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1. 22:57

- 백화점에서 지갑 수선 다 됐다고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오늘 약속이 있어서 갈 수 없지만 남동생이 백화점에 간다고 했으니 남동생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 편에 전해달라고. 좀전에 집에 돌아와 남동생으로부터 지갑을 받았다. 그런데 내게 그랬다. "누나 그 지갑 62만원 짜리라며?" 아,아니..그걸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물어봤다더라. 지갑 찾으면서 그런데 이 지갑 얼마냐고. 매장 직원이 '그거 말씀드려도 되나..' 하더란다. 그래서 '말해주세요 남동생인데 뭐 어때요' 했단다. 그랬더니 '62만원이요' 했단다. 이 말듣고 빵터져서, 그래서 너가 뭐라 그랬어? 아무말 안했어. 그냥 생각만 했지. 이 누나 비싼 거 쓰네, 라고. ㅎㅎㅎㅎㅎㅎㅎㅎ 뭔가 좋다. 그래, 니 누나가 이렇게 비싼 거 쓴다, 어쩔래! 

남동생으로부터 받은 지갑은 곱게 포장되어서 쇼핑백에도 넣어져 있더라. 야, 쇼핑백에까지 넣어줬냐 그냥 받아오지, 했더니, 그냥 달라고 했더니 안된다고 그렇게 해주더라고, 한다. 아아, 멀버리,멀버리여.....



- 오전에 다른층 임원1이 보쓰한테 깨지고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더랬다. 보쓰의 도터 때문에 생긴일이었는데, 임원은 그걸 당사자에게 화풀이도 못하고 보쓰로부터 면전에서 무시를 당하니 어마어마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는가 보더라. 점심을 함께 먹던 k 가, 임원 표정이 너무 안좋아서 무슨 말로 풀어줘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커피만 한 잔 타드렸단다. 그래서 잠깐 생각하기를 '이차장님 부를까' 였다고. '아니, 나를 거기에 왜불러?' 했더니, '저 임원님은 차장님하고 얘기하다보면 좀 풀리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적절한 말을 못찾는데 차장님하고는 얘기를 잘 하시니까...' 하더라. 그래서 내가 말했다. '응, 나는 그냥 같이 쌍욕해줘' 했다. 사실 쌍욕이라기보다는 그냥 욕이다. ㅎㅎㅎㅎㅎㅎㅎ뒷담화 랄까. 



- 오늘은 사주를 보고 왔다. 계속 보려다가 시간이 안맞아 결국 오늘 보게 됐는데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여기로 보러가면 나는 너무 힐링 되어서 와... 물론 찾아가기 전에 내가 입장정리가 되어 있었던 상황이라 이게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괴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입장정리를 해둔 터인데, 오늘 찾아간 곳의 선생님도 '마음 가는대로 그냥 하라'고 하셨다. 게다가 참 신기하게 사주가 거의 맞지않냐고 하시면서,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쓰여진 글씨일 뿐이라고, 여기에 놀아나지 말고,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고 살라 하셨다. 그 말이 참 좋았다. 강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거 나는 믿어요, 하시면서, 원하는 게 있으면 강하게 원하도록 해요, 자기가 바꿔 나가는 거에요, 하셨다. 사주를 봐주면서 네 사주는 이러하고 네 운명은 이러해, 하는 게 아니라, 이런 글자들에 놀아나지 말고 니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노력해, 하신 거다. 연애 얘기 실컷 했는데, 이 일을 하다보면 슬픈 글자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락방씨 글자는 소설처럼 슬프네, 하셨다. 나는 그 얘기 듣고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소설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아, 나는 소설과 뗄 수 없는 관게인 것이다! 락방씨는 여행으로 좋은 기운 얻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여행 갔다와요, 하시더라. 여행 갔다와서 좋은 기운 받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된다면서. 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안그래도 8월에 예약해둔 게 있는데 그 때까지 못기다리겠더라고요. 그래서 6월에도 다녀오려고 비행기표 알아보고 있었어요. 제가 괜히 가고 싶었던 게 아닌가봐요.


그러자 그 분은 '응 가요 다녀와요' 하셨다. 오... 그래서 뭔가 내가 더 기특했다. 나는 내가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잘 찾아내어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결국은 내가 힘들지 않을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결국은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또 스스로 생각해내니, 오오, 진짜 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멋져...



- 좋은 하루였다. 내 입장 정리가 좀 더 명확히 되었고, 친구들에게 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한 명은 '낭비되지 말라는 글 정말 좋았다'고 말해주었는데, 와, 나는 이렇게 글 칭찬 받으면 진짜 너무 좋다. 게다가 미숙이는 입장정리한 내 얘기를 듣고는 나 멋지다고, 감동이라고 해주었다. 그러면서 락방님은 자뻑이 어울려요, 해주는데, 이 모든 말들이 너무 힘이 되더라. 집에 돌아오는 길에 통화한 친구1도, 내 얘기를 듣다가 자기 생각을 말해주었는데, 그게 또 힘이 되었다. 그래, 그랬지, 하면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여럿 두었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들이 내 옆에서 내게 좋은 말을 하며 나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다. 



- 입장정리라는 게 그리 요란할 건 없다. 이렇게 간단한 걸 왜그리 오래 걸렸나 싶다. 나는 그냥,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기로 했다. 마음이 마음대로 안된다고 머리랑 막 싸우게 하는 거, 의지랑 막 싸우게 하는 거, 뭔가 발버둥치는 거, 그거 안하기로 했다. 얼마전 친구가 해준 '열심히 사랑하며 살라'는 말이 입장정리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것이다. 사랑이란 감정이라면 그냥 사랑할거고 그리움이란 감정이 있다면 그 그리움을 그냥 받아낼 것이다. 내 가슴속에 사랑과 그리움이 있는데 그걸 내가 다른 걸로 바꾸려고 애쓰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힘만 들지. 그냥 사랑하며 살겠다. 


아름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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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