, 나는 왜 안돼, 나는 저게 언젠가는 되긴 할것인가...우울해졌어. 보통 요가를 하는 도중에, 그리고 요가를 마친 뒤에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며 나오곤 하는데, 어제는 그게 안되더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사람은 할 줄 아는 걸 하면서, 스스로 잘한다는 자각이 있을 때 기쁜 것이여. 해본 게 지난번보다 조금이라도 잘 되는 것 같으면 그렇게나 좋더니, 처음 해보면서 안되니까 짜증짜증 세상 짜증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에잇.



무리한 욕심과 짜증을 좀 버리는 걸로 8월의 테마를 정했다. 8월을 고작 일주일 정도 남겨둔 이 마당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가 8월엔 휴가 한 번 갔다왔더니 되게 급한 마음이 되어가지고, 계속 자꾸 '바빠바빠' 이렇게 되는 거다. 조금 릴렉스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8월의 남은 날들은 좀 여유롭게 마음을 다스리자, 라고 생각했지만, 내일은 리베카 솔닛 강연 가고 주말엔 타미 병문안 가고....



타미는 1인병실을 쓰고 있다. 여동생이 입원했을 때도 그랬고, 언젠가부터 그 가족은 1인 병실을 쓰게 됐는데, 1인 병실은 진짜 세상 편하다. 6인실 8인실 이런데보다 편한거야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 그런데 돈이 많이 든다. 타미나 화니가 입원했는데 다인실이면 아이가 편히 쉴 환경이 마련되질 않는다. 진짜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울기 때문에. 그래서 만약 입원하게 된다면 이제부터 1인병실로 하자, 라고 나름 여동생네 가족이 그렇게 생각했고 하고 있는데, 이게 돈이 만만찮으니 참 부담되겠다 싶더라. 아니나다를까, 본인이 입원하게 되면(안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자기는 다인실을 써야겠다고 울엄마한테 얘기를 했나보다. 지금 현재 여동생네 가족은 제부 혼자 돈을 벌고 있는데, 이래저래 돈나갈 일이 진짜 많을 거다. 게다가 제부는 가족들이 먹고 싶다는 거, 사고 싶다는 거, 가급적 다 사주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주말에 병문안 갈거지만 뭐랄까, 약소하게나마 조금 보태주고 싶어서, 남동생하고 술을 마시다가 '제부한테 돈 좀 보내줘야겠다, 타미 간식이라도 사주라고, 병원비 너무 부담될 것 같아' 했더니, 남동생이 '내 것까지 같이 보내' 해서는 내가 한 번에 송금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테니까. 


타미는 입원한 후에 속상해서 자꾸 운단다. 아파서가 아니라, 아픈 게 속상해서. 태권도도 못가고 영어도 못하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울엄마가 타미네한테 가있어서, 타미 병실에는 울엄마,여동생,제부가 돌아가며 간호하고 있는데, 어제는 타미가 울엄마한테 그러더란다. 그래도 자기가 아픈 게 다행이라고. 울엄마가 그 말을 듣고, 타미야, 그게 왜 다행이야? 물었더니, 


"할머니는 허리 아프잖아. 허리도 아픈데 이렇게 또 아프면 어떡해. 내가 아픈 게 다행이지."


하더란다. 아니, 이 여덟살 꼬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거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참나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오늘은, 원래 있던 약속이 미뤄지고 다른 약속이 급 생기는 바람에 술을 마시러 갈건데, 오랜만에 만나는 여자1과 19금 얘기 잔뜩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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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8. 22. 08:59

-지금은 절판된 책 중에 '줄리아 퀸'의 《신사와 유리구두》란 작품이 있다. 줄리아 퀸은 하버드를 졸업한 작가인데, 톡톡튀는 대사가 일품이라, 주인공들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몇 번은 반드시 웃게 되어 내가 좋아하는데, 이 시리즈로 구성된 로맨스 소설에서 이 작품, 신사와 유리구두를 내가 제일 좋아한다. 주인공들의 대사가 가장 톡톡 튀는 작품. 그래서 이 책은 사서 몇 년간 소장했었는데 이제는 없는 걸 보면 아마도 팔아버렸는가 보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인용을 못하겠네. 어쨌든.


남자는 귀족 출신이고 여자는 서자 출신이라 귀족이 될 수 없어 남자네 집의 일을 돕는다. 그러다 남자와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당시의 시대적 배경으로는 남자에게 '첩'이 허용되었으므로, 남자는 이 '서자'이며 '하인' 출신의 여자를 첩으로 삼고 싶어한다. 여자랑 대화하는 게 너무 즐겁고 이 여자랑 너무 자고 싶고 다 너무 좋은데, 여자의 신분이 자기와 다르니까. 만약 이여자를 '아내'로 삼는다면 세상이 시끄럽게 떠들테니까. 


그러나 여자입장에서는 첩이 되고 싶지 않다. 자기도 이 남자가 너무 좋고, 이 남자랑 함께 있고 싶지만, 첩으로써 함께 있고 싶진 않다. 그녀는 매번 자신이 첩으로써 있고 싶은게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남자랑 섹스할 단계까지 갔어도 언제나 안된다고 한다. 여기서 이 남자랑 자버리면 자기는 그냥 이 남자가 원하는대로 첩이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이러저러한 시간들과 사건들이 흘러가고, 둘이 한 공간에 있게 되고, 그러다가 여차저차하여 격렬한 섹스를 하게 된다. 여자로서는 첫섹스였고, 자신이 섹스를 했다는 것과 거기에 따른 쾌감과 기타등등의 생각들로, 섹스 후에 뭔가 복잡해지는데, 남자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격렬한 섹스였으므로 진짜 꼼짝할 힘이 없다. 여자는 섹스 후에 남자 옆에 누워 있으면서 남자의 이름을 부른다. 남자는 자신이 섹스를 했던 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이 여자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음을 알리긴 알려야겠고 그런데 정말이지 꼼짝도 할 힘이 없어서 이걸 어떻게 표시할까, 내가 니 말 들었어 살아있어, 이걸 어떻게 알릴까 하다가, 새끼손가락을 까딱 하는 장면이 있다. 그게 그 당시의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내가 이 얘기를 왜 했냐하면, 그러니까 갑자기 이 소설의 새끼 손가락 까딱 하는 장면이 왜 생각났냐 하면,


어제 요가를 마친 내가 그랬다. 아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핫요가였는데, 진짜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막판에는 '아 빨리 끝나라' 하는 기분이 되었고 '나 이제 요가 안해' 이런 기분이 되었던 거다. 그러자 갑자기 줄리아 퀸의 소설이 똭- 생각나면서, 아아, 요가를 끝마치고 나오는 나는 진짜 손가락 하나만 간신히 까딱할 힘이 남아 있는 그런 상태였달까. 어제 너무 와인 마시고 싶었고, 혼자서 홀짝홀짝 나만의 감상에 젖어 와인 한 잔에 취하리라~ 같은 거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와인을 오픈할 수도, 마실 수도, 안주를 준비할 수도 없는 거다. 흙흙 그래서 줄리아 퀸 소설 속의 그 남자가 지금의 딱 이런 상태였겠구나, 싶었던 것. 흙흙


그래서 내가 오늘은 요가를 안갈 거야, 쉴 거고, 이번 주에는 그러니까 어제를 포함해서 수요일과 토요일, 이렇게 세 번 가는 게 목표다. 목요일엔 약속 있어서 안되고, 금요일엔 리베카 솔닛 강연 들으러 가야 해서 못가. 인생... 



이왕 써둔 거 저 책의 결말에 대해 얘기하자면, 여자는 어차피 섹스를 해서 이제 다른 남자를 사귀지도 못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의 첩이 되기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난 첩 싫어!' 의 태도를 유지하는데, 남자는 '아 진짜 이 여자 아니면 안되겠다' 하고 그 여자랑 결혼한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동네가 들썩일것 같아서, 그녀와 결혼해서는 시골로 내려간다. 결국 여자는 첩이 아닌 아내가 되었고,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나도 그렇다. 어릴 적에는 좋아하는 사람의 옆이라면 세컨드라도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세컨드로 있느니 포기하겠어. 세컨드는 답이 아니다.



아무튼지 간에 오늘은 와인을 마시겠어.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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