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초에 한 기업으로부터 원고를 청탁 받았다. 자기네 사보에 들어갈 원고를 써달라는 거였는데, 나는 어떤 주제에 대해 써본 적이 없으므로, 흐음, 쓸 수 있을까? 그냥 거절하는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원고료가 20만원이라는 말에, 냉큼 쓰겠다고 답했다. 내가 글로 돈을 벌 수 있다니! 하면서 수락한거였는데, 아아, 주제는 에어컨 이었고, 나는 에어컨에 대해 쓸 말이 1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마감날 되면 뭔가 써지겠지, 하고 내버려두다가, 마감에 임박해 다다닥 써서 보내면서, '어어, 이거 까이겠다'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보내자마자 연락이 왔다. 에어컨에 대해 써달라고 했는데, 이건 에어컨이 등장만 할 뿐이지, 에어컨에 관한 글이 아니라고, 다시 써달라는 거였다. 너무 부끄러웠던 나는 알겠다고 했는데, 아아, 정말이지 어떻게 고쳐야할지 모르겠는거다 ㅠㅠ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어떻게든 써서 보냈는데, 글이 너무 부끄러운 거다. 또 까이진 않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못써서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러운 글. 그래서 그 때 알았다. 아아, 나는 주제와 분량을 정해주면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구나...난 내버려둬야 되는 사람이야...
그리고 오늘, 그 사보에 실린 내 글을 확인했다. 나한테 허락을 받긴 했지만, 본문 중에 내가 '에어컨을 샀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걸 자기네 상점에서 산 걸로 바꾸겠다고 했다. 나는 그러라고 하면서, 아아, 그것은 나의 글쓰기 신념에 위배된다, 싶었던 거다. 이것도 두고두고 걸렸는데, 자기네 형식에 맞춰 글에 약간 수정을 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는데, 아아, 오늘 약간 수정된 글을 보니 부끄럽고 또 부끄럽고 계속 부끄럽고...아아, 내 글쓰기 인생에 흑역사로 남을 것 같다. 원고료가 들어오겠지만, 아아, 나는 기쁘지가 않아 ㅠㅠ 앞으로는 돈 준다 그래도 수락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쓰기 전에는 사보 나오면 온라인에 캡쳐해 올려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나온 사보를 읽어보니 중2가 써낸 글짓기 같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가 이거 볼까봐 너무 겁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의 흑역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프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위에는 며칠전에 써둔 글이고) 어제 엄마가 물었다. 참, 너 그 사보에 실린다는 글 실렸니? 하고. 그래서 응, 하니 돈은 들어왔니? 물으신다. 아니...그건 어차피 6월 말 전에 준다고 했어. 라고 말했는데. 엄마한테도 말했다. 엄마, 내 글쓰기 인생의 흑역사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못써서 누가 볼까봐 미치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라고. 그랬더니 엄마가, 야, 너 이제 그런 글 쓰지마, 하셨다. 쓰기 전에 스트레스 받고 쓰고 나서 또 스트레스 받는데 왜 쓰냐고, 쓰지 말라고. 아아, 나는 이제 이런 글 청탁을 받으면 거절하겠다. 나는 이런 식의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ㅠㅠ 사보에 실리는 글도 못쓰는데, 미쳤나봐, 경향신문에 칼럼 쓸 생각같은 거, 잠깐이지만 왜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돌았어 돌았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엄마가 홈쇼핑을 즐겨보시고, 거기가 저렴하다고 자꾸 거기에서 바지를 주문하시는데, 주문할 때마다 나 아니면 남동생 시켜가지고 진짜 짜증남 ㅠㅠ 그리고 열 번 사면 한 번 만족하고 나머지 다 반품이라, 엄마 어차피 마음에 안드는데 그냥 옷가게 가서 입어 보고 사!! 라고 해봤지만, 옷가게는 비싸잖아, 하면서 홈쇼핑을 포기를 못하신다. 며칠전부터 당신 핸드폰에 씨제이몰이며 현대몰이며 다 앱 깔아달라 하시는데, 깔려고 보니 핸펀 용량 부족이란다. 지울 수 있는 앱은 쓰는 앱이고, 안 쓰는 앱은 지울 수 없는 이미 깔려진 앱이야. 삼성 핸드폰 개구리다고 어제 막 내가 욕을 하고, 그런데 SD 카드는 용량 많던데 어떻게 받는지 모르겠고 시부럴 완전 짜증이 나가지고 이걸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앗! 또 나의 천재적인 문제 해결 방법! 내 아이패드를 엄마 쓰라고 주기로 한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차피 내 방구석에서 밧데리만 닳고 있던 나의 아이패드... 엄마, 나 이거 여행갈 때만 가져가니까, 이거 엄마꺼다 생각하고 써, 하고는 충전방법 알려주고, 다 충전시켜 놓은 다음에 사용방법 알려드렸다. 이거 핸펀보다 화면도 크고, 게다가 엄마가 깔고 싶어 했던 앱 다 이미 깔려있어, 라고 하면서 드렸다. 엄마 넘나 좋아하심. 그런데 엄마 드리기 전에 아뿔싸, 잽싸게 트윗에 들어가서 알림 해제하고 또 알림 설정되어 있는 거 다 해제했다.
이게 아이폰하고 연동이 되어 있어서 일전에 B 가 나 만나러 한국에 오면서 어머님께 심심하면 이거 보시라고 아이패드 드리고 왔다는데, 문자메세지 연동을 해지를 안하고 온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우리가 문자로 한국에서 나눈 대화를 어머님은 호주에서 다 보고 계셨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가 뭐 별 대화를 안했고 ㅋㅋㅋㅋㅋㅋㅋㅋ모르겠다 무슨 대화를 했는지. 어쨌든 그러다보면 프라이빗(?)한 대화도 있었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그거 생각나서 부랴부랴 알림해제한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그거 무서워서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아이패드는 문자메세지 연동을 애시당초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맥북도 마찬가지. 아무튼지간에 그러고나서 엄마를 어제 드렸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긴게 ㅋㅋㅋㅋㅋㅋㅋ충전되자마자 엄마 아이패드에 초집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을 못차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이 야, 엄마 큰일났다 어떡하냐,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 가져, 라고 말하면서, 근데 그거 바깥에 가지고 나가지마, 라고 했더니 엄마가 '비싼 거야?' 물으신다. 어, 엄청 비싼거야, 집에서만 해, 라고 말씀드렸다.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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