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0. 00:05

- 탄핵이 가결되면 마냥 좋아서 웃을 줄 알았는데 눈물부터 나왔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가결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아, 저기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다 보고 있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흐느낌이 새어나오려고 했다. 임원회의가 있는 날인데, 자꾸 눈물이 나서, 혼자 훌쩍 거리며 크리넥스 뽑아서 눈물을 닦았다. 트위터에, 왓츠앱 단톡방에, 이것에 대해 이야기나눌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같이 얘기할 수 있다니, 너무 좋아 ㅠㅠ


- B랑 통화하면서 얘기했는데, 기본적으로 그는 내 기분을 좋게 하려고 대화를 하긴 하지만, 그런 의도와 상관없이 그냥 무심결에 던지는 말들에서 내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그러니까 말하는 그의 의도는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언가를 잡아내 버린달까.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무 뜻도 없는 말에 히죽히죽 웃는다. 아,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그는 내가 서운해하는 걸 싫어해서, 내가 서운해할 것 같은 걸 생각하고, 알아채서 그 말을 안하려고 하지만, 전혀 엉뚱한 부분에서 내가 서운해지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그런다. 우리가 다르다는 거 너무나 잘 알지만, 그 다름이 드러날 때 내가 서운해져 버리는 거다. 사소한 부분에서 행복을 잘도 찾아내는 나는, 사소한 부분에서 서운함도 잘도 찾아낸다. 


- 혼자 술을 마시려고 준비 다 해놨더니 남동생이 들어 왔다. 그래서 함께 술을 마셧다. 남동생이 리모콘을 들고 채널을 여기저기로 돌리다가 한 개그프로그램에 맞췄다. 그 프로에서는 박스에서 풍선이 나오는 장면을 연출하며 프로포즈 박스라고 말하더라. 이걸 보다가 남동생과 대화.


누나, 꼭 저렇게 해야 하냐?

아니, 안그래도 되지.

꼭 저렇게 이벤트 해야 해?

아니, 나는 저런 이벤트 너무 싫어. 그런데 저걸 너무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아.

풍선 같은 거 저렇게 불어야 되나?

너무 싫지.

무릎은 꿇어야 되나?

난 이왕이면 무릎 꿇고 했으면 좋겠는데,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좋은 스테이크랑 좋은 와인 먹으면서 좋은 반지 줬으면 좋겠어.

스테이크에 반지를 숨기면 어때?

절대 안되지, 반지에 음식 묻잖아, 왜그래? 그리고 왜 음식 가지고 장난쳐? 난 음식에 반지 넣어서 장난 치는 거 진짜 세상에서 제일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 빵 터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겁나 흥분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 반지에서 육즙 씻어내야 되잖아...왜 스테이크에 반지를 숨겨. 아이스크림, 케익, 그게 뭐든 거기다 반지 숨기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드러워 죽겠네 ㅋㅋㅋ그냥 줘 ㅋㅋㅋㅋㅋㅋㅋㅋ 



- 지금 이게 문제가 아니야. 나 자야 된다. 자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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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