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내가 데이트했던 남자가 나왔다. 나는 그와 만나지 않는 사이인데 가족들과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거다. 나는 싫었다. 그를 오랜만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 반가운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서 오랜만이네 잘 지내죠, 하고는 잠깐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꿈속에서 나는 혹여 우리가 인사 나누는 것을 누가 볼까 두려웠다. 내 가족이 보게 될까 두려웠다. 나는 내가 이 남자랑 데이트했다는 사실을 내 가족들이 알지 않기를 바랐다. 다행히 엄마랑 여동생은 저쪽에서 다른 책을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가 누군가와 알은척 하는 것을 보지 못했고, 나는 그에게 그럼 안녕, 하고는 돌아서서 서점 바깥으로 나가 다른 가족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여동생이 곧이어 나왔는데, 여동생은 내게 '언니가 만났던 남자 봤어' 라고 하는게 아닌가. 어? 그럴 리가 없는데? 니가 어떻게 알고 봤다는 거야? 놀라는 내게, 그가 먼저 인사를 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키크고 잘생겼더라' 하는 거다. 어?? 너 잘못본 것 같은데?? 나는 키크고 잘생긴 남자랑 데이트한 적이 없는데?? 했는데 그 뒤에 이어진 그에 대한 설명(그에겐 동행이 있었다)으로 여동생이 내가 데이트했던 바로 그남자랑 마주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랬구나, 만났구나. 그런데...잘생겼다고?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잘생긴 남자일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근사한 남자일 수도 있겠어. 그렇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도 아니다. 그를 멋있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나중에야, 아주 나중에야, 내가 사랑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드러내기가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어디에서 마주쳐도 좋을 거라는, 그것이 부끄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나는 연애를 하는 동안 내 연애에 대해 글로든 말로든 감춰오는 편이었는데, 그것은 나의 성격이 내 연애를 떠벌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대중교통이나 길을 걸으면서 손을 잡는 게, 그걸 누가 안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나는 그저 내 성격 탓인줄로만 알았던 거다. 그러나 나는 돌이켜보면, 내 연인들을 그다지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게 연애는 심심풀이 같은 것이었나...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은 연인이기에 으레 해야하는 것이지, '이 남자랑 손잡고 다니는 나'를 내가 아는 사람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이 모든게 내 성격 탓이기도 했지만, 내가 딱히 상대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 자랑스럽지 않음은 상대가 못나서가 아니라, 역시 내 문제인데, 나는 그들에게 '반해서' 사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대체적으로, '나를 좋아하는 그리고 대화가 통화는' 사람하고 사귀어왔던 거다. 내가 그들에게 원하는 건 그게 전부였던 것 같다. 그거면 됐던 것 같고, 그렇게 연애를 하다보니 그 연애가 나의 일상이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엇이 될 순 없었다. 어쩌면 그게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연애를 가장 중심에 두지 않는 것. 연애가 딱히 중요하지 않아서 연애 상대에 대해 어떤 큰 기준이라든가 제약 같은 게 없이, 그저 날 좋아하고 대화가 통하면 진행시켰던 것 같다. 그건 그렇고,
방금 전에 실장님이 교정지를 주고 가셨다. 꺅 >.<
주말에 내가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펼쳐봤는데, 우앙, 머리말도 너무 좋고(내가 썼다 당연히), 첫꼭지 읽어봤는데 넘나 재미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수 있겠어!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이 재미있어서(응?) 기분이가 좋아지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