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2. 08:59

-지금은 절판된 책 중에 '줄리아 퀸'의 《신사와 유리구두》란 작품이 있다. 줄리아 퀸은 하버드를 졸업한 작가인데, 톡톡튀는 대사가 일품이라, 주인공들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몇 번은 반드시 웃게 되어 내가 좋아하는데, 이 시리즈로 구성된 로맨스 소설에서 이 작품, 신사와 유리구두를 내가 제일 좋아한다. 주인공들의 대사가 가장 톡톡 튀는 작품. 그래서 이 책은 사서 몇 년간 소장했었는데 이제는 없는 걸 보면 아마도 팔아버렸는가 보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인용을 못하겠네. 어쨌든.


남자는 귀족 출신이고 여자는 서자 출신이라 귀족이 될 수 없어 남자네 집의 일을 돕는다. 그러다 남자와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당시의 시대적 배경으로는 남자에게 '첩'이 허용되었으므로, 남자는 이 '서자'이며 '하인' 출신의 여자를 첩으로 삼고 싶어한다. 여자랑 대화하는 게 너무 즐겁고 이 여자랑 너무 자고 싶고 다 너무 좋은데, 여자의 신분이 자기와 다르니까. 만약 이여자를 '아내'로 삼는다면 세상이 시끄럽게 떠들테니까. 


그러나 여자입장에서는 첩이 되고 싶지 않다. 자기도 이 남자가 너무 좋고, 이 남자랑 함께 있고 싶지만, 첩으로써 함께 있고 싶진 않다. 그녀는 매번 자신이 첩으로써 있고 싶은게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남자랑 섹스할 단계까지 갔어도 언제나 안된다고 한다. 여기서 이 남자랑 자버리면 자기는 그냥 이 남자가 원하는대로 첩이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이러저러한 시간들과 사건들이 흘러가고, 둘이 한 공간에 있게 되고, 그러다가 여차저차하여 격렬한 섹스를 하게 된다. 여자로서는 첫섹스였고, 자신이 섹스를 했다는 것과 거기에 따른 쾌감과 기타등등의 생각들로, 섹스 후에 뭔가 복잡해지는데, 남자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격렬한 섹스였으므로 진짜 꼼짝할 힘이 없다. 여자는 섹스 후에 남자 옆에 누워 있으면서 남자의 이름을 부른다. 남자는 자신이 섹스를 했던 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이 여자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음을 알리긴 알려야겠고 그런데 정말이지 꼼짝도 할 힘이 없어서 이걸 어떻게 표시할까, 내가 니 말 들었어 살아있어, 이걸 어떻게 알릴까 하다가, 새끼손가락을 까딱 하는 장면이 있다. 그게 그 당시의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내가 이 얘기를 왜 했냐하면, 그러니까 갑자기 이 소설의 새끼 손가락 까딱 하는 장면이 왜 생각났냐 하면,


어제 요가를 마친 내가 그랬다. 아놔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핫요가였는데, 진짜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막판에는 '아 빨리 끝나라' 하는 기분이 되었고 '나 이제 요가 안해' 이런 기분이 되었던 거다. 그러자 갑자기 줄리아 퀸의 소설이 똭- 생각나면서, 아아, 요가를 끝마치고 나오는 나는 진짜 손가락 하나만 간신히 까딱할 힘이 남아 있는 그런 상태였달까. 어제 너무 와인 마시고 싶었고, 혼자서 홀짝홀짝 나만의 감상에 젖어 와인 한 잔에 취하리라~ 같은 거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와인을 오픈할 수도, 마실 수도, 안주를 준비할 수도 없는 거다. 흙흙 그래서 줄리아 퀸 소설 속의 그 남자가 지금의 딱 이런 상태였겠구나, 싶었던 것. 흙흙


그래서 내가 오늘은 요가를 안갈 거야, 쉴 거고, 이번 주에는 그러니까 어제를 포함해서 수요일과 토요일, 이렇게 세 번 가는 게 목표다. 목요일엔 약속 있어서 안되고, 금요일엔 리베카 솔닛 강연 들으러 가야 해서 못가. 인생... 



이왕 써둔 거 저 책의 결말에 대해 얘기하자면, 여자는 어차피 섹스를 해서 이제 다른 남자를 사귀지도 못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의 첩이 되기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난 첩 싫어!' 의 태도를 유지하는데, 남자는 '아 진짜 이 여자 아니면 안되겠다' 하고 그 여자랑 결혼한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동네가 들썩일것 같아서, 그녀와 결혼해서는 시골로 내려간다. 결국 여자는 첩이 아닌 아내가 되었고,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나도 그렇다. 어릴 적에는 좋아하는 사람의 옆이라면 세컨드라도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세컨드로 있느니 포기하겠어. 세컨드는 답이 아니다.



아무튼지 간에 오늘은 와인을 마시겠어.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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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