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7. 13:00

- ​풀무원 잇슬림을 주문해 먹기 시작하면서, 몇 번이나 시도했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식단일기를 다시 쓰고 싶어졌다. 나는 다이어트를 하고있고(응?) 나중에 성공했을 때(응?응?) 내가 어떤 식단을 어떻게 먹었는지를 보는 게 나름 유의미할 것 같아서 기록하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매일 적는 건 너무 귀찮고, 또 적어놔도 나중에 보면 선뜻 떠오르기보다 좀 생각해야 하겠구나 싶어서 사진으로 남겨보자 했는데, 그러니까 내가 기록하고 싶은 건 날짜와 끼니 구분(아침이냐 저녁이냐), 먹는 음식이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무얼 먹는지 사진으로 찍어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던 것. 그런데 아무리 앱을 뒤져봐도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을 한꺼번에 사진 올릴 수 있는, 내가 원하는 그런 앱이 없더라. 그나마 아쉬운대로 찾은게 <타임스탬프>. 이 앱은 사진을 찍으면 바로 왼쪽 하단에 날짜랑 시간이 표시된다. 내가 따로 적지 않아도 바로 보이니 보기엔 편할 것 같아 당분간 이 앱을 나의 식단일기로 사용해보기로 했다. 일단은 점심 저녁만 해볼거고, 사이사이 먹는 간식도 찍어 올러야 할텐데, 지금도 홍차 티백에 두유 넣어서 마시고 있지만, 이걸 찍어서 올리는 건 잘 안된다. 마시고난 다음에야 생각이 나지.... 아무튼 습관을 들여볼 것.



- 어제 점심에는 보쓰가 햄버거를 먹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햄버거를 먹었고, 잇슬림 두 끼분량이 고스란히 남았다. 그래서 저녁에 헬씨랑 슬림을 같이 먹었는데, 하나만 먹으면 더럽게 배고프니까 두 개 먹는게 좋군! 하면서 부담없이 먹었는데, 하하하하, 두 개를 다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이 배부르지 않은 상태에 내가 익숙해져야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아 갈 길이 넘나 먼 것 같고... 두 개 먹어도 배부른데 하나라니...... 일전에 친구가 이거 시켰다가 하나 가지고 너무 배고파서 두 개를 한꺼번에 먹었다고 했던 것도 뭔지 너무 잘 알겠고..... 그래서 어제 나는 컵누들을 샀다. 도저히 하나 가지고 안될 것 같으니, 컵누들과 함께 먹자!! 하고. 아아, 너무나 멀다. 다이어트의 길... 내가 이 길을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왜죠?



- 어제 요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빈야사 시간이었다. 펠비스 시간도 다시 꼭 갖고 싶은데, 이게 금요일 마지막 타임이라서... 내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토요일 요가 가는 것까지 생각하면 금욜 늦은밤 요가는 좀 부담되는 게 사실.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빈야사 시간, 몸이 쫙쫙 펴지는 게 좋아서 싄나는 시간인데, 어제는 런지 하나도 너무 힘이 든거다. 런지가 원래 힘든 동작이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엔 버틸 수 있는 기본적 자세들에서 어제는 너무 다리가 찢어질 것 같아서 버티지를 못하고 자꾸 일어섰던 것. 아.. 절망... Orz 


왜 되던것도 안되지... 생리 때문에 그런가....... 


그런반면, 안됐던 게 되기도 했다. 전사 자세에서 손을 다리 밑으로 넣어가지고 저기 허리 위에서 꺾은 팔과 손을 잡아 버티는 자세... 가 지난번엔 손이 잡히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손이 잡혔어!!!!!!!!!! 넘나 신났지만, 그 후의 자세들, 그러고 나란히 서기와 한쪽 다리 들기.. 같은 건 진짜 다리 부러질 것 같아서 못했다. 여전히 안되는 자세, 됐다가 안되는 자세, 안됐다가 되는 자세들이 있으니..난...요가 쌤으로는 틀려먹었어...안될거야.... 나는 그냥 다른 일로 돈 벌면서 퇴근 후에 요가하는 걸로 이번생에 요가는 만족하자...



- 아버지가 종종 어깨부분이 아프다 하셨고, 그래서 동네 재활의학과에서 약을 받아 드시거나 주사를 맞으시거나 했다. 다른 정형외과 가서 사진을 찍어봤는데 석회가 낀 거라 했단다. 동네 재활의학과에서 이런 얘길 하며 약을 처방받으려고 했는데, 재활의학과 쌤이 아빠에게 '머리가 흔들린다'며 신경과에 가보라고 한 거다. 지난번에도 이 얘길 아빠는 들었다고 했는데, 이상한 소리 한다고 아빠는 그 말을 듣지 않았고, 이번에 엄마랑 같이 갔다가 또 들은 것. 엄마는 이에 그 길로 아빠와 함께 신경과에 갔고,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뇌로 가는 혈관이 2/3 쯤 막혀 있다고 하더란다. 뇌동맥류 시초라고. 재활의학과도 또 신경과도 아빠가 더 자세한 검사를 하기를 권했다. MRI 검사를 해보라 한건데, 두 병원에서 모두 아빠가 파킨슨병이 의심된다는 거다. 사진 찍기 전에 몇가지 동작 테스트에서 더 의심이 짙어졌던 것.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있다면, 이걸 혈관을 뚫어주거나 하지 않으면 뇌졸중이 오기 십상이라, 아빠 역시 겁나 MRI 를 찍기로 했고, 파킨슨이든 뭐든 초기인 것 같으니 약으로 해결되겠지...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다. 시술이 필요하면 시술을 하면 될것이고. 파킨슨 병은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고, 증상을 늦출 수 있을 뿐이라는데,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할 수 있겠구나 싶다. 이 소식에 어제 여동생은 울었는데, 나는 그런 여동생을 달랬다. 일단 검사결과 나온다음에 걱정하고, 검사하고 나면 해결 방법도 나올거니까, 그 후에 그 다음일을 생각하자, 고. 약을 계속 먹어야 하면 약을 계속 먹으면 되지, 계속 약 먹고 사는 사람들 아주 많아, 라고. 별 일 아니길 바라지만, 돌이켜보니 나도 아빠가 머리가 미세하게 흔들렸던 걸 봤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어떤 병의 증상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무심히 넘겼던 것. 내가 뭔가 알고 그 때 병원 가보라 했으면 뭔가 달라졌을까...

파킨슨 병이라면, 치매가 올 확률도 높다고 했단다. 아빠 아프면 엄마가 고생이겠구나, 덩달아, 가족 모두가 고생이겠어. 이렇게 아플 땐 누가 옆에 있는 게 나은걸까?


오늘 아침 식탁에서 엄마랑 얘기했다. 엄마, 아빠는 술도 안마시고 담배도 안피고 운동도 하고 과식도 안하고 짜게도 안먹는데... 왜 혈관이 막히는걸까..... 그건 술마시고 담배피고 짜게 먹는 사람들이나 그러는 거잖아, 라고. 그러자 엄마도 '그러게 아빠는 그런 거 일절 안하는데...' 하시다가, '그런데 아빠가 그런 걸 안했기 때문에 여태까지 잘 버틴 걸 수 도 있어' 라고 하시더라. 아버지가 49년생이신데, 이제 곧 일흔. 그렇다고 보면 건강하게 잘 지내셨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물론, 앞으로 남은 날들을 아프지 않고, 약 먹지 않고 살 수 있겠다면 좋겠지만... 



- 어제 퇴근하고 길동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려는데, 사십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덩치 큰 아저씨 옆에서 왜소한 할머니가 '이리로 올라가, 이리로 올라가라고' 라고 자꾸 재촉하고 방향을 이끌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그 아저씨는 정신지체가 있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아저씨의 어머니가 옆에서 이끌어줘야 하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연세가 매우 많아 보였고 굉장히 약해 보였는데, 혹여라도 저 아저씨가 충동적으로 다른 길로 간다거나 몸부림친다거나 하면 할머니는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내 할머니와 비슷한 덩치의 할아버지도 보였다. 아마도 아들을 데리고 외출하신 모양인데, 그 노부부가 함께 있어도 아들 하나의 힘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고.. 부모는 자꾸 늙어가고 힘이 없어지는데, 아들의 힘이 부모의 힘을 넘어설 때가 오고야 마는데, 그땐 어쩌나..싶은 거다. 게다가 저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 나면, 저 아들은 또 어찌 사나... 


살다보면 누구나 아프기 마련이다. 자잘한 병치레를 하든 큰 병에 걸리든 아프게 마련인데, 만약 내가 그렇게 크게 아파 몸을 가눌 수 없게 된다면, 그 때 내 옆에서 나를 간호하고 병수발해줄 누군가가 있는 게 나은걸까, 혼자인 게 나은걸까. 내 옆에서 기약없는 병간호를 한다는 건, 아무리 나를 사랑해도 지치는 일일텐데...그렇다면 그럴 때는 그냥 혼자인 게 나은걸까....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할텐데..요양원을 가든 개인 간호사를 두든, 돈이 있어야 할텐데..... 그런데 내가 만약 손하나 까딱하기 힘들다면, 그 돈은.... 어떻게 지불될 것이며...... 아아, 역시 누군가 있어야 하는걸까...... 노화가 무섭기만 하다.



- 지지난주 일요일. 가츠나베를 만들어먹으면서 남동생과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나는 죽음이 두렵다는 얘길했다. 나는 죽음이 두려워, 라고. 그러자 남동생은 말했다.


"왜. 돈까스 못먹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빵터졌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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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