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27. 10:57


알라딘에서 보틀이벤트를 할 때 해당 도서에 '정여울'의 [헤세로 가는 길]이 있었고, 정여울의 글읽기는 즐거운만큼, 해당도서중 저 책을 살까말까 하다가 수잔 손택을 골랐더랬다. 그런데 마침 저 책이 똭- 내게로 왔고, 책임편집자에는 나의 친구 이름이 똭- 찍혀 있었다. 오호라- 멋져!! >.< 

꺅!!!!!


친구는 저 뒤에 보이는 [너의 시 나의 책]도 같이 보내주었는데, 이 책은 어떤건가 싶어 펼쳐보았다가 멘붕이왔다...아니, 이게 뭐여...문...문....문제집같아!! 뭔가 답을 채워넣으라는 것 같은 그런 책이라 당혹스러움. 중고등학교때도 나는 문제집 안 푸는 아이었...크- 생각난다. 엄마 졸라서, 돈도 없는데 굳이 <A플러스>라는 학습지 구독하면서, 풀지 않고 쌓여만 가던, 밀려만 가던 그 시절...나는 공부한답시고 엄마에게 돈쓰게 하고 그 돈을 유용하게 쓰게 하질 못했구나. 문제집은 밀렸지..대학 등록금 꼬박꼬박 내줬지만 학사경고 먹었지...하아- 나년은 어린 시절, 참 쓸데없는 인간이었구나...돈 잡아먹는 하마 같은..그런 존재였어. 내 존재의 비루함...하아- 사기꾼이었다. 사기꾼이란 뭔가. 상대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려 돈을 갈취하는 자들이 아니던가. 나는 '공부하려고 그래' 라며 엄마로부터 돈을 갈취해 문제집을 쓰레기로 만들고 대학 등록금을 길바닥에 뿌려버렸다!! 


아, 얘기가 이상하게 샜는데,


현재 내 주변에 나랑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다 책을 좋아하거나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저 친구도 저렇게 책을 만들어 내게 보낼 수 있고, 그외에도 주변 친구들이 다 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책을 좋아하다보니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두게됐구나, 이런건 당연한거구나, 결국은 이렇게 되는거구나, 하게 됐달까. 출판사에서 저렇게 편집일을 하는 친구도 있고, 번역 일을 하는 친구,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는 친구, 독서지도사를 하는 친구, 독서앱을 만드는 친구까지..와- ㅋㅋㅋㅋㅋ


며칠전에는 ㅁㅎㄷㄴ 마케팅 팀장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새로 나온 책이 있는데, 니가 좋아할 것 같다, 보내줄 테니 읽어보지 않으련? 괜찮다면 리뷰 써주고, 리뷰 쓰기 싫으면 그냥 주변에 얘기해줘도 된다, 라고 했더라. 나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지는 않을 거라고 결심한 사람이라 단번에 '노'를 외치려고 했는데 어떤 책인가 하고 들어가 소개를 보니, 오, 책이 .. 끌려. 내가 읽고 싶은 책이야! 읽으면 반드시 페이퍼를 쓰게 될, 그런 책이야! 아 어쩌지..받을까...하고 생각하다가,

결국 반나절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난뒤 '관심가는 책임에는 분명하지만 당장 읽지도 못할뿐더러 리뷰를 쓸지 어떨지도 모르므로 거절하겠다' 라고 답을 보냈다. 그러자 그쪽에서는 '이해한다' 라며 알겠다고 했다. 


지난주였나 지지난주였나, 나의 출판사 대표님과 실장님을 만나 술을 마셨는데, 그때 출판사 책 새로 나왔다고 내게 한 권을 주시더라. 언제 만날지 몰라 택배로 보낼까 하다가, 그러면 어쩐지 리뷰 써달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그냥 천천히 만날 때까지 기다리자, 라고 생각하셨단다. ㅎㅎ 저 위에 책을 보내준 친구도 혹시 이 책을 보내주는게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내 주변이 책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은 만족스럽다. 책에 대해 늘 읽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는 것도 만족스럽다. 이런 삶이 있기 때문에 미친변태싸이코 밑에서도 버티며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아, 우리 출판사 대표님과 실장님은 오만부 팔린 ㄱㅈㅇ의 책보다 나의 책이 훨씬 훌륭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내게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ㅇㄱㅅ 의 책도 읽었지만 다락방의 책에 못미친다며, 그들보다 내가 훨씬 더 나은 글을 쓴다고 폭풍칭찬 해줬다. 완전 업됐어!! 그렇지만...ㄱㅈㅇ 은 오만부 팔았.........

대표님은 우리 출판사가 작아서 내 책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말씀하셨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는데도 꾸준히 조금씩 팔리는 책이라면, 이벤트나 광고나 뭔가 한다면 스타 작가가 됐을거라고 ㅋㅋㅋㅋㅋ스타작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대표님은 앞으로도 출판사에서 나오는 어떤 책에도 이벤트를 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좋은 책은 알아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그들이 읽어준다, 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계시더라. 나도 그런 생각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또 이런 출판사랑 함께 한다는 게 좋다. 좋은데, 오만부는 팔고 싶다. 책으로 떼돈벌고 싶어...


뭐, 그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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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