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25. 02:25

- 남동생은 다른 곳에 서류를 내고 면접을 보고 합격을 했다. 곧 회사를 옮길 거라 했다. 이제 간혹 양재동으로 나를 데려다주던 것은 안녕... 계속 그 회사를 떠나고싶어 했고, 그래서 지금의 상태에 꽤 만족하고 있다. 지금 회사가 다니기 힘든 곳이라면, 여러가지로 불만족스러운 곳이라면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게 낫다고는 해도, 아빠로서는 불만이다. 한군데 오래 있어야 진급도 하고 경력도 쌓이고 할텐데 계속 그렇게 옮겨다니면 어쩌느냐는 거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그건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남동생은 나에게도 누나도 거기 싫으면 다른 데 원서 넣고 일 진행시켜, 라고 하더라. 아니, 나는 여기에서 다른 데로 옮기길 원하는 게 아니야, 그만 두고 싶은거야, 일 자체를...

어제 엄마랑 나랑 남동생이랑 셋이서 밥을 먹다가 남동생이 '내가 원하던 대로 되어서 너무 기쁘다' 라고 하길래 내가 그랬다. 

'그건 니가 그렇게 되게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잖아. 원서를 부지런히 넣고 면접을 보러 간 거, 다 니가 한 거잖아, 그렇게 하고 싶어서. 니가 만든 결과지.'

그러자 남동생은 나에게 '아이고, 말도 예쁘게 하네' 라고 했다.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외할머니댁 보일러가 얼었는지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고, 저녁 내내 엄마가 그 일로 할머니랑 계속 통화를 하시더라. 엄마는 감기로 인해 목소리가 변하셨는데, 그 목소리로 계속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하고 통화하는 게 몹시 신경쓰였는데 남동생도 그랬는지, 엄마 지금 나랑 가보든지, 하고 말했다. 일요일 저녁이었고 또 운전하고 다녀오는 일이 몹시 짜증날 것 같았던 엄마는 아니다 괜찮다 하셨지만 그 후에도 계속 통화해서 우리를 몹시 신경쓰이게 만들었고 ㅠㅠ 결국 엄마는 같이 다녀오자 하셨다. 가는데 정말 짜증이 샘솟았지만, 노인네 혼자 살아서 뭐 어떻게 해볼 방법도 없으니 가까운 데 사는 자식이 가서 해드리는 게 도리지, 라고 다독다독여도 짜증은 짜증대로 나 ㅠㅠ 운전하고 다녀오는 남동생은 오죽할까 싶어서, 옆에서 뭔가 좀 다독다독였는데, 할머니댁에 도착한 남동생은 할머니에게 굉장히 살갑게 '할머니 우리 왔어요~ 하더니, 어디어디, 어디가 얼었어!' 하는 게 아닌가. 아 녀석 ㅠㅠ 이런 면이 있네 ㅠㅠ 그러면서 좀 고마웠다. 일단 드라이어를 준비했던 나는 드라이어로 보일러 배관(?) 같은 데 막 쏘여주고 그 틈에 남동생과 엄마는 네이버로 어떻게 해야하나 검색하다가 뜨거운 물을 붓기로 결정, 물을 끓이고 남동생이 좁은 보일러실로 들어가 세탁기 위에 올라타고서는, 내가 퍼주는 뜨거운 물을 여러차례 갖다 부었다. 그랬더니 부엌에 틀어두었던 수돗물이 어느 순간 콸콸 나오더라. 그래서 우리 모두 만세를 외치고는 잘됐다 잘됐다 했다.


돌아오면서는 다녀오길 잘했다, 라고 엄마랑 나랑 남동생이랑 셋이 모두 입을 맞췄다.


- 우리집 식탁이 깔끔하지 못한 게 제부는 늘 불만이었다. 엄마도 불만이었긴 한데 식탁 위 벽에 선반을 달면 어떨까, 하셨고 제부는 그게 좋겠다며 자신이 다 알아보고 우리한테 디자인 고르라고 하더니 주문시켰다. 거실등도 너무 어둡다며 요즘 LED 등이 좋다고 그걸로 바꾸자고 하더니, 그것도 결국 자기가 다 주문해놨고, 오늘 설치해러 와주겠단다. 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너무 잘해. 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여러가지로 마음에 안드는 점이 많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런 거 우리 식구들 중 누구도 하지 않는데, 그나마 제부가 와서 다 해준다. 인터넷으로 슝슝 물건을 배달시켜 지난주에 우리가 받아놨고, 우리는 물건이 왔다는 통보만 제부에게 해줬다. 제부는 우리 거실등이며 선반을 다 설치해줄 예정인데, 엄마가 그에 대한 비용-물건값-을 지불하겠다고 하자, 제부는 제가 돈 받자고 이거 하는 거 아니잖아요, 라더라. 참나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단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게다가 내게는 치명적이라 느껴지는 단점도 좀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런 점-불편한 걸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은 진짜 대단히 강한 사람이다. 여동생이 같이 사는게 너무 편하다, 다른 사람하고 살면 이사람처럼 나를 편하게 해주지는 못할 것 같다, 라고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 여동생은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멀버리 백을 드디어!! 갖게 됐다. 어제 나한테 쇼핑대행(응?)을 시키고 주문해서, 내가 백화점에 가서 그 날도 추운데!! 여동생이 원하는 가방을 사가지고 왔다. 시즌오프로 30프로 들어가서 무려, 1,888,600 원 짜리 가방이다. 베이스워터란 이름을 가진 가방. 어제 여동생은 자신의 능력으로 이것을 산다는 것에 대해서, 비록 할부지만(!!) 무척 흥분하고 들떠있었다. 하하하하하. 웃겨. 여튼 아직 나도 못가진 어마어마한 고가의 가방을 여동생은 갖게 되었고, 스스로는 복직1년간 잘했다고 내리는 상이란다. 그도 그럴것이, 원래 겨울방학 보충에 없는 생물 과목을 아이들 스스로 인원 모집해서 개설해달라 학교에 요구한거다. 내 동생에게 배우고 싶다며. 그래서 개설이 되었고, 덕분에 여동생은 보충을 나가게 되었다. 보충을 나가는 건 일이니만큼 힘이 들겠지만, 학생들이 이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다, 라고 하고 고3 선생님들도 내년에 고3으로 데려오고 싶다, 고 말하며 여동생을 좋은 선생님으로 인정하고 있는 터라 무척 뿌듯하기도 한모양. 그런 자신에게 복직1년 선물을 해주는 거란다. 그래, 할부 열심히 갚아라!

멀버리 가방은 예전에 영화 [시작은 키스] 보고 내가 갖고 싶어했던 가방인데... 하하하하하하하하.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결국 그 가방은 내 여동생이...






- 나는,

주말동안 원고를 보면서 와인을 마시겠다고 와인 세 병을 사다놓고 상을 펼쳐두고 원고를 딱- 갖다둔 다음에, 그냥 와인만 마셨다. -0-

지금은 발가락이 몹시 시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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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