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1의 일기를 보고나니 같은 시기에 나랑 정반대의 생각을 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지갑얘긴데, 친구1은 지갑-나랑 같은 지갑을 갖고 있다- 대신 카드 지갑을 간편하게 들고다녀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보았더니 전혀 불편하지가 않더라, 가방도 작은 걸 들고다닐 수 있게 됐다, 고 썼는데, 아아, 나는 정확히 어제 '지갑 하나 더 살까' 생각을 했던 거다. 아하하하. 우리가 가는 길은 이렇게 다르군요! 그러니까,
한달전이었나, 사용하던 지갑의 지퍼 부분에 도금이 벗겨져 백화점에 가 맡겼더랬다. 이거 수선 가능하면 해주세요, 하고. 백화점 어떤 매장이든 일단 무언가 수선을 맡기면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것은 기본, 그동안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지갑들 중에 하나를 대신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이 대신 사용하는 지갑이 너무나 불편한거다. 예전에 쓸 때는 불편하다는 생각을 1도 못했는데, 최근에 사용하던 지갑이 너무 편하고 길들여진건지 다른 지갑을 사용하는 게 진짜 불편한거다. 일주일쯤 후였나, 백화점에서 연락이 왔는데, 내 지갑에 맞는 지퍼는 지금 없어서 영국본사에 요청을 했고, 영국본사에서 도착하려면 한달이상 걸릴 것 같은데, 그동안 지갑을 우리가 맡아두느니 가져가서 사용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거였다. 나는 오, 당연히 그렇다 당장 받으러 가겠다, 하고 지갑을 찾아와서 사용하고 있었다. 아, 역시 이 지갑이 짱이다! 하고 사용하는데, 엊그제 백화점에서 연락이 왔다. 지퍼가 도착했으니 수선 맡기러 오라는 거였다. 그래서 어제 다른 지갑에다 내용물을 옮기고 백화점으로 향하는데, '아 일주일간 다른 지갑 사용하는 거 불편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왜 불편하게 살아야 하나, 그냥 같은 디자인의 지갑으로 다른 색을 하나 더 사면 되지'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버린 거다. 꺅!
이게 생각할수록 굿 아이디어인 것 같은게, 일단 손에 익어서 편할 뿐더러, 혹여라도 지금처럼 수선 맡길 일이 있게 되면 또 나머지 지갑을 쓰면 되니까 계속계속 내가 편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다. 뭐랄까, 사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없달까. 그래, 결심했어, 가서 지르는거야! 하고는 씩씩하게 백화점에 가 지갑 수선을 부탁하고는, 혹시 지갑 세일 들어가지 않는지 물어봤다. 다음주부터 30프로 할인이라고하며, '고객님께는 그럼 지금 미리 빼드리겠다' 라고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난번에는 이 매장에서 '자주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라는 말도 들었다. 아, 나란 여자...
어쨌든 30프로 할인들어가고 내가 사고자 했던 오크색 지갑은, 할인가가 45만원.
그 앞에서 나는 계속 생각한다.
이거 왜 못질러 그냥 지르면 되지, 내가 나이가 몇인데 45만원짜리 지갑하나 못질러, 질러질러, 질러버려!!
하다가, 아아, 그렇지만 같은 지갑을 두 개 가진다는 것은, 이렇게 고가의 지갑을 두 개 가진다는 것은, 심한 낭비이며 사치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게 45만원이라는 현실적인 금액 앞에 아아, 하고 뒤로 물러서게 됐달까. 일주일, 길어봤자 이주일만 불편하면 되잖아.....하면서 나는 돌아서 나온 것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확실히 미친 것 같다. 요즘 뭔가 정신나간 소비를 하고 있는 듯. 집에서 혼자 술마셔서 그래..그래서 자꾸 홈쇼핑 보고 뭘 질러대..어제는 내가 만든 알리오올리오 먹으면서(세번째로 만든건데 점점 맛이 형태가 잡혀가고 있다), 홈쇼핑으로 오리 고기 질렀다. 18팩이나 준다고 해서....나란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