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에 안산에 다녀왔다. 타미는 나를 보자마자 와락 안고서는 놔주려 하질 않았고 정말이지 껌딱지처럼 달라붙었다. 내 손을 잡고 왔다갔다하고 이모이모, 하고 이천번쯤 불러대는 이 조카가 나는 사랑스러웠다. 타미도 내가 이제 가겠다고 했을 때 나를 안고 놔주질 않았고, 화니는 내 앞길을 막아서고 가지말고 나랑 살자, 라고 했다. 나는 이 아이들의 이런 점이 진짜 너무 좋다. 아이란 무릇 이런것인지, 이 아이들이 유독 이런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바로바로 표현한다는 게 새삼 놀랍고 고마운 거다. 어른이 되면서는 점점 자신의 감정을 감출 일이 많아지는데, 그게 어떤 이유든, 그러니까 자존심이 상해서이든 뭐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게 되는 일이 점점 사라지게 되는데, 아직 나의 조카들은 느끼는 그대로를 바로바로 표현한다. 그 점이 나는 몹시도 좋고, 이 점을 아이들이 계속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또한 타미는 입원해서 손에 링겔바늘을 꽂고 있는데도, 그런 채로 빨빨 대고 까불까불하는게 나는 또 너무나 좋다. 그런 점이 유독 나를 사로잡는건지, 아니면 내가 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아이가 뭘해도 좋은건지,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링켈꽂아 지탱하는 바(bar) -그걸 뭐라는지 모르겠다-를 밀면서 타고 다니다가 간호사 선생님께 들켜 혼났다고 했을 때는, 그건 또 그대로 너무 좋아서 자지러졌다. 자신이 입원한 층에서 간호사 쌤께 들켜 혼났기 때문에, 이제 1층에서만 타고 돌아다녀야 한다며, 1층에서 씽씽 밀고 다닐 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진짜 이 아이 너무 사랑해, 속으로 이천번쯤 외친 것 같다.
- 나무군은 나의 마니아가 되겠다고 선언하더니, 정말 그 뒤로 열심히 노력해서, 순위권에 바싹 들어와있다. 곧 1위할 기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여성학 마니아 2위인데, 1위가 ㄹㅈ님이라서 뭔가 앞설 수 없겠군, 하는 생각이 되면서 동시에, 그렇지만 내가 1위하겠다 불끈!! 이러면서 놀고 있는데, 나무군은 자신은 이유경의 마니아 1위가 욕심 난다고 해서 또 히죽히죽 웃었다. 이유경의 마니아는 내가 너무 굳히기 하고 있어서 곤란할 것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무군과는 올해가 가기 전에 책 두 권을 같이 읽기로 했는데, 이것도 너무 좋다. 둘다 '읽어야겠지만 엄두가 안난다'고 했던 책이라 읽기를 미뤄왔는데, 그렇다면 같이 읽어보자, 하게된 것. 이런 거 너무 좋음 ㅋㅋㅋㅋㅋ 아, 책 사야 되는데...
- 지난주였나 꿈을 꿨다. 친구와 내가 둘이 전시회에 갔는데, 전시회에서 마주친 한 남자가 내 친구를 통해 내 연락처를 알고 싶다는 거였다. 그런데 꿈속에서 나는 '나한테 뻑갔나?' 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뭐지 그 새끼, 왜 늙은 나에게 그러지? 사기꾼인가?'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거다. 그래서 친구가 '니 연락처 알려줘도 돼?' 이러는데 알려주질 못하고 '사기꾼 새끼..' 이러고 있었다능.... 나는 아직도 내 안의 코르셋을 다 벗어내지 못했고, 그건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 노력하겠지만, 아직까지도 내 안에는 '이렇게 늙은 여자한테 반할 리가 없잖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지난주에 친구들 만나서도 그런 얘길 했다. 겨드랑이 털에 대한 얘기였는데, 친구1은 자신은 털없는 자신이 더 좋다는 거다, 그래서 그게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얘기였는데, 나는 '털을 밀기 싫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털을 밀기 싫은데, 털 있는 겨드랑이를 자신있게 들춰보이고 다니질 못해서, 내가 코르셋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갈 길이 아직 멀다.
- 요가를 다니는 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었고 나의 의지, 나의 실천이었지만, B 가 너무 좋아한다. B 는 운동을 여러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운동하는 사람도 좋아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내가 요가를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 B 좋으라고 내가 요가를 다니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건 좀 좋다. 뭔가 계속해야 할 동기부여도 되고...
이번에도 만났을 때 둘다 요가를 아는 몸이 되어 있어서, 말이나 동작을 서로 알아듣고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건 섹스를 할 때도 영향을 미쳤지만, 19금이므로 패쓰하겠다. 여러분, 요가는 섹스에 '큰' 도움이 됩니다.
- 어제 여섯시반부터 잤는데 꿈을 꿨다. 꿈에 B 랑 내가 외국에서 만났다. 그곳의 술집에 둘이 함께 들어갔는데, 이미 거기에서 우리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여러명의 여자사람들을 B 가 알고 있었다. 자연스레 그와 나는 그들과 합석하게 되었는데, 한 여자가 일어나서 나가버리는 거다. 나는 그녀와 B 의 관계가 수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차마 묻지는 못하고, 저 분은 나가시네요, 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그 모임의 한 여성분이 얘기했다. 아마도 나와 B 의 관계를 몰랐던지, 아니면 알면서도 부러 그러고 싶었던건지, 어쨌든 B 를 평소에 싫어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나간 여자와 B 가 사귀는 사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B 가 너무 싫은게, 지금 나간 그녀가 '맥심'지의 모델이기도 했는데, 그 점에 대해 뿌듯해하며 자랑하고 다녔고, 그래서 그녀랑 섹스한 사실에 대해서도 막 얘기하고 다녔다는 거다. 그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하며 그녀는 B 가 싫다는 걸 아주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이에 화난 B 는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니, 저 남자가... 정말 그랬다고?? 하면서 내가 꿈에서 엄청 당황하고, '그런 B 라면 진짜 별로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꿈을 왜 꿨을까... 어쨌든 오늘 아침에 이 꿈얘기를 그에게 해줬는데, 내 꿈속의 그 자신이 그도 싫다고 했다. 너무 빻은 짓 하고 다녔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뭐냐고, 실제로 맥심지의 모델을 사귄 적도 없고, 누구랑 잤다고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 몸매평가 같은 거 안할라고 한다고, 무슨 그런 짓들을 했냐고 그러는데, 나는 내가 이 꿈을 왜 꿨나 곰곰 생각해봤다. 꿈이야 뭐 개꿈이려니, 특별한 의미 없겠지만, 어쩌면... 모든 나의 스트레스와 고민들이 다 뒤죽박죽 되어 나온 꿈이 아닐까. 게다가 내가 지금 그에게 번번이 프로포즈 하고 있는데 퇴짜맞고 있어.... 그래서가 아닐까....내가 쿠알라룸푸르에서 불법체류자가 되어 함께 살자고 했는데 거절 당했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내가 쿠알라룸푸르에서 요가 선생님 하면서 근근이 먹고 살자고 했는데, 그도 퇴짜 당했다... 이 남자는 뭐가 이렇게 바라는 게 많아. 그는 근근이 살고 싶지 않다고 했어...왜 굳이 불법체류자 아니면 근근이 먹고 살아야 하냐며.....
하아. 다음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으로 찾아가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