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에 약속이 있는데 나는 크리스탈 제이드의 탄탄면이 먹고 싶었고, 서점엘 가고 싶었고, 목욕탕 가서 때를 밀고 싶었고, 오전 열시반타임의 요가를 가고 싶었다. 이 모든 걸 약속 시간 전에 무리 없이 끝내고 약속에 갈 수 있을까, 어떻게 동선을 짜야할까를 고민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토요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 목욕탕을 가서 때를 민다-요가를 다녀온다-잠실에 가 탄탄면을 먹고(어쩌면 소룡포도!) 교보문고를 가서 좀 돌아다닌 뒤에 약속장소인 종로에 간다.
였다. 토요일이니 늦잠을 자고 일어나 요가를 가고 싶었는데, 그럴 경우에 탄탄면이나 목욕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만 하는 거다. 그래서 일곱시 반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목욕가서 때를 밀고 돌아와 요가를 갔다오는 것까지는 했는데, 와, 다시 못나가겠다. 피곤해... ㅋㅋㅋㅋㅋㅋㅋ 어처구니 ㅋㅋㅋ야 못나가겠어. 해서, 약속시간이 될 때까지 집에서 좀 쉬기로 다시 계획을 수정했다. 탄탄면은..다음에.........
아침에 목욕탕 가서 세신을 받았는데, 내가 간 시간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세신 손님이 없었다. 세신해주시는 분은 두 분이었고 내가 자리에 눕자 두 분이서 같이 밀어주신다는 거다. 오? 난 더 좋은데?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누워서 세신을 받는데 ㅠㅠ 오른쪽 해주시는 분이 너무 세게 미셔서, 중간에 내가 목아래 쇄골 부분 그만 밀라고 너무 아프다고 했다. 그랬는데 오른 종아리도 너무 화끈거려서 안되겠다 싶어 중간에 또 오른쪽 종아리 아프다고 그만 밀라고 했는데, 이에 밀어주시는 분은 좀 화가 나신 것 같은 거다. 그런데 내가 종아리를 들여다보는 걸 보며 본인도 내 종아리를 보시더니,
많이 까졌네...
하신다. 네, 님이 그러셨음요 ㅠㅠ 힝 ㅠㅠ 진짜 너무 아파서 나는 "네, 너무 아파요" 했는데 ㅠㅠ 거기만 그런 게 아니라 무릎도 다 까지고 허벅지도 까지고 가슴골도 다 까지고 ㅠㅠㅠㅠㅠㅠ 너무 아파 ㅠㅠㅠㅠㅠㅠ 집에 돌아와서 이걸 어쩌나 싶어 일단 무릎 까진 부분에만 바디로션을 발랐는데 엄청 쓰림 ㅠㅠ 개쓰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바르는 게 답이 아니구먼 어쩌지 ㅠㅠㅠ 이러고 잠깐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서 요가를 갔다. 요가를 한 후 샤워를 하는데, 따뜻한 물이 닿자마자 또 개쓰림 ㅠㅠㅠㅠㅠ 너무 쓰림 ㅠㅠㅠㅠㅠㅠㅠㅠ약국 가서 바르는 약 같은 거 사올까 하다가 그냥 왔다.
세신을 받는데 세신 해주시는 분들이 내 몸을 되게 꼼꼼하게 챙겨보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허벅지 안쪽을 밀어준다거나 할 때, 은밀한 곳까지 나는 죄다 드러내놓는게 되는 거니까. 때 밀어주시는 분들이 내 몸을 내 애인보다, 내 자신보다 더 낱낱이 보겠다, 싶은 생각이 오늘 때를 밀면서 들었다. 그러나 그 분들은 다 됐다고 손님이 인사하고 가는 순간 그 몸을 기억하지 못하겠지? 아무튼 나는 너무 아프다 지금 ㅠㅠㅠㅠ
아침부터 너무 빨빨대고 돌아다녀서 좀 드러눕고 싶은데 남동생하고 나가서 짬뽕 먹고 와서.. 또 드러누우면 안되겠지? 그렇지만 좀 드러눕고 싶으니까... 그래도 드러누워야겠다... 힝 ㅠㅠ 원래 좀 일찍 나가서 교보문고 좀 갈랬는데, 걍... 시간 맞춰서 나가야겠다. 토요일 아침부터 너무 부지런했어. ㅠㅠ
커피 내렸으니 내려놓은 커피는 마시고 그 다음에 드러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