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알라딘 서재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교회는 내게 안좋은 기억만을 남겨준 곳이다. 교회를 몇 번 옮겼었지만 각 교회마다 안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엔 안좋은지 몰랐다 하더라도 돌이켜보니 '나한테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런 일들. 그 일은 개인적으로 목사님으로부터 일어난 일이기도 했고 집사님으로 부터 일어난 일이기도 했다. 교회안의 개인이기도 했고, 또한 그들이 집단으로서 행동하는 모습들을 내가 싫어하기도 했다. 여튼 이렇게 나는 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불신만 쌓인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나 기독교란 종교를 가진 사람들한테까지 다 불만이 있다거나 안좋은 시선으로 보진 않았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종교 바깥에서 괜찮은 사람들이란것 쯤은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한 개인이 어떤 집단에 들어가느냐는 아주 많은 걸 의미한다. 아직 학생의 신분으로 테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행동 자체가 옳다고 보여져서라기 보다는 그렇게 함으로써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 집단에 있다는 것은 행위 자체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슈가 되기 위해서,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본말이 전도된 행위를 하게 만드는 것은 집단의 잘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교회는 내게 이런 곳이었다. 나는 꼬맹이때부터 사춘기 시절 내내 교회를 다녔고, 열다섯살 때부터인가 교회에 발을 끊었다. 당시 교회에서 내 선생님이 내게 전화를 걸어 왜 교회에 나오지 않냐 물었을 때, 나는 내 목소리로 내가 아니라고 말했고, 결국 거짓말을 뽀롱났다.
너 **이 맞잖아, 하고.
결국 나는 네, 라고 해버렸는데, 여튼 그때부터 안갔다. 다 싫었다. 뭔가 펑- 폭발해버린 것 같은 기분. 나는 교회를 다녔던 시간들을 내 인생에서 통째로 들어내버리고 싶다. 아,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고,
그러다 몇해전에 시사인에서 '임영신'의 인터뷰를 보게됐었는데,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임영신은 교회에서 자신이 자신답게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전까지의 자신은 불안했는데 고등학생때부터인가 교회를 다니면서 사람들이 붙잡아주고 안정을 찾았다고, 그런 뉘앙스로 얘기했던 것 같다.
아, 검색해서 찾았다. 이거다.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9117
뭔가 뒤통수를 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충격이었다. 내게는 상처로만 얼룩진 집단인데 누군가에게는 따뜻하고 사랑을 알려준 곳이라니. 그제서야 아, 내 경험이 모두의 경험이라고는 할 수없지, 하는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내게 나쁘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나쁠 리는 없는건데.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이라니. 이게 당시로서는 꽤 충격이었다. 그래서 임영신의 책을 두권쯤 읽었나, 했다. 남은 한 권은 안읽고 그냥 중고샵에 팔았다능.. 뭔가 나랑 좀 잘 안맞아.. 여튼,
전남친하고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전남친은 역시 교회라는 곳,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족 구성원 중에 누군가가 꽤 의지를 하고 있다는 거였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바깥에서는 그들을 돕지 않았는데 교회 내에서는 그들이 설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그래서 그들 앞에서 교회에 대한 나쁜 생각을 입밖으로 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하는건 그 가족구성원들의 삶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말도 나는 되게 좋았다.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래, 내게는 엿같은 일만 잔뜩 안겨준 곳인데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끈이 되어주기도 하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그때 했다. 더불어 그 대화도 좋았다. 나는 그후에도 전남친에게 몇번 말했지만, 그를 만나면서 그 시간이 제일 좋았다. 순대국을 앞에 두고 교회와 가족 구성원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던 그 시간이.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대화 쪽에 많은 방점을 찍는 것 같다. 완벽한 건 대화로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곁길로 새자면, 포르노 영화를 볼 수 없는 게 바로 이런 이유인 것 같다. 스토리가 없고 대화가 없는 걸 내가 별로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전남친과의 관계에서도 그랬던 것 같다. 섹스도 좋았지만 결국 섹스는 흩어지고 남는건 그런 대화들뿐인 것 같다. 물론 모든 대화가 남는 게 아니라 어떤 대화들이 남는다. 깊이 침투하는 대화들이 그런것 같다. 영화 아바타를 보던 것과 같다. 아바타는 재미있지만 내게 침투할 대화가 없다. 그러니 극장을 나오면 금세 잊히는 영화가 되는데, [브로큰 잉글리쉬] 같은 영화는 오래 남는다. 그 안의 대화들이. 특히나 울던 여자를 달래주던 남자에 대해서 그런데, 옆에 있어줄까요 나갈까요, 를 묻던 남자가 아주 오래 남는다. 마지막에 프랑스의 지하철안에서 우연히 마주치던 장면 같은 것도.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러니까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왔냐고 묻던 남자와 그렇다고 대답하던 여자, 그런데 만나지 못해서 그냥 가려고 했던거냐고 다시 묻던 남자와 그렇다고 대답하던 여자. 내게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새로운 서사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둘 사이의 감정과 생각의 교류를 보여주는 것들이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