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1이 최근에 데이트한 남자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 남자와의 섹스가 완전 별로였는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콘돔 사용의 문제였다고. 그러니까 콘돔을 착용하겠다고 했고 그래서 여자가 그래라, 했는데 착용하면서 '쌀 때는 뺄게' 라고 했다는 거다. 그래서 여자가 너무 놀라서 '빼지마!'라고 했다는데, 이 얘기 듣고 나는 빵터져서, 아니 콘돔이 뭐하는 물건인지 모르나, 라고 웃다가, 어쩌면 그 남자는 콘돔의 느낌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말했다. 여자1은 '이를테면 양말 페티쉬같은건가' 라길래, '그렇지, 콘돔이 자기 고추를 감싸는 느낌에 희열을 느끼는 거 아닐까, 콘돔 착용은 그런 의미...' 라는 대화를 하다가 한참을 웃었다. 그가 자신이 부유한 사람이며 그런 자신을 선택하면 상대가 편할거라고 자꾸 어필한다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왜 그는 자신이 가진 본질적인 매력에 대해서 어필하려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본질적인 그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 같은 건 없었나보다. 그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부유함이었던 듯.
세상엔 정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 어제 퇴근길에 타부서의 과장을 만났다. 자신에게 스벅 1+1쿠폰이 있고 그것의 유효기일이 어제로 끝이라며 함께 커피를 마시자는 거였다. 저녁에 커피는 안마시는데...라고 했더니 그럼 커피 말고 다른 거 마실까, 하다가, 그렇지만 체리블라썸은 너무 싫어, 라고 하다가, 내가 집에 가는 길에 햄버거를 먹을 계획이었다는 게 생각났다. 콜라 대신 물을 사서 마시려고 했는데, 으응, 커피를 마시면 되겠구나 싶어서, 그럼 그냥 커피 마시자, 하고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 들고 걸었다. 스벅에서 나온지 얼마 안돼 타부서 과장과 헤어지고 쭉 혼자 걸었는데, 걷다가 나온 버거킹에 가서는 할라피뇨스테이크버거를 시켜두고 커피와 함께 먹었다. 후렌치후라이도 먹고 싶었지만, 그러면 저녁 식사가 너무 거할 것 같아 참았다. 역시나, 아니나다를까, 먹다가 빵이 너무 싫어져서 집어 던져 버리고 안에 내용물만 먹었는데, 그래서일까... 집에 도착하니 배가 고프더라. 에잇 제기랄. 햄버거 하나 따위로는 배가 안차는구먼...
이 커피 때문인지,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아서인지 어젯밤엔 잠이 오질 않았다.
-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고, 술을 마시면 너무 피곤하고..이게 반복되어서 술을 마시지 않고 잠 자는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잠이 안오면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그게 너무 싫어.. 어제는 잠도 안오겠다, 그래, B 의 나쁜 점을 생각하자, 나쁜 점을 생각하면 나는 이 이별을 받아들이는 게 더 쉬울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쁜 점을 떠올리는데, 나한테 초콜릿을 사준 적이 없다는 것만 생각나는 거다. 내가 그렇게나 초콜릿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한 번도 나한테 초콜릿을 사준 적이 없어. 몸에 좋으라고 견과류만 사주고, 초콜릿을 안사줬다. 이게 너무 서운한거다. 나 초콜릿 정말 좋아하는데, 왜 초콜릿을 안사줬지. 왜 견과류만 사준거야, 초콜릿을 사줬어야지. 역시 사랑하는 능력은 내가 더 뛰어나.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그 시간동안 초콜릿을 한 번도 안사주냐 어떻게... 라고 생각하다가, 아니, 무슨 나쁜 점 생각하는데 초콜릿 안사준 것 밖에 생각이 안나냐, 라고 생각이 연장되니 더 힘들어졌다. 그래서 그냥 눈을 감고 또 울었다.
- 요즘엔 다시 퇴근길에 걷고 있다. 예전엔 양재에서 강남을 거쳐 역삼까지 걷거나 선릉,삼성까지 걸었는데, 요즘에는 그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걷는다. 일전에 강남까지 걷고 지하철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짜증난다고 했던 나의 말에, 나의 여행친구 d 가 완전히 다른 루트로 걸어보면 어떻겠냐고 했던 것. 그러면서 추천해준 코스가 있었는데, 지난달에 처음 해보고 오오, 이렇게 걸으니 집에 더 가까워지고 지하철에 사람도 많지 않은 거다. 회사에서 출발해 걷고 지하철을 탈 때까지 한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어제는 걸으면서 으음, 나는 클레르가 된 것 같군 했다. 물론 클레르는 열시간 이상을 걷곤 했지만...나는 회사 다녀서 그렇게 못걸어.....
- 오늘은 친구네 회사 앞으로 꽃구경 가기로 했는데, 비가 멎고 날이 좋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 꽃잎들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갑작스레 활짝 핀 벚꽃나무들이 나란히 서있는 길을 보노라면, 너무 눈이 부시다. 그 찬란함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