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라랜드》에 나오는 대사중에, 이 일기의 제목처럼,
where are we?
가 있다. 여자가 오디션을 보고 프랑스로 가야할 상황이었고, 남자는 그런 여자의 꿈을 응원해주는 장면이었는데, 그때까지 그들은 다정한 연인이었다가 좀 소원해졌더랬다. 여자가 고향으로 내려갔고 남자는 여자가 오디션을 봐야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여자의 고향에 내려가 여자를 태우고 오디션장에 데려다준다. 그리고 그 오디션에서 여자는 합격을 한거다. 그렇게 합격 후에 잠시 대화를 나누는데 그 때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where are we?
남자는 아마도, 흘러가는 대로 두자고 했을 거다. 이 말은 내가 늘 하는 말과 맥락을 같이하는데, 나 역시 '시간이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다 놓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그 말을 종종 하는 편이라서, 남자의 저 말이 이해되었다. 그리고 뭐가 됐든, 어쨌든, 나는 저 대사가 모든 것을 다 설명하는, 함축하는 대사라 봤다.
나는 저 대사를 내 책의 제목으로 쓰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다. 저 대사는 연인 사이에서도 그리고 시국에 놓고 봐도 다 들어맞는 대사인 것 같은 거다. 그런데 책의 제목을 영어로 할 수 없으니 저걸 번역해야 할텐데, 번역하면 뉘앙스가 저대로 나오질 않는 거다. 아 ... 문장을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봐도 내가 딱 원하는 그 문장이 되질 않아. 대표님께도 말씀드리니, 라라랜드를 세 번 본 큰 딸에게 물으니, 번역하면 역시 의미가 축소되는 것 같단다. 크- 저거 쓰고 싶은데... 안타까워...
다가오는 주말엔 중국 청도가 예약되어 있었다. 비행기도, 호텔도, 비자도 다 완료된 상태였는데... 주말에 뉴스를 보던 식구들이 내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 같이 가는 동행은 외국 여행이 처음이라 기대가 클텐데, 차마 안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하기가 저어되는 거다. 토요일 오전에 일단 '지금 중국하고 우리 상황이 안좋다네..'라고 운을 뗐는데, 동행은 그래도 가고 싶어하는 눈치라, 그래 그냥 가자, 짧게 가는데 휙 갔다오지, 하고 가기로 굳혔는데, 아아 우리 식구들이 너무 다 반대해. 마침 일요일 오후에 동행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안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본인의 엄마도 너무 걱정하시며 안갔으면 좋겠다 하셨다는 거다. 우리는 비행기 취소수수료를 내야 하고, 비자 발급은 그냥 돈을 날린 거지만... 그래 그냥 돈 날리고, 그걸로 안전을 샀다고 생각하자며 서로를 다독였다. 사실 나는 여행을 그냥 갔어도 됐을 것 같고, 나 혼자라면 그러든말든 갔을테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고 식구들과 함께 있는 사람인데, 내가 여행가 있는 동안 식구들이 걱정하고 있을 걸 생각하니 그러면서 갈 필요가 뭐가 있나 싶은 거다. 나야 나지만, 동행은 외국으로 나가는 게 처음이라 몹시 기대가 컸는데 너무 아쉬워하면서, 그렇지만 안가는 게 맞는 것 같다, 라고 하더니 국내라도 어디든 가고 싶다는 거다. 가기로 했으니까 갔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우리는 주말에 중국 청도 대신 대전에 가서 신나게 먹고 마시기로 했다. 인생... 하아. 동행은 많이 기대해서 옷도 사고 그랬는데... 인생 역시 알 수 없구나.....
책 제목도 제목이지만, 요즘 저 문장 생각 많이 한다.
where are we?
아니, we 가 아니라 I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