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14. 11:16


- ㅎㅎ 오늘 선물 받은 고급진 초콜릿이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받게 된 가장 고급진 초콜릿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너무 고급져서 먹기가 아깝다. 특히 맨 위엣줄 가운데에는 포장지 같다고 해야하나, 생긴 것도 예쁘네. 저마다 다른 초콜릿이라서 누구랑 나눠먹을 수가 없겠다. 그냥 혼자 다 먹어야지. 하하하.

이 초콜릿을 선물받고나니, 나를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내게 초콜릿을 선물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초콜릿을 선물받지 못했던 나를 위로하려는 듯, 최근에 초콜릿 선물을 엄청 받았다. '내가 줄게' 라고 말하는 것처럼 친구들이 초콜릿을 선물해준다. 심지어 초콜릿 푸딩도 받았다. 유통기한이 짧았던 어떤 초콜릿은 날짜가 지나도록 먹지도 못했다. 

이 초콜릿을 선물한 친구는 내게 '초콜릿은 사랑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 요즘에는 내 전남친중 하나인 H 생각을 매일 한다. 그가 잘 사는지 궁금하다. 그가 잘 사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내게 있는 죄책감 때문인데, 그는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지 않았던 남자이며, 내가 나를 막 대할 때 만난 남자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그는 나를 너무나 좋아해서, 그걸 내가 알아서 정말 미안하다. 나는 사람 때문에 힘이들무렵 그를 처음 만났고, 그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우리는 운명이야'라는 그의 말을 그냥 덥썩 주워 먹었다. 그래, 네가 나의 운명이라는 생각은 안들지만, 내가 너의 운명이라면 그대로 가보지 뭐, 하는 생각이었달까. 그래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후딱 그랑 결혼할 생각도 했었다. 그러면 모든 게 다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것 같아서. 내 아픈 마음도 가시고, 사랑도 받고, 삶 자체가 무난할 것 같아서. 사실은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계산도 했다. 이 사람한테 사랑 받고 나는 다른 사람 사랑하면 하는 거지, 뭐. 하는. 


그래서 너무나 미안했다. 헤어지고나서 죄책감이 너무 컸다. 그와 헤어지고난 후 나에게 가장 많이 남는 감정, 가장 크게 남는 감정이 죄책감이다. 내가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그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내가 나를 막대하는 바람에 그에게도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고, 그래서 잘 사는 모습을 보고싶은 마음이 크다. 나 아니어도, 그러니까 내가 그를 아프게 했어도, 그가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러나 나는 그의 번호를 핸드폰에서 지웠고, 와썹에서도 차단한 상태라 어떻게 연락할 수가 없으며, 그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한다. 받았던 이메일도 다 삭제해서 이메일 주소도 모른다. 사실 연락하려고 굳이 노력한다면 할 방법은 있겠지만, 이제와 불쑥 잘 지내느냐고 묻는 건, 그에게 실례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그에게 잘못해서, 그리고 잘 못해서,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사귀어서, 그에게 아픔을 줘서, 그래서 내가 지금 불행해졌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때 잘못한 거, 지금 벌받나.. 라는 생각. 너도 아프게 했으니 너가 이제 아플 차례야, 하는 생각. 불행하다는 느낌이 들이닥치자 H 생각이 났다. 살면서 한 번도 '불행'이란 단어와 가깝게 지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지금 불행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H 생각이 났다. 나 때문이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그를 그렇게 아프게 하는 게 아녔어, 나는 처음부터 그를 사귀면 안되는 거였어....


처음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고, 두 번째 만났을 때에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상대의 장점을 찾고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어 상대에게 말할 줄 아는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 그 때도 그 능력을 발휘했다. 그의 장점을 보고 그걸 입 밖에 내어 말하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내 안의 많은 말들을 무시했다. '동성애자들은 아픈 거라고 생각해, 아픈 사람들을 미워하면 안되지'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을 때, 그 때 우리가 사귀던 초기에 그 말을 듣고 내가 멘붕에 빠졌을 때, 더한 어떤 말도 듣기 싫어 내가 화제를 돌렸을 때, 사실은 그때 그냥 그를 멀리 했어야 했는데.... 내가 진짜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죄책감에 어쩔 줄을 모르겠다. 그래서 그가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가 잘 지내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반면, 그를 보기 싫다. 사귀었던 사람에 대한 애틋함 같은 게 남아있는 게 아니라, 뭔가 '싫다'는 느낌이 있어서, 죄책감을 빼고나면 좋은 느낌이 없어서... 사실은 만나고 싶지는 않다. 정나미는 뚝 떨어져버려서..... 그냥 누군가로부터 '그가 잘 살고 있더라' 라는 말을 들으면 딱 좋겠는데, 그와 나 사이에 다른 어떤 교집합도 없어서 들을 수가 없네.


죄책감이 가득 들어찰 때면, 이건 그의 몫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는 그 때 그 무렵 나를 만났어야 했고, 나를 좋아했어야 했고, 나로부터 호되게 아픔을 당해야 했던 그의 몫이라고. 그가 이겨내야 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왜 하필이면 그 때 나를 만나 마음 고생을 하게 됐을까, 안쓰럽지만, 그의 인생의 그 시점에서 나는 그런 식으로 위치 했어야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 착한 남자가, 그 순한 남자가, 헤어지고나서 친구로 지내는 것도 내가 거부할무렵, 나에게 쌍년 이라고 말했더랬다. 나는 내가 그 말을 들어도 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무서웠다. 나는 헤어진 전남친들이 무섭다. 내가 헤어지자고 말했던, 그래서 나로부터 상처를 받았던 남자들이 무섭다. 


시간이 지나도 이 죄책감은 없어질 것 같지가 않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죄책감으로부터 내가 뭔가 배우는 게 있게 될테니까. 불행하다고, 아프다고, 그렇다고 나를 그냥 막 대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막대하면 결국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상처를 줄 뿐이니까. 또다시 그 끔찍한 죄책감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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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