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기쁘게 하는 건 요가 밖에 없기 때문에 자꾸 요가 얘기를 하게 되는데, 사실 이것도 요가 자체가 기쁘다기 보다는, 요가를 하는 내 자신이 예뻐서 기쁜 게 더 큰 것 같다.
엊그제 요가는 내가 기대한 만큼의 무언가를 주지 않았지만, 요가 자체는 내가 요즘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단 가면 요가 수업 내내 음악을 틀어주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다. 여전히 나는, 물론 시작한지 2주 밖에 안됐지만, 동작에 서투르고 잘 따라지 못해 초조한 마음이 크다. 나도 잘하고 싶다, 유연하고 싶다, 어려운 동작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들어서, 아아, 내 안에 자라나는 욕심, 이러고 스스로를 다독이려고 하는데, 그럴 때 요가 수업의 음악은 큰 도움이 된다. 그간 헬스장이며 기체조며 등록했다가도 자꾸 안갔던 것, 핑계대며 빠졌던 것은, 내가 그것들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다할 기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데, 요가는 자꾸 '수업 들으면서 힐링해야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참,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내가 이렇게 요가를 등록하게 될 줄도 몰랐고, 요가 수업의 명상 음악들을 좋아할 줄도 몰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이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른다니까?
내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잘하고 싶다'라는 무리한 욕심인 것 같다. 아직 2주 밖에 안됐고, 게다가 나간 걸로 치면 네 번 밖에 안됐는데, 뭘 그렇게 벌써부터 초조해하고 그래. 내가 이런 사람이었던가.. 나 욕심이 이렇게나 많아, 자꾸 깨달아가는, 그동안 나에 대해 몰랐던 면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도 긍적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가를 가면 뭣보다 좋은게, 좋은 음악과 힐링되는 기분 그리고 흘리는 땀..같은 것 때문이라기 보다는, 예쁜 요가선생님들 덕분이다. 어제도 집에 가서 엄마한테 '엄마 세상 모든 예쁜 여자는 요가학원에 다 있는 것 같아' 라고 말했는데, 그동안 들은 선생님들이 달라서 그동안 몇 명 만났지? 세 명인가 네 명인가 선생님들한테 배웠는데, 다 진짜 하나같이 너무 예쁜 거다. 요가라는 운동의 특성 때문인지 다들 말도 가만가만 조곤조곤하게 해주시고, 몸에 딱 달라붙는 요가복을 입은 몸도 너무 예쁜 거다. 근육이 좀 잡힌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 그 몸이 요가를 해서 만들어진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 뭔가 후광효과도 있어.
어제는 내가 선생님들 이름을 외우지 못했기 때문에, 배웠던 선생님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로 20:20 수업에 헐레벌떡 갔다. 사실 21:40 수업을 가려고 가기 직전까지 생각했었는데, 전날 테라피를 들어서 또 듣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필라테스를 선택해 부랴부랴 간거였다. 그런데 오! 지난번에 좋은 느낌을 줬던 선생님이 필라테스를 하고 다음 클래스의 테라피까지 하네? 나는 완전 씐나는 기분이 되어가지고 엄마랑 남동생한테, 한타임 더 듣고갈 수도 있다고 문자를 넣어두었다. 그렇게 필라테스를 하고나서 밖에 나가서는 한 수업 더 들을게요, 얘기를 하고 세수를 한 후에 엄마와 남동생한테 '하나 더 듣고 가니까 집에 열한시 좀 넘어야 들어갈거야~' 라고 연락해두고는 한 수업 더 들었다. 그런데 ㅋㅋㅋㅋㅋㅋㅋ 실수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너무 예쁘고 좋아서 내가 씐나서 듣겠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사랑이 사람을 이렇게 망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앉아있는 것도 힘들 정도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관절 부러질 것 같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상태로 한시간 어떻게 듣나 싶어서 중간에 자꾸만 '그냥 나갈까' 생각 겁나 했는데, 아아, 요가의 꽃은 마지막 쉬는 시간이라서, 그 시간을 느끼고 싶어 꾹 참고 했더랬다. 다 하고나서 샤워를 마치고, 아아, 힘들어 미치겠구먼, 내가 미쳤구나, 하고 간신히 샤워를 하고 집에 가려는데, 쌤이 내게 '두 수업 연달아 들으셨는데 힘들지 않으세요?' 다정하게 묻는 거다.
"너무 힘들어요. 이제 다시는 두 개 연달아 안들으려고요"
라고 말하고 같이 웃었다. 아아, 집에 돌아가는데 진짜 팔도 안움직이고 부숴질 것 같은 내가 되었어.... 심지어 목소리도 잘 안나오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지금 무슨짓을 하고 있는건지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계속 쌤 생각했다. 너무 좋아, 너무 예뻐, 너무 다정해...
요가를 하다 보면 내 몸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고 내 몸을 자꾸 보게 된다. 요가복 입은 쌤의 몸도 너무 예쁘고, 수강생들도 모두 저마다 겨드랑이가 매끈한데, 아아, 나만 털있어..... 이래서 자꾸 위축되는 거다. 나는 내가 좋아 털을 기른것이고, 이 털이 나의 몸에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야, 를 나한테 자꾸 속삭이고는 있지만, 매끄러운 겨드랑이가 앞과 뒤에 왼쪽과 오른쪽에 계속해서 보이니, 아아, 나도 털 밀어버릴까...하게 되는 것. 지금 미는 쪽으로 51이다. 안밀고 이대로 지내는 게 49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요가 때문에 털을 밀게 되는 것인가.... 이건 좀 더 지켜봐야겠다.
요가 후에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한다. 개인 부스가 있고 부스에는 거울이 달려 있어서 샤워하는 내내 내 몸을 보게 된다. 엊그제는 샤워를 하는데, 거울로 보이는 내 몸이 너무 예뻐 보이는 거다. 아 예뻐, 이 어깨선좀 봐, 쇄골과 이어진 부분이 예술이야, 그러면서 혼자 감탄하다가, 그 시선이 당연히 가슴으로 내려왔는데, 하아, 시부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크다, 가슴 너무 커...자꾸 이 생각만 드는 거다. 어쩌면 이렇게 클까. 내가 요가 수업 2주째 듣고 있지만, 가슴이 나만큼 큰 여자는 못봤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건 왜이렇게 크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도 샤워하고 거울 보다가 이제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도 않고, 아 이 큰가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또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요가하면 가슴이 작아지려나? 같은 택도 없는 생각도 한 번 해보다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지간에 요가 선생님들 너무 좋아. 특히 어제 사라 선생님 너무 좋아. 사라 선생님 수업만 찾아 들어야지, 어제 요가 학원 나오기 전에 시간표 보면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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