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는 정말 푼수 같았다. 그러니까 20:00 요가를 가야했는데, 집에 갔다가 옷 갈아 입고 가려면, 일단 퇴근 후에도 집까지 종종걸음으로 미친듯이 가야하고, 가서도 후다다닥 옷을 입고 다다다닥 뛰어서 요가센터까지 가야 하는 거다. 그래서 에헤라디여, 그냥 아침에 옷을 싸들고 갔다. 바로 요가센터로 가서 옷을 갈아 입으면 바쁘게 뛰지 않아도 되고 여유로울 테니까. 앞으로 20:00 요가는 그렇게 가야겠다, 결심하면서, 아아, 내 인생에서 요가는 점점 더 중요해지는가...하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요가가 인생에 끼어들고 나니, 누군가와 대화할때든 요가에 대해 말하는 일이 많아진다. 최근에는 출판사 대표님이 요가 배우고 싶다 하셔서 요가 얘기 실컷 했는데, 사람은 역시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서 많이 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요가 센터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기 위해 탈의실로 가다가, 8월달에는 내가 시간상 듣지 못했던 p 쌤을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하고는, '제가 이번 달엔 선생님 수업을 못듣네요, 시간이 안맞아서요' 라고 말했는데 쌤은 '시간 맞을 때 들으시면 되죠,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라고 하시는 거다. 이 쌤은 휴가를 내고 스페인에 요가하러 일주일간 다녀오셨었는데, 이 쌤 뭐랄까, 점점 더 좋다. 얌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분이신데, 나는 가급적 이 쌤 수업 듣고 싶은데.... 8월엔 시간이 메롱이여...
그리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전타임 끝난 시간과 겹쳐서 탈의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러다가 내 바로 옆에, 내가 요가센터에 등록하던 바로 그 날 바깥에서 마주쳤던, 그래서 내가 말을 걸었던 바로 그 여자분이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까 내가 등록하고 나오는데 마침 요가를 마치고 나오던 여자1이 있었던 거다. 젊은 여자분이었는데, 그때 내가 '요가한 지 오래되셨어요?' 하고는 말을 건거다. 나는 뭐지 ㅋㅋㅋㅋㅋㅋㅋ 걷다 보니 집 방향이 같길래 조금 같이 걸었는데, 그 분은 3개월 됐다, 살은 3키로 빠졌다, 먹는 걸 좋아해서 살빼기 힘들다,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하니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등등의 얘기를, 처음 등록하고 두려움에 쪼그라들었던 내게 해주었던 거다. 그런데 내가 요가시작한지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 분을 탈의실에서 딱 만난 것. 그런데 인상이 초큼 달라져 있었다. 그땐 되게 밝게 혹은 해맑게 보였는데, 어제는 좀 어두워 보였달까. 어쨌든 내가 눈이 마주치고서는 "어? 저 등록할 때 그 분??" 이라고 했더니 그 분이 맞다고 하시는 거다. 그러면서 나보고 살 빠졌다고 얼굴 홀쭉해졌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예요 안빠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이러면서 서로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자기도 이제 반년 됐는데 5키로 빠졌다며 ㅋㅋㅋㅋㅋㅋ먹는 거 너무 좋아해서 안된단다. 그래서 나도 '저도 술하고 안주 너무 좋아해서 안돼요'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다가 나는 항상 이 시간대나 되어야 올 수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일찍 수업을 들을 수 있냐 물었더니, 퇴근이 2시 혹은 6시라서 내 전타임을 들을 수 있다는 거다. 그렇구먼... 그래서 '아, 그래서 한 번도 뵌 적이 없군요' 이랬더니, '지난번에 한 번 봤어요' 이러는거다. 네?? 본인이 8시 수업 온 적 있었는데 나 있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 봤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센터에서 쌤에게 가서 말걸고 다른 학생에게도 막 말걸고 그러면서 나 좀 푼수같나? 막 혼자 이런 생각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가를 하다가 우울해졌어.
그러니까 어제는 처음 듣는 수업이었는데, 빡센것도 빡센거지만, 내가 동작이 잘 안되는 거다 ㅠㅠ 안되니까 짜증이 나고 우울하고 신경질이 나고 막 그랬어. 선생님이 머리 서기 시범 보이고 또 그거 되는 사람들 있어서 멍하니 보면서, 아아, 나는 뭔가, 나는 왜 안돼, 나는 저게 언젠가는 되긴 할것인가...우울해졌어. 보통 요가를 하는 도중에, 그리고 요가를 마친 뒤에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며 나오곤 하는데, 어제는 그게 안되더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사람은 할 줄 아는 걸 하면서, 스스로 잘한다는 자각이 있을 때 기쁜 것이여. 해본 게 지난번보다 조금이라도 잘 되는 것 같으면 그렇게나 좋더니, 처음 해보면서 안되니까 짜증짜증 세상 짜증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에잇.
무리한 욕심과 짜증을 좀 버리는 걸로 8월의 테마를 정했다. 8월을 고작 일주일 정도 남겨둔 이 마당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가 8월엔 휴가 한 번 갔다왔더니 되게 급한 마음이 되어가지고, 계속 자꾸 '바빠바빠' 이렇게 되는 거다. 조금 릴렉스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8월의 남은 날들은 좀 여유롭게 마음을 다스리자, 라고 생각했지만, 내일은 리베카 솔닛 강연 가고 주말엔 타미 병문안 가고....
타미는 1인병실을 쓰고 있다. 여동생이 입원했을 때도 그랬고, 언젠가부터 그 가족은 1인 병실을 쓰게 됐는데, 1인 병실은 진짜 세상 편하다. 6인실 8인실 이런데보다 편한거야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 그런데 돈이 많이 든다. 타미나 화니가 입원했는데 다인실이면 아이가 편히 쉴 환경이 마련되질 않는다. 진짜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울기 때문에. 그래서 만약 입원하게 된다면 이제부터 1인병실로 하자, 라고 나름 여동생네 가족이 그렇게 생각했고 하고 있는데, 이게 돈이 만만찮으니 참 부담되겠다 싶더라. 아니나다를까, 본인이 입원하게 되면(안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자기는 다인실을 써야겠다고 울엄마한테 얘기를 했나보다. 지금 현재 여동생네 가족은 제부 혼자 돈을 벌고 있는데, 이래저래 돈나갈 일이 진짜 많을 거다. 게다가 제부는 가족들이 먹고 싶다는 거, 사고 싶다는 거, 가급적 다 사주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주말에 병문안 갈거지만 뭐랄까, 약소하게나마 조금 보태주고 싶어서, 남동생하고 술을 마시다가 '제부한테 돈 좀 보내줘야겠다, 타미 간식이라도 사주라고, 병원비 너무 부담될 것 같아' 했더니, 남동생이 '내 것까지 같이 보내' 해서는 내가 한 번에 송금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테니까.
타미는 입원한 후에 속상해서 자꾸 운단다. 아파서가 아니라, 아픈 게 속상해서. 태권도도 못가고 영어도 못하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울엄마가 타미네한테 가있어서, 타미 병실에는 울엄마,여동생,제부가 돌아가며 간호하고 있는데, 어제는 타미가 울엄마한테 그러더란다. 그래도 자기가 아픈 게 다행이라고. 울엄마가 그 말을 듣고, 타미야, 그게 왜 다행이야? 물었더니,
"할머니는 허리 아프잖아. 허리도 아픈데 이렇게 또 아프면 어떡해. 내가 아픈 게 다행이지."
하더란다. 아니, 이 여덟살 꼬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거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참나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오늘은, 원래 있던 약속이 미뤄지고 다른 약속이 급 생기는 바람에 술을 마시러 갈건데, 오랜만에 만나는 여자1과 19금 얘기 잔뜩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