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인력이란 말은 제일 처음 내가 생각한 대로 나라는 인간 자체의 능력이 출중해 사용된 단어는 아닐거란 생각이, 다음날 들었다. 그런 뜻에서의 고급인력이란 말이 아니라 '월급이 많이 나가는' 고급인력이란 뜻이라는 게, 정확한 뜻일거라고 똭- 오는 거다. 하아- 내가 직원이나 대리급에 비해서는 많은 월급을 가져갈 테니까. 그런 뜻에서의 고급인력이란 건데, 난 것도 모르고 혼자서 학사 나부랭인데 하면서 낄낄댔던 것 같다. 다음날 찾아오는 이 어떤 씁쓸함.. 뭐, 그러거나 말거나. 단어에 갇히지 말지어다.
- 오늘 L과 대화중에, L은 내가 '감정이 앞서는 사람' 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인정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어서 그러는거다. 그래서 세상을 필터링해보지 못한다고, 페미니즘때도 그랬다고.
헐.
미쳤나.
또 확 열이 뻗쳐가지고 으르렁 대고 싶어지는 걸 간신히 참았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필터링해서 봐야한다는 생각 자체가 니가 기득권인 남자란 증거다 병신아, 라고 하고 싶었다, 진정. 그렇지만 나는 '오늘 너의 말 처음부터 끝까지 반박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겠다' 라고 말했다. 아...참.... 정말 좋아했는데. 진짜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페미니즘, 필터링... 하아- 그렇게 매너있고 예의바르고 겸손하며 잘생기고 멋진 친구였던 내 친구는 어디로갔나. L 말대로 내가 내 감정을 앞세워 필터링하지 못한 채로 이친구를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나 해라, 필터링. 아- 너무 실망을 했어.
갑자기 몇해전에 타로점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참, 이친구 좋아하던 때였는데,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친구였는데, 그래서 타로점볼 때 물었더랬다. '이 친구와의 관계가 지금처럼 유지될 수 있을까요?' 라고 5천원 주고 물었었다. 그때 타로점 봐주시는 분이 그런 말을 했다. '그건 당신에게 달렸어요' 라고. 이 관계의 맺고 끊음은 나로 인해 결정되어질 거라고 했다. 내가 유지하고 싶으면 유지할 것이고 내가 끊고 싶으면 끊어질 것이라고.
나는 이 친구가 내가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나는 가끔 너로부터 가치폄하당한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말했다. 이성을 높이사는 친구라 그런지, 감정이 앞서는 나를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느낌? 그래서 맨스플레인도 많이 하는 것 같고. 그치만 분명 이 친구를 오래 알았고 오래 좋아했다.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이 친구의 장점을 비롯해서 나에게 기쁨을 줬던, 행복을 줬던 순간이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러니 나는 이번 일로 너랑 절교하겠다, 같은 마음을 먹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그 오래전처럼, '이친구라면 절대 잃고싶지않다' 같은 감정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슬프다.
나도 내가 감정이 앞서는 사람인 거 인정해.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너랑 친구인거야, 너랑 친구하며 지내는 거라고.
그 뒤에 몇마디 나에게 칭찬의 말을 해줬지만, 이 친구를 둘러쌌던 감정의 두께는 많이 얇아졌다.
- 와인 마시고 싶다.
구남친들 중에 한명은 술을 엄청 좋아했고 엄청 잘마셨다. 나는 다음날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셔도 이 남자는 통 취할 줄을 몰랐다. 어쨌든 그랬던 우리 둘이 와인 두 병을 사가지고 레스토랑에 간 일이 있다. 아웃백이었다. 콜키지 두 병이면 충분하겠지 했는데, 웬걸, 모자라더라.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파는 와인 한 병을 또 주문해, 둘이 총 세 병을 마신 적이 있다. 크- 지금은 혼자 반 병 마시면 딱 취하는데!!
암튼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7-8살로 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온 여자사람이 자리를 잡았다. 둘이 막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는데, 아이가 제엄마에게 그랬다.
엄마, 또 와인 마실라 그러지?
그러자 엄마는 그렇다고 했고,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엄마 차 가져왔잖아.
그때 엄마는 대리를 부른다고 했던가, 하면서 여튼 음식을 주문하며 와인을 한 병 주문했다. 내 옆자리에 앉았던 여자사람은 어린 아들을 앞에 두고 와인을 한 병 시켜 마시고 있었던 거다. 음, 내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언젠가의 나도 저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함께 술을 마시던 구남친이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래서 나는 홀짝홀짝 와인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옆자리의 여자사람이 내게로 와서는 말을 거는 거다.
와인 좋아하시나봐요,
라며. 그래서 내가 그렇다고 하자 자기도 와인을 너무 좋아해서 애를 데리고 와서 이렇게 가끔 마신다는 거다. 그러면서 내게 하는 말이,
와인 정말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자꾸 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떻게 마시면 맛있게 먹는거냐 와인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서 뭔가 막 내가 좋아 미치겠다는 듯이 막 옆에 앉아서 얘기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맛있게 드셔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내가 막 웃으면서 그럼 같이 건배나 하시자 그랬다. 그랬더니 냉큼 자기 자리 가서는 와인잔 가져오더라. 그래서 건배! 하고 둘이 건배하고 마셨다. 남친이 화장실에서 돌아오고 있었고, 여자는 자기 자리로 갔다. 내가 낄낄대며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남친에게 말했고 남친은 놀랐다. 이 레스토랑에서의 일은 이것만 기억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낯선 여자랑 건배한 거, 와인 맛있게 마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란 녀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암튼 지금 너무 와인이 마시고 싶은 오후 14:51 인데, 아웃백에서 낯선 여자와 건배한 이 일이 자꾸 생각난다 ㅋㅋㅋㅋㅋ
나는 낯선 여자들에게 어필하는 타입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