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10. 11:59

오늘 D 랑 사주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우리가 사주대로 살아가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이거 참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힘들었던 5월에 사주를 봤을 때, 그 때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내가 헤어진 남자가 '노모랑 함께 산다'고 말을 했던 거다. 실제로 그러했기 때문에 오오 - 했는데, 작년에, B 랑 헤어졌을 때는, '그 남자는 지금 타이틀을 따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나랑 헤어지기 직전까지 그는 그 타이틀 때문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작년에 그 '타이틀을 따느라 정신없는' 남자와, 올해 '노모랑 함께산다'는 그 남자가 다 B 였다. 이건 내가 B 의 생년월일을 들고가 말한 게 아니라, 내 사주를 보고 말씀해주신 거다. 


어? 너랑 헤어진 남자가 지금 타이틀 때문에 정신없네?

음..그 남자가 노모랑 함께 살고 있구나.


이런 식으로. 와... 소오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내가 '그를 2007년에 처음 만났었다' 라고 작년에 사주볼 때 말했었는데, 그 때 쌤이 그러셨다.


"그랬네. 2007년 하반기. 유경씨 사주를 보면 2007년 하반기에 만난 남자한테 남자의 기준을 세운다고 나와. 이런 남자다, 라고."


아니 씨부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것도 B 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 때 그분이 내게 말씀하신거다.


"참..영화처럼 슬픈 사주네...2007년에 기준이 된 남자를 지금 만나 헤어지다니... 유경씨한테는 이게 얼마나 좋았고 꿈같았겠어, 바람이 다 이루어진것 같았겠지...그런데 떠나갔으니....... 영화처럼 슬픈 사주다.."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펐는데 웃겼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주 볼 때마다 나오는 남자가 죄다 B 였어.. 내 인생 뭐지? 



이번에 볼 때도 남자 또 들어오고 또 헤어지고 또 들어오고.. 계속 이런다고 하셨는데, 오늘 이렇게 돌이켜보니 모두 B 였던걸 보면.... 또 들어오고 또 나가고 또 들어오고 또 나가고 또 들어오는 것도 전부 B 련가...... (응?)


넌 내게 뭐니?


어쨌든 저 분 공감능력 진짜 짱이신듯. 나보다 더 슬퍼하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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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7. 9. 15:27

멀리 있는 친구는 내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자신의 생각만큼 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친구에게 보내는 답장에  나 역시 그렇다고 적었다. 나 역시 내 생각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나는 내가 되게 단단한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오늘 아침에 B랑 통화하다가 '5월에 나는 전체적으로 다운되어 있었다' 라고 말을 했는데, 일전에 일기에도 썼던것처럼 5월은 내게 최악의 달이었다. 그 달에는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다 화가 났고 싫었고 우울했다. 바이오리듬이란 게 전체적으로 바닥을 달린 한 달이었다. 그는 내게  지금은 좀 괜찮아졌냐 물었고 나는 그렇다고 했다.


나는 그 5월을 보내면서 내가 강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사소한 모든 것과 사소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다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는데, 이를테면 대선에서 ㅎ의 지지율이 20프로 넘는 걸 보고서도 하염없이 우울했던 거다. 어쩌면 이건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그 우울함이 꽤 오래 지속됐고, 그것 말고도 나를 둘러싼 주변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내 모든 의욕을 가져가버렸다. B 랑 관계를 끝내서 우울한 것도 있었지만, 우울했기 때문에, 그런 컨디션이었기 때문에 관계를 끝내는 단계까지 가게 된거였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아, 5월은 정말 내게 힘든 한 달이었는데, 운동도 못해서, 도무지 할 의욕이 들질 않아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남의 도움을 빌리자, 하고는 요가를 시작하게 된거였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가 도움 받는 걸,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걸 몹시 힘들어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고, 스스로 '혼자서 다 잘한다'는 걸 되게 증명해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누구에게 도와달라 말하는 게 마치 내 약함의 증명인것처럼 그걸 꺼렸고, 머릿속에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던 거다. 도와달라고 말하는 게 어쩌면 상대에게 내 생각만큼 폐를 끼치는 게 아닐 수도 있는데 그랬다. 나에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생각되었다면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더 단단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최근에야 하게 된거다. 민폐 끼치는 게 싫어서 혹여라도 그렇게 될까봐 전전긍긍했는데, 그러다가 오히려 우울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거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만큼 강한 사람이었다면, 내가 약하다는 것 역시도 감추려 하지 않았어야 했던 건 아닐까. 나는 내 약함을 들여다볼 순 있었지만 그걸 드러내는 건 심하게 싫어했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문제가 일어나면 잘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했었는데, 도움을 요청하는 일에는 서툴렀던 것 같다. 도움이란 것을 미루고 미루고 미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그 5월에도 도와달라고 말하는 대신 혼자서 어떻게든 그 기분과 상황에서 빠져나오려고 기를 쓰다보니(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이걸 하면 될까, 저걸하면 될까) 내 몸과 마음의 모든 에너지가 다 고갈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서야. 그 힘든 달을 보내고서야.  나는 되게 강한사람 컴플렉스 같은 게 있었던 거 아닐까. 그게 내 모든 에너지를, 그 5월에 다 빼앗아가버렸던 것 같다. 나는 나의 그 힘든 5월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생각한다. 누구나 동굴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때가 있고, 나 역시 가끔 동굴속에 들어가지만, 그 때는 하루나 이틀이 아니라 한달을 내내 동굴속에 들어가버린 것 같았다. 이런 일이 그간 내게 있었던 것 같지가 않아서, 그 5월은 내게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오랫동안 침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달을 자주 생각한다. 내가 그랬지, 내가 그랬어, 하고. 그때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게 너무나 힘들기만 했고 화나기만 했어, 하고. 아마, 앞으로 살면서 내게 그런 달은 또 찾아들지도 모르는데, 그때는 내가 하다하다 도무지 안되겠어서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너무 애를 써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즉시, 누구한테 어떻게 어떤 식으로 도와달라고 해야할까를 생각해야 겠다. 




어제는 술을 정말 많이 마셨고 아침에 일어나니 지난 밤의 과음으로 기운이 없었다. 밥을 먹고 잠시 쉬다가 침대에 드러누워서는 '오늘 산에 갈까 말까'를 고민하는데, 그런 고민을 하는 내게 엄마가 가지말라고 하셨다. 비가 와서 땅이 젖은 것도 있고 또 비가 올 것 같기도 해서지만,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라고, 너 일주일동안 그정도면 운동 많이 했다고, 그냥 쉬라고 하시는 거다. 나는 그 달콤한 말을 듣고는 마음놓고 쉬기로 했는데, 그래놓고서는 지금 거실에 에어컨 틀어두고 이렇게 일기 쓴다고 넷북 들고 오고, 구몬영어 꺼내오고, 책 꺼내오고, 시사인 가져왔다. 나란 인간... 뭐지........ 


아무튼 쉴것이다.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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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7. 7. 8. 13:38

토요일 오후에 약속이 있는데 나는 크리스탈 제이드의 탄탄면이 먹고 싶었고, 서점엘 가고 싶었고, 목욕탕 가서 때를 밀고 싶었고, 오전 열시반타임의 요가를 가고 싶었다. 이 모든 걸 약속 시간 전에 무리 없이 끝내고 약속에 갈 수 있을까, 어떻게 동선을 짜야할까를 고민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토요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 목욕탕을 가서 때를 민다-요가를 다녀온다-잠실에 가 탄탄면을 먹고(어쩌면 소룡포도!) 교보문고를 가서 좀 돌아다닌 뒤에 약속장소인 종로에 간다.


였다. 토요일이니 늦잠을 자고 일어나 요가를 가고 싶었는데, 그럴 경우에 탄탄면이나 목욕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만 하는 거다. 그래서 일곱시 반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목욕가서 때를 밀고 돌아와 요가를 갔다오는 것까지는 했는데, 와, 다시 못나가겠다. 피곤해... ㅋㅋㅋㅋㅋㅋㅋ 어처구니 ㅋㅋㅋ야 못나가겠어. 해서, 약속시간이 될 때까지 집에서 좀 쉬기로 다시 계획을 수정했다. 탄탄면은..다음에......... 


아침에 목욕탕 가서 세신을 받았는데, 내가 간 시간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세신 손님이 없었다. 세신해주시는 분은 두 분이었고 내가 자리에 눕자 두 분이서 같이 밀어주신다는 거다. 오? 난 더 좋은데?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누워서 세신을 받는데 ㅠㅠ 오른쪽 해주시는 분이 너무 세게 미셔서, 중간에 내가 목아래 쇄골 부분 그만 밀라고 너무 아프다고 했다. 그랬는데 오른 종아리도 너무 화끈거려서 안되겠다 싶어 중간에 또 오른쪽 종아리 아프다고 그만 밀라고 했는데, 이에 밀어주시는 분은 좀 화가 나신 것 같은 거다. 그런데 내가 종아리를 들여다보는 걸 보며 본인도 내 종아리를 보시더니,


많이 까졌네...


하신다. 네, 님이 그러셨음요 ㅠㅠ 힝 ㅠㅠ 진짜 너무 아파서 나는 "네, 너무 아파요" 했는데 ㅠㅠ 거기만 그런 게 아니라 무릎도 다 까지고 허벅지도 까지고 가슴골도 다 까지고 ㅠㅠㅠㅠㅠㅠ 너무 아파 ㅠㅠㅠㅠㅠㅠ 집에 돌아와서 이걸 어쩌나 싶어 일단 무릎 까진 부분에만 바디로션을 발랐는데 엄청 쓰림 ㅠㅠ 개쓰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바르는 게 답이 아니구먼 어쩌지 ㅠㅠㅠ 이러고 잠깐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요가를 갔다. 요가를 한 후 샤워를 하는데, 따뜻한 물이 닿자마자 또 개쓰림 ㅠㅠㅠㅠㅠ 너무 쓰림 ㅠㅠㅠㅠㅠㅠㅠㅠ약국 가서 바르는 약 같은 거 사올까 하다가 그냥 왔다.



세신을 받는데 세신 해주시는 분들이 내 몸을 되게 꼼꼼하게 챙겨보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허벅지 안쪽을 밀어준다거나 할 때, 은밀한 곳까지 나는 죄다 드러내놓는게 되는 거니까. 때 밀어주시는 분들이 내 몸을 내 애인보다, 내 자신보다 더 낱낱이 보겠다, 싶은 생각이 오늘 때를 밀면서 들었다. 그러나 그 분들은 다 됐다고 손님이 인사하고 가는 순간 그 몸을 기억하지 못하겠지? 아무튼 나는 너무 아프다 지금 ㅠㅠㅠㅠ


아침부터 너무 빨빨대고 돌아다녀서 좀 드러눕고 싶은데 남동생하고 나가서 짬뽕 먹고 와서.. 또 드러누우면 안되겠지? 그렇지만 좀 드러눕고 싶으니까... 그래도 드러누워야겠다... 힝 ㅠㅠ 원래 좀 일찍 나가서 교보문고 좀 갈랬는데, 걍... 시간 맞춰서 나가야겠다. 토요일 아침부터 너무 부지런했어. ㅠㅠ

커피 내렸으니 내려놓은 커피는 마시고 그 다음에 드러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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