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침, 출근 준비하다가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었다. 예전에도 들어본 적 있던 노래였는데, 이 날 노래를 듣는데 유독 가사중에
<언제나 넌 사랑이 설레임이니
내겐 사랑은 익숙함이야>
하는 부분이 쏙 들어오더라.
그래서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해봤다. 나에게 사랑은 설레임인가, 익숙함인가, 하고.
그날 저녁 남동생과 남동생 여친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중국집에서 요리 세 개를 시켜두고 술을 마셨는데, 2차로 옮겨서는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 남동생 여친에게 물었다. 너에게 사랑은 설레임이니, 익숙함이니?
그녀는 자신에겐 사랑이 익숙함 이라고 했다. 자신은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게 좀 싫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내 남동생)에게는 아직 설레임이 있어서, 이게 어서 빨리 익숙함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익숙해져서, 그냥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음... 그렇군.
나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설레임인 것 같다. 나 역시 남동생의 여자친구가 말한것처럼, 생활에 어떤 극적인 변화가 생기는 걸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그건 내가 나를 잘못 파악한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미래에 대한 기대에 차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여행도 좋아하는 게 아닐까. 그간 연애가 길게 가지 못했던 것도, 설레임이 사라져버린 걸 견딜 수 없어서가 아닐까 싶은 거다.
사실 편한 상대를 만나는 것은, 편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편하다는 게 그렇게 쉽게 얻을 순 없는거니까. 상대가 편해져서 아무때나 만나고 아무때나 불러내고 아무 얘기나 다 할 수 있는 건 좋지만, 나는 그런 사람의 포지션을 계속 애인에 둘 수가 없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난 늘 설레이고 싶고 늘 긴장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게 사라지면 관계가 편하지만 재미가 없달까. 그러니 이 노래 가사처럼, 내가 설레이고 있는데 상대가 나를 너무 익숙해하기만 하면, 상대가 변했다고 생각하고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다. 글쎄. 그렇지만, 내 설레임이 계속 유지된다면, 괜찮지 않을까? 물론 언제까지 내 설레임이 유지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나는 사랑이 설레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상 예순에도, 일흔에도 연애하고 살겠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늘상 연애는 짧게 치고 끝나고 또 찾아와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설레임이 천년만년 이어지는 것도 좀 문제가 있을 것 같긴 하다. 아니, 일년 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도 계속 가슴이 콩닥콩닥하면, 그 사람 어떻게 만나고 사냐, 피곤하게... Orz
종국엔 익숙함이 되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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