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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08 유입 경로 6
  2. 2014.10.07 술주정 1
  3. 2014.10.07 당신 잘못은 아니지만, 7
  4. 2014.10.06 이런 꿈은 도대체 왜?? 6
  5. 2014.09.29 가을 2
  6. 2014.09.22 이 아이 8
  7. 2014.09.17 J 4
  8. 2014.09.14 아픈 사람
  9. 2014.09.12 20140912 아침에 자반구이를 먹었다. 2
  10. 2014.09.11 이렇게 다정한 순간이 많지는 않지만, 다정한 이 아이들은 무척이나 예쁘다 :) 2
2014. 10. 8. 09:48

그간 내가 해왔던 블로그들에서는 유입경로나 이런 걸 알 수가 없었는데, 티스토리에서는 유입 경로와 유입 키워드를 보여준다. 이게 재미있어서 수시로 보고 있는데, '박신혜'랑 '굽네'같은거야 그렇다 쳐도 맙소사, '유두'가 유입 키워드라는 데 깜짝 놀랐다. 심지어 '절정섹스'도 있다. 오, 신이시여. 저런 단어를 치면, 이 블로그가 나오는 겁니까!





이 블로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삼류에로포르노..인가. 유두와 절정섹스로 검색되어 나오는 곳이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콘돔으로도 한 번 찍자.



오늘 출근하는 지하철 안,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서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내 옆자리의 앞에 서 있는 남자는 양복을 입고 책을 읽고 있었는데, 책을 읽는다는 걸 대략적으로 짐작했을 뿐, 얼굴을 보지도 않았고 책을 보지도 않은 채, 나는 그저 내 책만 읽고 있었다. 한창 재미있어가지고. 그런데 그 남자의 책으로부터 무언가 바닥에 떨어져 툭- 소리가 나는거다.


자연스레 무엇이 떨어졌나 바닥을 쳐다보게 되었는데, 아, 거기에는, 말도 안되게, 콘돔이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 님하..


그는 그걸 다시 줍지 않았는데 그것이 '몰라서'인지 '모르는 척 하고 싶어서' 였는지는 모르겠다. 그 소리를 나도 듣고 내 주변 사람들도 들은터라 고개를 빼꼼 했는데, 아, 이것은 물건의 특성상, 주워서 '여기,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할 수가 없지 않은가. 콘돔이 놓인채 아무도 말이 없었고, 나는 값싼 호기심으로 저 남자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차마 볼 용기가 나질 않아-또 봐서 무얼한단 말인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런데 남자가 갑자기 걸음을 옮기는 거다. 그 결에 살짝 그의 얼굴이 아닌 그가 읽고 있던 책을 보게 됐는데, 콘돔을 떨어뜨린 그 책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였다. 크- 책의 마법!



남자는 다른 쪽으로 가 섰고, 역에서 멈출 때마다 사람들이 타 서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으며, 내가 양재역에서 내릴 때까지 콘돔은 떨어진 그대로 바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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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10. 7. 20:15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파나 마늘을 먹고 '나 마늘 잔뜩 먹었는데 뽀뽀하자' 라고 얘기할 사람이 있었는데, 헤어지고나니 이렇게 파 잔뜩 먹고 그런 말 할 사람이 없어, 그게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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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10. 7. 11:58

신형철의 신간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웠더랬다. 나는 《느낌의 공동체》를 읽고 무척 좋아서 《몰락의 에티카》도 준비해두고 있었고, 두 권 다 읽어본 사람들 말에 의하면 몰락 쪽이 훨씬 더 좋다는 게 아닌가. 해서, 책장에 읽지 않은 신형철의 책이 꽂혀 있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고 든든했다. 그의 글을 좋아했던 바, 간혹 경향신문에서 칼럼으로 그의 글을 만나면 나는 또 그게 그렇게나 좋은 것이었다. 이 사람이 우리 편이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니 그의 신간 소식에 얼마나 좋았을까.


언제 사지 언제 사지, 언제 사서 책장에 꽂아두지, 만 생각했던 참에, 나는 트윗에서 아래와 같은 사진 혹은 글들을 보게 됐다.





위의 사람들의 말처럼 이 글은 낭만적이다. '그녀를 정확히 사랑하는 일로 남은 생이 살아질 것이다' 라는 서문을 읽는 그의 여자는 대체 어떤 기분일까, 감히 상상만 해볼 뿐이다. 그러나, 이 글이 낭만적이고 혹여 진솔하다 느껴진다 해도 나는 그가,


시시해졌다.


정말로 시시해졌다.



에이 뭐야, 똑같네. 다른 남자들하고 똑같아, 하는 마음.



당연히 그는 다른 남자들과 똑같을 것이다. 다만 그의 직업이 글을 쓰는 것이었고, 그 글이 내 마음에 들었으므로, 나는 그를 특별한 위치로 끌어올려놓았던 것이다. 그가 '나는 달라' 라고 말한 게 아니라, 내가 '그는 달라' 하고 다른 위치에 놓았던 것 같다. 뭐랄까, 나의 개인적인 취향은, 자신의 사랑 혹은 연인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표현하는 것에 대해 딱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저 글들이 그에 대한 내 환상을 무너뜨렸다. 그가 결혼을 하든 연애를 하든 그거야 그의 사생활이지만, 정말 .. 특별함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책을 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사서 뭐하나 싶어지는 거다. 뭐, 이러다가 다시, 아니다 사야겠어,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저 사진 두 장 뿐만 아니라, 저 여자평론가의 트윗 프로필에 웨딩사진이 걸려있는 걸 보고 또 시시해졌다. 에이, 그냥 평범한 사람과 사랑하고 결혼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어. 별다를 게 없는 데 내가 기대했군, 하는데서 오는 실망감. 



만약 신형철이 이런 나를 안다면 '너 뭥믜,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실망할라면 하든지' 하고 아랑곳 않겠지만, 어쨌든 빠순이가 되려던 나의 마음은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그러고보면 나에겐 빠순이 기질이 거의 없는 듯 하다. 오히려 '빠'를 보면 좀 짜증내하는 스타일인듯. 내 팬심은 다른 사람들의 팬심에 비하면 한없이 얕은것 같다. 그렇지만 뭐, 크게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고.



여튼 내가 신형철에 대한 호감이 조금 식어버린 건, 신형철의 잘못은 아니다. 환상과 기대를 품은 내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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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10. 6. 11:07

ㅎㅎㅎㅎㅎ 어쩐일인지 무엇때문인지 어쨌든지간에 꿈에 현빈이 나왔다. 우린 학생이었고 늘 학교에서 만나는 사이인데, 현빈은 내가 늘 바라왔던 것처럼, 나의 소울메이트였던 것! 그는 쉬는 시간마다 내 교실앞으로 나를 찾아와 늘 나랑 이야기를 나누었던 거다. 이에 친구들은 부러워하였고 나도 막 좋아했는데, 문제가 있다면 나는 그를 소울메이트로 대하되, 남자로서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 크- 비극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그날은 복도를 물걸레로 청소하는 날이었다.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쉬는 시간인지 청소 시간인지, 나는 무릎 꿇고 앉아 두 손으로 물걸레를 쥐고 복도를 닦고 있었던 것(이 장면에선 어쩐지 신데렐라 생각이..). 그런데 뒤에서 청소 안하고 놀고 있던 친구가 내게 말했다. '야, 현빈 또온다' 라고. 그래서 고개를 들어보니 벌써 현빈이 내 앞에 와있었다. 그리고는 쭈그리고 앉아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는 씨익 웃는다. 아..좋아..


나도 물론 무척이나 좋았지만, 며칠전 친구 F 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났다. 현빈과 잤다고 내게 말한 것. 갑자기 그 생각이 나 무척 서운하고 속상한 가운데, 이런 식으로 계속 얘랑 친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하게 잘라내자! 그래서 나는 현빈에게 우리 절교하자, 라고 말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이 내가! 무려 현빈한테! 절교를!!!!!!!!!!!


현빈은 무슨 소리냐는 듯 내 말을 씹어 버리고 평상시처럼 내게 다정다정한데, 나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져 '절교하자고!' 라고 다시 말했다. 그제야 현빈의 얼굴이 굳어진다. 내 말이 진심임을 알았던 건데, 현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물었다.


"언제까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꿈속에서도 절교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나 멋진 남자라니..조낸 멋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렇지만 나는


"절교가 무슨 언제까지야, 영원한거지. 끝이라고."


답했다. 현빈은 정말 상처받은 얼굴이 되었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는 그런 현빈을 바라보며 뻥이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내가 어떻게 널 잃겠니, 싶어져서 아 씨양 뻥이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안돼, 이왕 뱉은 말, 하고는 다시 걸레질을 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데, 일어나는 현빈의 무릎이 보인다. 현빈은 일어나서 나를 향해 말했다.



알았어. 갈게.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는 너무 슬펐다. 그리고 싫었다. 앞으로 얘랑 친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픔이 쓰나미로 닥쳐와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지고, 결국 본능이 내 몸뚱아리를 덮쳐, 양손으로 이제 떠나려던 현빈의 다리를 감싸 안는다. 그러다 팔로 감싸 안고는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아니라고 울부짖었다. 친구하자고 내가 미쳤나보다고 이러면서....아.. 비극이야 ㅠㅠ 어떻게든 차가워진 현빈의 마음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에 현실에서라면 절대 하지 않을 다리 끄댕이 붙잡기를 실행한 것. 그러자 현빈은 다시 주저 앉아서는 알았다고 어디 한 번만 더 그런 소리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안그럴게 하고 끄덕이고는 쉬는 시간이 끝나 현빈은 자기네 반으로 돌아갔다.


하교후에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빨랫줄에 빨래를 널면서(이 장면은 마치 [상속자들]의 박신혜가 떠오른다..) 현빈을 생각했다. 그를 잃지 않아 다행이라고, 우리가 계속 친구라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지만, 내 친구랑 잤어...하는 생각에 또다시 슬퍼지는 거다. 걔는 성인 남자고 누구와도 잘 수 있는 권리가 있지, 나도 남자 생기면 현빈 두고 잘테니까 뭐, 그러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해, 라고 생각하다가 아니 그래도 내 친구랑 잤어, 내가 아니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면서 또 슬픔이 가득가득. 그런 채로 깼다. 호텔 조식을 먹기 위해 알람을 맞춰뒀던 것. 먹을 게 나를 구원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니깐.






그리고 돌을 맞아 가족사진 찍었다며 동생이 찍어준 나의 조카들 사진. 아...이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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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9. 29. 15:10

- 여동생과 제주의 밤, 와인과 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종국에는 각자의 잘난척으로 마무리 하느라 바빴지만. 우리는 가족이다 보니 당연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는데, 우린 한 아버지를 두고 각자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고 다른 형태의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여동생에겐 이게 꽤 낯선 경험이었던 것 같고, 나에게도 역시 마찬가지.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여동생에게 아빠는 '위기의 순간에 언제나 옆에 있어준', '언제나 본인의 편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준' 존재였다. 반면 나에게 아빠는 '무능력한'으로 정의되고 있었다. 여동생은 내가 아빠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는 것에 꽤 놀란 눈치다.


물론 우리 아빠는 식구들을 굉장히 아끼고 사랑하신다. 아마 수치로 환산한다면 다른 아빠들 보다도 월등히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게다가 다정다감하며 우리랑 대화를 많이 하신다. 나에게도 물론 수없이 많이 사랑을 표현하시고,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나는 물론, '알고있다'.


그러나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걸 내가 알고 있다고 해서 나 역시 응당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빠를 사랑하느냐? 이건 글쎄, 잘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인데, 실제로 울엄마의 경우 '아빠가 너한테 엄청 잘해주잖아' 라고 하고, 나 역시 '응 그렇지' 라고 대답하면서도 '무능력해'가 먼저 튀어나와 버리는거다. 여동생과 얘기 하다가 과거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나는 내가 어릴적에 받은 치유되지 않은 바로 그 상처가, 아빠의 무능력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됐다. 요즘의 나는 나의 어릴적 트라우마를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 이것은 신경정신과에서 해결가능한 일인가 심리상담사로부터 해결 가능한 일인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누가됐든, 내가 내린 결론과 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게 됐다. 아빠의 무능력을 내가 끔직하게 여기는 건, 위에서 언급했듯이, 모든게 그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건데, 이렇게 연결 되는거다. 


나는 어릴 적 폭력에 노출됐다-아빠 엄마가 없었다-아빠도 돈 벌러 갔지만 엄마도 돈 벌러 갔다-엄마가 돈을 벌러 가는 건 잘못한 게 아니다-그렇지만 아빠가 돈이 많았다면 엄마가 돈을 벌지 않아도 됐을것이고-그렇다면 나는 폭력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나에게 내린 잠정적 결론인데, 그러므로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내야 하는가가 남아있다. 차라리 기억이라도 하지 못한다면 좋을것을. 그래서 나는 마음이 따뜻하고 대화가 가능한 남자가 좋아 사귀면서도 그에게 능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거침없이 돌아서게 되는걸지도 모른다고, 거기까지 생각을 발전시켰다. 이게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겠지만.


내 정신 어딘가는 지금 병들어 있는걸까?





- 제주에 다녀오니 엄마는 아빠에게 서운한 게 있어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이었고, 나는 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굳이 엄마랑 마주 앉아 면세점에서 사온, 내가 여태 산 것 중에 가장 비싼 와인을 꺼내 따랐다. 사실 나는 이 와인을 내 나름의 '61년산 슈발블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므로 대출을 완전히 상환하게 되는 날 혼자 꺼내 파티 하리라, 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트레스 받은 엄마를 보니 이 위로의 자리에 이 와인을 따는 것은 결코 잘못하는 게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드는거다. 사실 더 깊은 마음으로는 '더 비싼걸 사서 61년산 슈발블랑 삼지 뭐' 하는 생각도 있었고. 킁. 남동생과 엄마와 나, 셋이 식탁에 앉아 제부가 주고 간 스테이크를 구웠다. 마침 호텔로부터 뽀려온(응?) 휴대용 버터도 있던 터라 스테이크에 넉넉하게 발랐다. 맛있었어..




저기 보이는 저 팔뚝은 남동생의 것. ㅎㅎ

그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나는 그러니까 왜 결혼을 하고 왜 자식을 낳아서 인생 피곤하게 사느냐고 엄마에게 말했고, 남동생은 나에게 누나는 왜 자꾸 부정적인 면만 보는거냐고 지청구를 늘어놓고, 엄마는 그래도 너희들이 또 나 스트레스 받았다고 이렇게 위로도 해주잖니, 라고 하는거다. 엄마, 우리가 위로를 해주는 이 과정이 그러니까 아빠랑 결혼해서 잖아. 결혼 안하면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으니 스트레스도 위로도 없겠지, 라고 말했다가 엄마랑 남동생한테 대체 왜 그러느냐고 또 지청구를 먹고...하하하하하. 

득달같이 달려들어 아빠 험담을 우라지게 하다가 또 아빠를 이해하게 되서 아빠편이 되어 얘기도 하다가, 결국 남동생과 함께 외할머니 계신 곳으로 가 삼겹살을 구워 먹고 술을 마시자고 급결론을 내리니(왜 이야기가 이런 방향으로..) 엄마는 그제야 소리내어 깔깔 웃으며 이모에게 전화해서는 '너도 와, 얘네들이 너도 같이 술먹자네, 반차내고 오래~' 라면서 기뻐하는 거다. 여튼 그것은 엄마를 위로하기 위한 최고의 해결책이었던 것 같다. 외할머니와 함께 노는 것. 그자리에서 스맛폰의 달력을 열어 할머니네 가는날을 정해 추가해두었다.




-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ㅎ호텔은 국내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 아닐까 싶은데, 국내외를 통해서 내가 갔던 숙박시설중 가장 최고였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지난번에 갔을 때는 없던 네스프레소 머신이 보였다. 나 사실..캡슐커피 한 번도 안마셔봤어...그래서 어떻게 하는건지도 몰라....우리 집에도 없는데 호텔의 무려 객실에!! 이게 있다니. 여동생과 나는 설명서를 읽어가며 커피를 내렸다. 여기 있는 거 다 내려먹고 가자, 라고 깔깔대며. 캡슐커피를 뽀려가고 싶어도 어차피 집에 머신이 없어 -0-








- 여행으로 지친 몸을 바로 쉬지 못하고 피곤에 쩔은 상태에서 또 술을 마시고 바로 자서 아침에 좀 유쾌하지 못한 상태로 잠에서 깼는데, 핸드폰에 문자가 와있었다. JS의 사진이었다. 지금 있는 곳의 사진 좀 찍어 보내줘, 셀카도 포함해서. 라고 말했더니 그렇게 한 것. 활짝 웃는 얼굴이 너무 좋아서 사진을 보자마자 웃어버렸다. 나빴던 기분도 좋아지고. 우울할때마다 보면서 웃어야지.




- 결혼은 구역질 나지만, 동거라면 괜찮겠다, 고 생각한다. 가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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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9. 22. 09:30




졸리면서, 무척 졸리면서도 안 졸리다고 눈을 부러 크게 뜨는 아이. 제 외할머니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갓난장이 제 동생을 예쁘다고 할 때마다 꼭 그 사이로 파고 들어가 저를 봐달라고 한다. 한창 재롱질 시작한 둘째에게 모두 예쁘다 할 때, 남동생과 나는 꿋꿋하게 여전히, 타미가 훨씬 더 예쁘다고, 그건 아마 이모와 삼촌이라 그런 것 같다며 우리 둘은 둘째보다 타미를 훨씬 더 많이 본다. 


눈 밑에 작은 상처가 나있어서 그게 무어냐 물었더니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가 할퀴었단다. 아마도 하나의 장난감을 가지고 티격태격했는가본데, 눈 밑의 상처를 보니 정말 큰일날 뻔 했다 싶으면서 또 무척 속상한거다. 울엄마랑 여동생은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아이가 눈 밑에 상처가 있는 걸 보고 너무 속상해서, 그 이야기를 듣고는 '너도 때리고 할퀴어야지!' 했단다. 그런데 타미는 그러면 선생님한테 혼나..했다고.


하아- 너무 힘들다.


나는 엄마랑 동생이 타미에게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때리고 할퀴고 꼬집는 것은 나쁜 거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말라고, 그건 나쁜 짓이라고 해서 저 아이만 자꾸 상처를 입고 돌아오면 어쩌나 싶어져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 그래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건 나쁜 거니까 그냥 넌 맞기만 하렴, 하는 건 아니니까. 엄마는 맞고 들어오는 것 보다는 같이 때리는 게 낫다고 하고 나는 도무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저 아이가 누군가를 때리는 아이가 되는 것도 싫고 저 아이가 누군가에게 맞고 들어오는 것도 싫다. 아이들끼리의 티격태격이니 이건 그렇게 큰 사건은 아니겠지만, 지금의 이 일을 보니 앞으로의 일들이 너무나 걱정이 되는거다. 저 아이도 이제 학교를 가게 될텐데, 더 거친 세계에 자꾸 들어가게 될텐데.


선생님한테 혼날까봐 눈 밑에 상처를 입고도 한 대 때리지도 못한 아이의 마음이 너무 여린 것 같아 또 그건 그것대로 속상했다. 집에서는 제 할미에게며 엄마에게며 그리고 이모에게도 큰소리 떵떵 치는 아이인데, 나가서는 선생님 한테 혼나는 걸 무서워하다니. 뭔가 속이 터지기도 하고.. 하아- 뭔가 지혜로운 방법이 있다면 내가 기꺼이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데, 나는 다섯살 아이가 다섯살 아이한테 상처를 입고 돌아온 상황에서 도무지 뭐라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금요일에는 여동생 생일이어서 안산엘 갔다. 홍콩 갈 때 사왔던 양주를 들고갔고 제부는 얼음을 얼려두고 꽃게와 대하를 잔뜩 사와 배터지게 구워주었다. 졸린 타미는 제 삼촌과 장난 치고 놀며 크게 웃었고, 나는 그게 좋다고 행복해서는 영상을 찍고 그랬다. 취한 남동생이라 영상을 공개할 순 없지만, 그 영상을 볼 때마다 타미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와 마음이 아주 좋다. 게다가 내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눕고 남동생 무릎에 다리를 뻗어 누워서는 제 이모와 삼촌의 사랑을 고스란히 받았다. 나는 한껏 이마를 쓰다듬어 주며 우리 타미는 어쩜 이렇게 이마도 이뻐, 하고 남동생은 발이며 다리를 쓰다듬으며 다리도 이뻐, 하고 양껏 사랑해주었다. 잠깐 자리를 떴다가도 이내 다시 제 자리를 찾아 머리며 다리를 뻗는 타미를 보노라니, 이 아이도 지금 자신이 사랑 받고 있다는 걸 알고있구나, 싶어 무척 흡족했다. 그 순간이 자꾸만 생각난다. 양껏 사랑해준 것 같아, 흠뻑 사랑해준 것 같아 흡족하다. 그런 우리를 보며 제부도 좋아했다. 



아무쪼록, 이 아이가 자라면서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모든 순간에, 우리로부터 받았던 큰 사랑이 어떻게든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해줄 게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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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9. 17. 19:05

퇴근하는 길. 걷고 있는데 마르고 코가 크며 하늘색 백을 들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혼자였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는데, 그녀의 모습이 어딘가 J와 비슷해, 나는 갑자기 J가 보고싶어졌다. J가 코가 컸던가?

보고싶다, 고 생각하는 순간
아, 나는 J를 많이 좋아했나봐, 생각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가?
아무쪼록 단단히 살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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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9. 14. 23:03

산부인과 질병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한 남자가 올린 게시물을 보게됐다. 그는 아내의 팬티사진을 첨부해 사람들에게 묻고 있었다. 아내가 벗어둔 팬티를 보았다, 지저분하더라, 나는 아내가 의심되는데, 저 지저분한게 (다른)남자의 정액이냐, 고 그는 물었다. 밑에 댓글이 두개 달렸는데 둘다 그건 냉이라며, 아내분이 냉이 심한 것 같으니 산부인과 진찰을 받아보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처음 그 지저분한 속옷 사진을 보았을 때 내가 느낀건 혐오감이었다. 저걸, 저 은밀한 걸 이렇게 무방비상태에 보게됐다는 혐오감, 아내의 입장에서도 얼마나 화가 나고 부끄러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내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다한들, 내 속옷을 저렇게 사진 찍어 올리다니, 만약 나였다면 저런 놈과 함께 살았다는 게 너무 화딱지가 날거라고도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내 슬퍼졌다. '아내가 입던 속옷을 사진 찍어 올리는 건 옳지 않은 게 아닐까, 해서는 안되는 짓이 아닐까?'에 대한 고민보다 더 앞서서 그에겐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더 크게 자리 잡았던 거니까. 자신의 아내 속옷을, 자신의 아내가 모르게 세상 모두에게 보이며 아내의 정절을 확인해달라고 말해야 하는 그 남자의 그 절박함, 그것이 안타까웠다.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동정하고 연민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오만함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남자가 되게 아파보였다. 너무 아파서, 이건 안돼, 라는 생각이 더 뒤로 밀려나버린 것이 아닐까.

 

정액이 아니라고 사람들이 말해줘서 그의 마음은 편안해졌을까?

 

슬프다...

 

책이나 읽다 자야겠다. 물론 몇 장 읽지도 않은 채로 졸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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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9. 12. 09:55

-보쓰의 daughter 에게 있어서만큼은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쓰나 회사의 욕을 해서는 안된다는 개념에서가 아니라, 보쓰의 귀에 들어갔을 때 내게 실질적으로 피해가 올 지도 모를 일들에 대해서. 단적인 예를 들자면, 독서공감이 그렇다. 나는 회사 사람들 모두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보쓰의 daughter 이 똭- 이 회사에 들어오는 순간, 아, 이것은 몇몇에게만 이야기해야 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것이다. 책을 낸 게 부끄럽다거나 감추어야 할 것이어서가 아니라, 그 책을 읽고 내 블로그에 찾아오게 될까봐, 그게 두려워서. 내가 출근하자마자 그곳으로 달려가 글을 적는다는 걸, 근무와 근무外 시간에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CEO 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 물론 이 큰 회사의 높으신 분께서 한낱 자기 직원의 블로그에 뭐하러 오겠냐마는, 그 딸에 대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나쁜 의도에서가 아니라 좋은 의도에서 찾아왔다가, 혹여라도 식구들끼리 밥먹으면서, 그 왜 이과장 있잖아요, 블로그에 글을 쓰더라고요~, 라는 식으로 얘기됐다가는 내가 그곳에 글을 쓰는 게 자유롭지 못할테니.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그다지 많은 거름 장치를 갖고 싶지 않으니까.


사실 워드프레스에서 여기로 이사를 오게 된 것도 같은 이유다. 누군가를 의식해서 검열해야 한다는 게 상당히 피곤했던거다. 게다가 나랑 직접적 관련도 없는 사람인데. 써글- 


여튼, 

그러므로 회사의 몇몇 사람들에게는 독서공감의 존재에 대해 말하고, 그들이 책을 가져오면 내 이름도 적어주고, 읽은 사람들과는 이야기도 주고받고 하는 등의 이야기도 하긴 하지만, 철저하게 따님에게는 말하지 말아달라 이미 부탁한 바이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이 딸에게 말하고 싶어지는거다. 왜냐하면,

이 딸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듣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큰 흥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 딸의 입사이래로 나 역시 견제를 했었는데, 어떻게 책이나 영화 이야기를 나누며 추천을 하다보니 그걸 보기도 하고 보고나서 내게 말을 걸기도 하는거다. 그 영화 어땠어요? 이러이러한 점이 좋지 않던가요? 하는 식의 이야기가 가능한 사람이었던 거다. 대체적으로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읽는 책이나 극장을 찾아 보게 되는 영화들은 내가 관심있어하는 것과 거리가 멀고, 또 그 감상에 대해서도 '재미있다', '재미없다', '짜증난다' 등으로 그치는데, 이 딸은 그렇지 않은거다. 내가 원하는 식의 독후활동을 한달까. 이게 재미있고 좋아서 자꾸 추천해주고 빌려주게 되고, 그러다보니 또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 사람은 내가 자신에게 추천해주고 이야기를 하고 하는 것들을 무척 좋아하며 고마워하는 것이다. 과장님 덕분에 제 문화활동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요, 하면서 늘 감사해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 나랑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는 걸 내가 느낄 수가 있어서 나 역시 좋은거다. 그래서 지난번에 출근길에 까페에서 시나몬 롤을 먹으며 정신줄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던 것.


어제는 심리학 책에 대해 추천을 부탁하길래, 리스트를 만들어줬다. 물론 나는 심리학에 대해서는 젬병이고 잘 알지 못하며 또 네가 원하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정도를 추천하겠다, 며 몇 권 찾아서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서 그 책에 대한 정보와 리뷰들을 검색해 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니가 원하는 게 어떤건지 그런 걸 읽어보고 찾아보라' 고. 혹여나 내가 그 딸에게 너무 '난척' 하는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했는데 웬걸, 내 리스트를 받아든 그 딸은 무척 고맙다, 선물처럼 느껴진다며 내가 있어서 너무 든든하다는 거다. 그러자 또 울컥- 독서공감 얘기해줄까, 하는 생각이 든거다. 내 책을 누구보다 잘 읽어줄 것 같아서. 어쩐지 좋아할 것 같아....그러면서 말할까. 네 아빠에게는 절대 말해서는 안된다, 고?? 그 말을 ... 들을까? 


옆에서 보쓰와 그 자녀들과의 관계를 봤을 때, 비밀을 지킬 것 같은 자녀들이기는 하지만, 그건 역시 내 관점으로 본 것이니 믿을만한 게 아니다. 그러므로 어제 욱- 충동이 생긴 것을 나는 또 꾹- 눌러 참았다. 너무 친해지지 말자, 고 나를 다잡는다. 안돼. 나는 저이의 아빠를 싫어해. 그러나 그 아빠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 딸까지 싫어하란 법은 없으니, 딸은 딸 자체로 보아야 하고, 그러니 조금쯤 더 친해져도 되지 않을까, 하다가, 그래도 조심하자, 는 식으로 역시 결론이 나온다. 



- 다섯살 첫째 조카가 두살 둘째조카를 순간순간 얄미워하고 미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 동생을 밀치고 하는 행동들을 하지말라고 주의를 주게 되는데, 우리 아빠는 소리를 지른다. 그러지마! 라고. 하지마! 라고. 추석때 나는 집에 없었으므로 이 말을 전해듣기만 했는데, 오늘 아침에 어떻게 이 얘기가 나왔고, 엄마는 다섯살 애한테 소리좀 지르지 말라고 그건 나쁘다고 했다. 나는 옆에서 거들었다. 아빠, 걔 다섯살이야, 왜 소리를 질러. 라고. 아빠는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타일러야 한다 하셨고, 나는 여기에 또 빡쳐서 말했다.


그게 타이르는 거야? 소리지르는 거지?


한창 말 안들을 때인 아이를 이럴 때 잘못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는 아빠의 말에 나는 그건 아니라고, 다섯살 아이가 그 윽박지름에 무얼느끼겠냐고, 할아버지를 미워하는것 밖에 더하겠냐고 말했다. 아빠는 요즘 첫째조카가 안이쁘다고 했다. 당신을 미워한다며. 그래서 나는 말했다.


아빠같으면 아빠같은 할아버지가 좋겠어? 소리지르는데?


내가 자꾸 맞서니 아빠는 화가 났는가보다. 마음속으로는 본인이 잘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끝까지 우기시는거다. 나는 아침밥을 먹으며 결국 아빠에게 말했다.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 라고.


이 말에 아빠는 폭발하고 그만하라고 내게 말씀하셨다.




- 이렇게 아빠에게 폭발하는 경우가 종종있고 이런 얘기를 듣는 회사의 E 양은 내게 '과장님이 왜 보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것 같아요' 라고 했다. 말인즉슨, 나는 상대가 누구에게든 하고 싶은 말을 해야하는데, 보쓰에게는 그러지 못하고 참기만 한다는 것.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했다. 어제도 역시 보쓰는 사소한 일로 나를 빡치게 했고, 그렇기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일단 소리부터 지르지말고 상대의 말을 좀 들어, 결국 니가 잘못한건데 일단 상대한테 화내고 시작하지말란 말야!' 라고.


그러나 나는 보쓰에게 이 말을 하지 못했다. 울분이 쌓여간다. 너만 화낼줄 아냐고, 나도 화낼줄 안다고 말하고 싶다. 말도 안되는 일로 성질을 부리면 병신아 그만하라고 욕해주고 싶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채, 그저 네, 라고 한다. 알겠습니다, 라고 한다. 욕도 못하고 소리도 못지르면서 심지어 공손하기까지 하다. 씨발. 돈이 뭔지..


어제도 집에 가서 보쓰 욕을 하니 엄마가 '그래도 그 보쓰 때문에 니가 홍콩 갔다오지 않았니' 하는거다. 하아- 이게 무슨 막말이야. 나는 대꾸했다.


엄마, 그게 왜 보쓰 때문이야. 나 때문이지. 내가 보쓰를 참으며 내가 돈 벌었다고. 난 그 돈으로 간거야. 


엄마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알지만, 뭔가 '바로잡고싶다'는 욕망이 내게 있었던 것 같다.



- 출근길 지하철안에서 내가 아빠한테 너무 함부로 했나, 싶어졌다. E 양은 아빠한테 그런말 못한다고, 말을 잘 할 수 없다고 하던데. 어쩌면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 준 것 역시 우리 아빠가 내게 좋은 의미로, 제공한 게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엉뚱한 방향의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갑자기 또 울분이 쌓였다. 그 울분은 유민아빠에 대한 저쪽의 반응, 트윗에서 본 '추석민심'에 대한 조선일보의 기사 같은 것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순간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아, 왜이렇게 울분에 차지. 이거 생리전증후군인가보다. 우먼스 타이레놀을 먹자. 



출근하자마자 우먼스 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다. 



- '세월호 특별법 그만하라'는 추석민심이 대체 누구의 민심을 말한거냐 이 병신들아. 나한테 안물었잖냐, 그거 내 민심 아니다. 개똥같은 새끼들..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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