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에는 보쓰의 딸이 주최하는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다. 실상 술자리인데. 그자리에서 L 과장이 내 트윗을 보게됐다는 말을 했다. 검색창에 검색어를 쳤는데, 제일 위에 내 트윗이 떴다는 거다. 실명으로 해놓지 않았지만, 헤더에 있는 내 책을 보고 알게되었다고. 보쓰의 딸은 내가 책을 냈는지 모르고, 나는 앞으로도 모르게 하고 싶기 때문에 L 과장의 그 말이 많이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계폭할까 심각히 고민하다 검색어 관련 트윗 지우고 일단 닉네임만 살짝 바꾸는 걸로.. 트윗 뽀롱나는 거야 큰 상관없겠다 싶긴 했는데 내가 블로그 링크를 죄다 걸어놔서..블로그 읽으면 회사 얘기 나오고 회사 얘기 나오면 나는... 아아- 트윗을 잠가버릴까.
- 요즘 물을 많이 마시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창 물 많이 마시는 게 좋다고 했을 때 도전했다가 자꾸 화장실 가는게 힘들어서 포기했더랬다. 막내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어느날 막내가 어느 블로그를 찾아 링크해주었다. 거길 보니 다이어트에도 피부에도 물을 하루에 2리터 이상 마시는 게 좋다, 면서 처음에는 화장실을 자주 가지만 2개월쯤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거였다. 그래서 막내랑 나랑 다시 물 2리터 이상 먹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내가 있는 사무실에서는 정수기 물이 아니라 2리터 물을 놓고 먹는다. 우리는 출근하면 이 물을 하나씩 서로의 책상에 갖다 두고 도전! 한다. 그러나 한 번도 이걸 다 비운 적이 없고 고작 절반 정도를 가까스로 마실 뿐이다. 그러면서도 화장실을 엄청 가서 계속 회의중이다. '이게 맞는 걸까?' 라고 내가 말하면 막내가 답한다. '친구들이 저는 방광이 식도 밑에 있냐고 해요.' 아... 이걸, 계속 하는 게 맞는 걸까? 2개월이..지난 것 같은데..언제 방광이 제자리를 찾는 거지? 힘들어.. ㅠㅠ 1리터 정도 마시는 데도 이지경인데, 이걸 다 마시면 어떻게 되는걸까?
- 지난주에 미숙이를 만났을 때도 2차로 맥주집을 갔을 때 나 혼자 화장실을 부지런히, 부지런히 다녔다. 그날 만남이 너무 기쁘고 좋아서, 우리는 만나기 전에 1차는 내가, 2차는 네가, 라고 얘기를 해놓은 상황이긴 했지만, 2차도 내가 내고 싶어졌다. 그런데 '2차도 내가 낼게' 라고 말하면 미숙이가 '안된다'고 할 게 뻔해서, 나는 미숙이가 화장실 가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세 번이나 갔는데!! 미숙이는 화장실을 한 번도 안갔어!! 그래서 내가 몰래 계산을 할 짬을 낼 수가 없었어!! 왜 나는 화장실을 세 번이나 갔는가...방광은 역시 식도 밑에 있는가... 물 마시기를 그만둬야 하나...하아- 여튼 그래서 계산 몰래 하기는 실패했고, '내가 내게 해줘'라는 말은 역시나 미숙이에게 통하지 않았다.
- 2주전 서리산에 갈 때, e 는 나의 회사 동료였고 d 는 나의 여행 친구였다. 이 둘을 내가 한 번 같이 만나게 해서 술을 마신 적이 있긴 하지만 서로 친하지도 않고 약간 어색한 상황. 나는 산에 가는 걸 둘 다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엔 다같이 가볼까, 하는 계획을 세우고 서로에게 물었다. 괜찮다는 답이 왔고, 이것은 그저 형식적인 괜찮다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추진했다. d 는 자신의 체력이 약해 가기전에 고민했다. 나 때문에 속도가 많이 떨어질텐데, 하며. 혹여라도 이것이 e 를 불편하게 만들까 싶어 가기전에 나도 e 에게 미리 말해줬더랬다. d 가 체력이 약해서 속도를 내지 못할 수도 있어, 라고. e 는 이에 그럼 천천히 가면 되죠, 라고 답했더랬다.
등산 당일. d 는 올라갈 때 속도가 약간 느리긴 했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가 불편하진 않았다. 오히려 내려올 때는 우리보다 더 잘 내려가더라. e 와 나는 잔뜩 겁을 집어먹어 내려가질 못해 벌벌 떠는데, 그 비탈길을 d 는 별 겁없이 내려가는 거다. 게다가 우리보다 앞서내려가서는 손을 잡아주고 큰 의지가 되어주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d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수리산에 있을 지도 모른다.
며칠전에 e 가 d 얘기를 했다. 너무 고마웠고 의지가 되었다, 힘들 때 의지가 되니 막 애정이 생긴다, 차장님이 왜 이 사람과 오래 친구하는지 알겠더라,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덧붙였다. 내가 힘들 때 내 얘기를 아주 참 잘 들어주는 친구가 d 라고. 그러자 e 는 자신에게는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했다. 항상 잘 들어주고 또 해결방법까지 찾아내주려고 하는 사람이 나라고. 이 말들이 기분 좋아져서, 아, 내가 진짜 사람은 잘 사귀는 구나, 좋은 사람을 옆에 두는 큰 능력이 있어, 싶었더랬다. d 를 엊그제 만나서 e 와 나눈 얘기를 전했다. d 도 무척 좋아했다. 같이 했던 시간이 좋았다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너무 좋다고. e 랑 d 랑 미숙이랑이 내 주변에 있으니 요즘의 나는 마음이 좋다. 물론, 다른 것들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편함과 짜증의 시간들이 그 사이사이에 있었지만.
- 생각난 김에 B에게 물었다. '네가 내게서 높이 사는 점은 뭐니?' 라고. B 는 단번에 답하더라.
"날 좋아하는 거."
하아- 이거슨 나에게서 높이 사야할 점이 맞는건가? 그런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