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전에 타미가 팔이 아프다해서 병원에 갔고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성장판이나 뼈에는 이상이 없으나 근육이 아픈 거라 했단다. 오른 팔을 많이 써서. 푹 쉬어야 한다고 했다는데, 그래서 여동생은 피아노와 태권도를 일주일간 쉬자고 했다. 이에 타미는 쉬는 중에 태권도 심사 있는데 어떡하냐며 걱정을 했고, 여동생은 재심사가 있다 답했단다. 그래도 사범님께 전화해서 재심사 정말 있는지 확인해달라 했고, 직접 사범님하고 통화도 했다는데,
아아, 이 아이는 정말이지 제엄마를 꼭 닮아서 욕심이 무척 많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반드시 잘해야 하고, 또 엄청 노력을 한다. 지난번에 내가 갔을 때도 쉬지 않고 피아노를 치다가 나와서 놀다가 또 들어가서 피아노를 치다가, 바깥에 나갈라치면 줄넘기를 가져가서 줄넘기를 또 열심히 하는 거다. 뭐든지 다 너무 열심히해서, 고작 여덟살인 아이가 이렇게 열심히해서 어쩌나 싶은 거다. 그런데 쉬라고 해도 쉬지를 않고 자기가 막 다 하겠다고 해 ㅠㅠ 야, 너 여덟살이야, 쉬라고, 막 그렇게 다 최선을 다하지마 ㅠㅠ
여동생이 그랬다. 여동생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공부를 해서 전교1등을 했고, 장학금을 받았고, 생물과 수학을 전공한 거다.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팔 근육이 아프니, 하지마, 열심히 하지말란 말이야 ㅠㅠ
이 얘기를 지난 주말 창원에서 친구들 만나 하니 "너랑 똑같다!"고 입을 모으는 거다. 으응? 그게 뭔소리여...나는 뭐든 대충 하고 노력을 싫어하는 사람이야...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답하니, 너 요가한지 한 달 됐는데 너무 잘하고 싶어한다는 거다, 고작 한 달인데..아아, 내가 요가에 있어서 너무 초조했나, 너무 급했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그렇게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야....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
어쨌든 이 여덟살 아이가 너무 뭐든 열심히 하고 잘하려고 해서 나는 좀 걱정스럽다. 이 아이가 이렇다가 확 지쳐버리면 어떡하지...
- 얼마전에 트윗에서 본 후로 상대와 나의 파장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소위 '잘 맞는다'는 거. 맞는다는 거랑은 좀 다른 개념인것 같긴한데, 이 파장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분명히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을 한가득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남 후에 공허하고 에너지 빨리는 경우가 있었던 거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분명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집에 돌아가는데 웃거나 기쁜게 아니라 '힘들다'는 생각을 했던 거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울적한 글을 썼었지... 그래서 그를 만날 때는 항상 '만나기 전'이 제일 좋았더랬다. 만나러 가는 길, 내가 먼저 도착하면 그를 기다리는 시간, 혹은 그가 먼저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내가 거기로 가는 길, 이 가장 좋았고, 만나고 집에 갈 때면 축 쳐지게 됐달까. 그는 나에게 아직도 '좋았던, 좋아했던 남자'로 기억되기는 하지만, 언제나 집에 돌아가는 길을 지치게 만들었던 남자로 기억되기도 한다. 나에게 나쁜 말을 했던 것도 아니고, 얘기하면서도 분명 좋았는데, 그러니까 또 만나고 좋아하고 그랬던 건데, 집에 돌아가면 지쳐...
이런 면에서 B 는 나랑 가장 파장이 잘 맞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를 만나면 집에 돌아가는 길이 매우 신났고, 대화를 나누고나면 자기 전에 웃으면서 잠들 수 있었던 거다. 채워지는 느낌 같은게 있었는데, 오죽하면 연인으로 지내다가 헤어지고나서 6개월만에 연락했을 때, 전남친과 전여친의 포지션으로 통화할 때, 6개월만의 통화인데도 얘기하다가 절로 신이났던 거다. 전화를 끊고나서도 한참을 웃음기를 잃지 않고 '이건 뭐지, 헤어진 사이가 뭐가 이렇게 신나' 했던 기분을 트윗에 썼던 걸 기억한다. 이게 어느 한쪽만 에너지가 채워지고 어느 한 쪽은 쪽 빠질 수도 있는데, B의 경우에는 나처럼 채워지고 있다는 게 내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문자메세지든 통화든, 대화를 하다보면 둘 다 기운이 막 상승되는 게 느껴지는 거다. 어? 이사람도 지금 즐겁네? 하는 거. 어쩌면 그래서 나는 그를 더 사랑하게 됐었는지도 모르겠다. 에너지를 빨아가는 게 아니라 채워줘서. 이게 무슨 상대에게 좋은 말을 한다고 채워지는 것도 아니고, 기운내 으쌰으쌰 이런다고 채워지는 게 아니고, 그냥 사소한 얘기라도 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건데, 그래서 누구나랑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러고보니 우리의 지난번 마지막 통화, 그만두기로 결정했던 통화에서도 그랬다. 그만두기로 결정하는 통화였는데, 얘기하다가 또 '야 이러다가 우리 내일도 통화하고 모레도 통화하고 또 그렇게 돼' 했던 거다.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 그 때문에 힘든 적도 있고 아팠던 적도 있고 화났던 적도 있지만, 사실 그런 일은 억지로 기억해야만 기억나고, 대체적으로는 생각하다보면 웃게 된다.
오늘 다른 데 적어둔 2012년 일기를 보게 됐는데, 거기엔 내가 바라는 바가 적혀 있었다. 읽다보니 그때 내가 바랐던 것보다 더 많은 걸 나는 그로부터 얻었고, 와, 좋은 시간이었네, 하면서 또 웃을 수 있었다.
- 그리고 나의 브라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노믄 시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가 추리소설 쪽만 파가지고, 집에 있는 추리소설을 나도 읽지 않은 채로 녀석이 먼저 읽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번에 내가 읽으라고 준 게, 나도 몰랐는데, 단편집이었는가 보다.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 한 열흘에 한 권 정도 책 읽나.... 진짜 책 몇 권 읽지도 않으면서 지가 엄청 독서베테랑인줄 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