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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17 괌 여행 후 11
  2. 2015.02.17 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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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5.02.11 화니 6
  5. 2015.02.04 소주 10
  6. 2015.01.26 프라이버시와 냄새 8
  7. 2015.01.16 내리사랑 4
  8. 2015.01.16 출근 4
  9. 2015.01.14 생활기록부
  10. 2015.01.12 남동생과 나 2
2015. 2. 17. 11:35

- 가족끼리의 여행이 무조건 즐거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무조건 즐겁지는 않았다. 일단 첫날부터 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공항 내의 레스토랑부터 호텔로 들어가는 택시까지, 호텔안의 레스토랑에 이르러서는 '뭐야, 내 생각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 하고 부르르 떨었더랬다. 택시비에 전전긍긍하며 내 판단 착오를 자책했고, 가족들앞에서 내가 이것에 자책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둘째날. 렌트한 차량을 거침없이 운전해주는 남동생과, 우리가 선택한 리티디안 곶이 예상보다 아름다워서 가족 모두가 흥분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들었다. 해변도 마음에 들고 그곳에서 모두 '이런 곳은 처음이야' 라고 흥분한 그 순간들도 좋았다. 그 뒤로 우리가 선택한 장소들도 나쁘지 않았고, 우리는 '리티디안 곶' 만으로도 괌에 온 이유는 충분했다고 모두 만족해했다.


- 그러나 여행에서의 묘미는, 내가 먹고 싶은 걸 돈 아끼지 말고 맘껏 먹자는 데 있는데, 그걸 할 수가 없어서 일순간 스트레스를 받았더랬다. 아버지가 당뇨이시니 당연히 음식을 신경써야 하고 약도 챙겨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고작 2박3일인데 뭐 어떠랴 싶어 나는 레스토랑 혹은 메뉴까지 다 계획해두었던 것. 그러나 아버지는 음식에 신경쓰셨고, 메뉴들에 좀 예민해지셨던 터라, '아, 먹방찍는 걸 포기하고 아버지 위주로 맞춰야겠구나' 라고 결국은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정이 내게는 못내 아쉬웠고, 아버지가 잠깐 원망스러웠다가, 그렇지만 몸이 아파서 신경쓰겠다는 게 대체 그걸 어떻게 하지말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B 에게 얘기하니, 당뇨는 식단 조절을 하지 않으면 바로 그자리에서 쓰러질 수 있는데 아버지라고 왜 먹고 싶지 않았겠느냐, 그곳에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신경쓰신 건데, 그거야말로 니네 생각하고 당연했던 게 아니었느냐, 라는 말을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나의 모든 공감능력과 이해심은 세상 모두에게 잘 발휘되는데, 유독 아버지에게 인색하게 발휘되는 건 아닌가, 하고. 


- 음식의 메뉴들을 시키고, 물을 사마시고, 입장료를 내고 할 때마다 '이건 얼마냐'를 묻고 '아이구 비싸다' 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 때문에 결국 나는 '묻지 말고 먹어!' 라고 말해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운전에 일일이 훈수를 두는 아버지 때문에 결국 참지 못하고 남동생도 '그러지좀 말라'고 말해버리게 되고. 남동생과 나는 순간순간 '우리가 매일 오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이잖아' 하며 다독이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확- 치밀어 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 아버지는 본인이 통제하길 원하시고 식구들 모두가 당신의 말을 들어주기를 원하시는데, 낯선 나라와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낯선 언어들 속에서 그걸 뜻대로 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걸로 보였다. 일단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위화감을 느끼셨던 듯. 공항에 도착하고 호텔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그러니까 외국을 처음 나가보는 상황에다가 '택시기사와 대화하는' 중에 본인이 알아들을 수도, 끼어들을 수도 없다는 상황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셨던 것 같다. 



- 가난했던 어린 시절 탓인가, 아버지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남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번번이 싸우게 된다. 나도 음식을 남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지만, 배부른데도 '하나씩 먹고 치우자'라고 하는 마인드에는 도무지 동의할 수가 없는 것. 나는 계속 '배부르면 그만 먹고 남겨' 라고 말하고 아버지는 '아까우니까 하나씩만 더 먹고 치우자' 라고 한다. 그럼 또 나는 울컥 해서는 '음식은 아깝고 아빠 몸뚱아리는 안아까워?' 라고 톡 쏘고는 한다. 게다가 끼니때마다 모든 식구들이 모두 제 몫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모두가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신데, 내 나름으로는 그걸 아버지가 어릴 적에 식구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가난했고 형제가 많았던 집안의 다섯째였던 아버지는 배우지도 못했고 가진 것도 없었다. 그런참에 당신만의 '가족'이 생긴 것이고 그 가족이 '모두 다 함께' 해야 하는 건 굉장히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아버지는 어릴 적에도 친척들이 명절이라든가 행사가 있어 다같이 모이게 될때, 내가 다른 친척들, 이를테면 고모나 할머니등과 같이 가려고 하면 그걸 그렇게나 싫어하셨다. 꼭 당신이 데리고 다녀야만 하셨다. 


괌공항에서 출출했던 우리는 간단히 밥을 먹기로 했는데 소화가 잘 되지 않았던 엄마는 먹지 않겠다 하셨고, 아빠는 이에 또 버럭 하시며, 왜 네 몫을 시켜 먹지 않느냐, 라고 하셨다. 엄마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셨고 아빠는 '다같이 먹어서 다같이 배고픈데 당신은 왜 안고프냐' 라고 하셨는데, 하아- 여기에서 나는 또 스트레스를 받아가지고...뭔가 한마디 하려다가 꾹 참고 일단 메뉴들을 시켜서 음식을 가지고 왔다. 우동 국물이 싱거웠고, 엄마는 당뇨인 아버지에게 싱거운 음식이 좋다며, 굳이 이것좀 드셔보시라며 그릇을 아빠 자리로 옮기는데, 공항내의 스티로폼 일회용 그릇이라 무척 약해서 휘청였다. 그때는 나도 도무지 더 참을 수가 없어 말했다.


아,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데, 우리, 서로를 너무 생각하지 말자. 너무 생각하니까 오히려 화가 나잖아. 아빠는 엄마가 먹고 싶을 때 먹게 그냥 내버려두고, 엄마는 그냥 그릇 앞에 두고 아빠 먹고 싶으면 먹게 둬. 



- 애초에 목적은 처음으로 부모님 해외여행을 시켜드리는 것, 기내식을 드시게 하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드시게 하고, 좋은 숙박시설에서 모두 함께 지내는 것이었다. 다녀와서 부모님이 뿌듯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그리고 이 목적은 이루어졌다. 아버지는 괌에서 지내다 일정 시간이 지나니 당신이 영어를 하나도 하지 못한다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던 마음을 버리고, 우리가 자식새끼들 대학까지 가르쳐놨더니 외국에 와서 영어로 대화를 하네, 라며 결국은 감탄에 이르셨던 것. 니네 어쩜 그렇게 영어를 잘하냐, 언제 그렇게 영어를 배웠냐, 하셨던 거다. 우리가 했던 영어라고 해야 사실 별 거 없다. 이거 얼마냐, 네 명이다, 이 메뉴 줘라 등등. 기본적인 것들이었는데, 이게 아버지에게는 꽤 유창하게 보였던 것 같다. 


아버지는 낯선 환경을 싫어하시고, 이 여행도 달가워하지 않으셨더랬다. 나는 아버지의 그런 성향을 아주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다녀와서는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사진을 많이 찍으셨고 벌써부터 한국으로 돌아가 사람들을 만나 자랑할 생각에 신나하셨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갔다는 것, 자식들이 돈을 다 대주었다는 것, 아름다운 해변에 갔다는 것들을 자랑할 것이고 가장 크게는 '우리 자식 새끼들이 영어를 그렇게나 잘한다'는 걸 자랑하겠다 하셨다. 그 점이 몹시 흡족하다 하셨다. 나는 그 점에 크게 흡족했다. 이정도면 내가 원하는 바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 우리가 머물었던 숙소는 로비와 마트, 레스토랑 에서 와이파이가 되었으나 객실 내에서는 와이파이가 되지 않았다. 이 점은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와이파이가 되었다면 아마 남동생과 나 또 엄마까지 일정 시간을 혹은 많은 시간을 스맛폰을 들여다보며 지냈으리라. 그래, 이게 더 나았어, 함께 온 여행에서는. 이라고 모두 다같이 생각했다. 그러나 남동생과 내가 둘이서 마트를 간다거나 할때는, 서로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깐 와이파이 쓰고 갈까?


라고 하며 의자에 앉곤 했다. 그리고 잠깐동안의 시간이 흐르면 


이제 들어갈까?


하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가는 곳이 거의 해변이다 보니 실제로 인터넷을 쓸 시간은 별로 없었다. 인터넷이 되는 틈틈이, 나는 B 에게 연락을 했고, 나에게는 그게 중요했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와 B 가 '여행을 오롯이 즐기는 게 좋지 여행중에 다른 사람에게 연락하는 건 싫다'는 말을 듣고 되게 서운했다.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고, 또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내게는 '이 낯선 곳에 있으면서도 여기에 내가 있고 거기에 네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게 꽤 중요한데. 여행을 오롯이 즐긴다는 게, 단순히 여행지에서 먹고 자고 보고 하면서 '나를 둘러싸고 있었던 원래 장소의 사람들을 잊고 타지에 열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를 둘러싼 원래의 장소와 시간과 사람을 잊지 않고 타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내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는건데. 나는 나를 그렇게 확인하곤 했는데. 나 여기있어! 하면서. 나에게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안부가 아주 중요하고, 그렇게 내 안부도 전하고 싶은데. 그렇지만 싫다고 하니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걸 어제 막내랑 술먹던 중 얘기하니 막내가 그러더라.

"그런데요 과장님. 제 친구의 남자친구가 스페인에 가있는데요, 이십사시간 내내 연락한대요. 그래서 이새끼가 어디에 있는건지 모르겠다고, 귀찮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보다 낫지 않아요?"


아..웃었어......




- 가족을 포함하여 친구나 애인이라고 해도 '여행 궁합'이 맞기는 힘든 것 같다. 어떤 관계라도 여행을 함께하다 보면 틀어지기가 너무 쉬운 듯. 그러므로 '여행메이트'는 따로 만들어 두는게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익숙한 곳에서 함께 하는 것과 낯선 곳에서 함께 하는 건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내 가장 좋은 여행친구는 D 이고, 그러므로 포르투갈도 D 와 함께 당연히 가기로 했는데, 이번 괌 여행을 하면서 나는 남동생도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영어로 길을 물어야 할때마다 옆에 남동생이 있어서 되게 든든했다. 내가 이만큼 알아듣고 니가 이만큼 알아들어주면, 이걸로 충분하겠지, 하는 심정이 되어서 안도했달까. 많은 부분을 남동생에게 감사한다. 기꺼이 렌트해서 운전하겠다고 말해준 것도, 같이 들어줘 라고 말하면 옆에서 낯선 외국인의 말을 같이 들어준 것도. 심지어, 와이파이 잠깐 하고갈까? 라고 말했던 것까지. 얘는 진짜 최고다.



- 괌에 도착해서 낮은 건물들, 영어로 쓰여진 간판들, 양쪽으로 펼쳐진 나무길들, 어딜 가나 보이는 해변들 때문에 순간 확- 기분이 좋아지고 흥분이 됐었다. 홍콩 여행중에 잠깐 혼자만의 시간, 아무도 나를 모르고 나 역시 아무도 모르는 낯선 거리를 잠깐 걷는데 그때 갑자기 확- 흥분이 되는 거다. 그래, 이거야! 하면서. 그 기분을 괌에서도 또 느꼈다. 낯선 상황, 낯선 사람은 늘 두렵지만, 그러나 그 와중에 흥분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난 지금 전혀 다른 새로운 곳에 와있어!

특히 나는 영어권 나라에 갈때 그런걸 느끼는 것 같다. 맨하탄에 도착했을 때, 길바닥에서 소리 지르고 싶은 걸 얼마나 참았던가! 나는 아직도 대낮, 맨하탄에 도착해 여동생에게 전화하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 여행 내내 즐거웠던 건 아니지만, 목적한 바는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기를 잘했다는 것도. 두려워하시던 아버지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다음에 올때는' 이라고 자꾸 말씀하셨다. 하하하하하. 이제 아버지는 '다음'을 얘기한다. 

역시, 처음만 어려운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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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2. 17. 10:40

​동생 양치 시켜주는 누나 ㅋㅋㅋㅋ 아 이사진 너무 예뻐. 이쁜것들 ♡

타미는 일전에 부산 여행에서 나 양치할 때 자기가 해주겠다고 하며 양치 시켜준 적이 있다. 시켜준, 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군. 뭐라고 써야하지? 암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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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2. 12. 11:21

- 새로온 임원은 전직 교수였다. 교수를 그만두고 우리 회사로 와 임원을 하게 된건데, 말이 많다는 건 진작 얘기했고, 어휴, 진짜 잘난척 쩔어서 꼴도 보기가 싫다. '나같은 교수체질은' 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나는 '교수'라는 직업을 열망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목적 보다도 뭔가 '있어보이는' 것 같은 직업이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교수가 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나 그것은 사실 완전 거리가 머어어어어언 얘기라, 애인이나 남편이 교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응 내 남친 교수야, 뭐 이런거. 심드렁하게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누가 자기 배우자가 교수라고 하면 되게 부러웠었다. 뭐, 지금은 시들시들해져서 교수든 뭐든 별로 신경 안쓰고 그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이다'를 말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까. 아, 여튼 그게 아니고, 


며칠전 막내랑 다른 남직원이랑 이 새로온 임원이 같이 밥을 먹게 된거다. 그러다 막내에게 남친 있냐고 물어보았고, 있다고 했더니 그 뒤로 꼬치꼬치 캐묻더란다. 직업은 뭐냐 물어 남친의 직업을 대답했더니, 음 그럼 돈은 잘 벌겠군, 이라고 말한 뒤에 이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남들보다 두 배의 연봉을 벌기 때문에 결혼하고나서 한 번도 와이프한테 돈 벌어오라고 한 적이 없어.


아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뭐 이개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국 지 잘난척 할라고 물었구나 싶어 아주 짜증이 났다. 개잘난척. 그리고는 자기 아내가 바리스타 되고 싶다고 해서 일본 유학까지 보내줬다며 자랑자랑자랑질을..여튼 교수체질인 분이셔서 결국 다시 교수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출근시간 8시인데 그전에 직원들 출근시켜서 일 시작하기 전에 강의하고 있더라. 하아- 그 부서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좀전에는 막내가 화장실을 가는데, -여자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남자 화장실을 지나쳐야 한다-, 교수체질인 그 분께서 문을 열고 쉬를 하시더란다. 이긍... 이 나라는 애초에 너무 남자들을 오냐오냐 하고 그래가지고, 이것들이 아주 그냥 자라면서 뭘 감추고 뭘 내놔야 되는지 감을 잃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쉬를 하는 것도 그렇고, 화장실 나오면서 바지의 지퍼를 올리는 것도 그렇다. 어릴때부터 엄마들이 남자아가들은 길에서도 마구 쉬하게 하고 여자애들만 화장실 찾아 돌아다니게 해서 그래. 이놈의 나라. 암튼 교수체질도 오줌 앞에선 별 수 없군. 흥. 그놈의 교수체질. 




-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나서 조금, 아주 조금 감량을 했다. 감량하지 못한 것보다야 낫지만 이정도로 감량해서는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할 수가 없겠다 싶어 좀 위기의식 느껴지는데, 여튼 이 다이어트라는 걸 하면서 차츰 언제가, 무엇이 어려운지를 깨닫게 됐다. 나의 다이어트라는 게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강도 높은게 아니고, 그저 적당히 운동하고 술 마시고 싶으면 마시되 저녁에 탄수화물을 가급적 적게 섭취하자, 정도인데, 이게 그간 잘 지켜지다가 지지난주였나, 완전 다 망쳐버린 거다. 평소에는 먹으면서 내가 뭘 먹고 있는지, 얼마만큼 먹고 있는지가 인식이 됐는데 그때는 도무지 인식할 수가 없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릇을 비우고 그랬던 것. 이틀인가 사흘을 그렇게 정신 없이 먹으면서 곧이어 생리를 시작했는데, 그래서 그때 알았다, 아 생리전에 나 식욕이 절대 컨트럴이 안되는구나, 하고. 그래서 다음생리전에는 조금 더 정신을 차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는 술을 마셨는데, 술을 마실 때 신경쓰는 건 사실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다. 술을 천천히 마시면 내가 술과 안주 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오히려 긴장을 해서, 갈비를 먹든 삼겹살을 먹든 어떤 안주를 먹든 폭식하지 않을 수 있다. 어제도 나는 내가 폭식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중에 맥주를 많이 마셨지만...호가든 660ml...-, 물론 술을 안마셨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먹고 싶어 데질 지경이었으므로 먹었는데, 문제는 오늘 아침이었다. 와- 내가 오늘에 와서야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깨달은 건데, 술을 마시는 중에는 오히려 컨트럴이 된다. 문제는 다음날 이었던 거다. 회사로 출근하는 내내 캬라멜 마끼아또와 라면을 너무 먹고 싶어서 진짜 미쳐버리겠는거다. 그래서 이렇게 먹고 싶은데 참지 말고 마시자, 라고 했다가 퍼뜩 생각이 나는 거다. 내가 어제 술을 마셨다는 게. 뭐 그전날도 마시고 그 전전날도 마시고 그랬지만...어제는 본격적으로 마신 술이랄까. 그래서 참아보기로 했다. 내가 오늘 캬라멜마끼아또를 사서 마실지라도, 그걸 이 아침에 하지 말자, 라고. 지금 하면 어제의 과음에 지는 거다. 먹고 싶으면 점심 지나서 먹자, 라고. 과음으로 인한 다음날 마끼아또는 이겨내자, 라고. 이거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술 마실때마다 다음날 아침에 마실테고, 그러면 나는 또 술 마시면 자동적으로 마기아또 생각날테고... 뭔가 술이 다음날 스윗한걸 불러일으키고 그때 그대로 해주면 온몸이 그대로 다 흡수할 것 같다. 안돼. 술 마시고 살찌는 건 아마도 술 마시는 그 순간 때문이 아니라 다음날의 폭풍식욕 때문이 아닐까.


어제 나랑 같이 술을 마신 e 양은 집에 가서 너구리를 끓여 먹고 잤다고 한다. 그렇게 새벽 한 시에 잤다고. 이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라면이 먹고 싶어서 미쳐버릴 뻔했지만, 그러므로 점심에 라면을 먹지 않아야겠다고 새삼 다짐했다. 음주후 다음날의 폭풍 식욕에 내가 무너지지 않겠어!!



아, 근데 괌 가서 어떡하지.. 



- 내일 괌에 가는데, 남동생과 지도를 함께 보며 대충 동선을 짜놓았고 차량 렌트 예약도 마쳤으며, 인천공항에서 주차대행서비스 예약까지 마쳤다. 아무래도 인터넷이 필요할 것 같아, 고객센터에 전화해 데이터 약정을 해달라고 했다. 하루에 구천원짜리. 남동생이 필요하다면 테더링을 하면 되니까. 그런데 상담원 말이 '괌'이라면 약정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거다. 데이터 속도가 진짜 완전 엄청 느리다는 것. 그러니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돈만 날리는 셈이라며, 와이파이 되는 지역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걸 권장한단다. 괌은 진짜 엄청 느리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그렇다면 데이터 차단을 유지해달라고 했다. 내일 진행해야 할 보쓰 관련 업무도 있어, 좀전에 보쓰실에 들어가 여차저차하다 보고하고 그 일도 오늘 미리 해두어 속이 시원하다. 오늘은 가서 짐을 싸야한다. 지난번 통영 여행때 내가 폼클렌징을 빼먹고 갔던 게 생각나, 오늘 아침에 제일 먼저 폼클렌징을 챙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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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2. 11. 09:38

둘째들은 애초에 애교를 장착하고 태어나는 것 같다. 말도 못하는 것이 어찌나 애교가 많은지. 이때의 미모는 제 누나를 따라오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미안, 미모 비교해서;;), 예쁘다. 게다가 아주 잘 웃는다. 잘 웃고 방싯거리고 폭 안겨들곤 한다. 무장해제되는 기분이랄까. 그렇지만 고집도 무척 세서, 앞으로 제 누나와 많이 싸울 것 같다. 지금도 놀다가 타미가 한 대 때리면 어김없이 자기도 한 대 때린다. 야야야, 때리지마 이자식들아. 그렇게 말하고 돌이켜보니, 어릴 적의 나도 동생들과 치고받고 싸웠던 것 같다. 하핫. 


애교는 뭐, 배운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타고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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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2. 4. 11:12

- 초음파 검사결과 엄마는 갑상선암 일것 같다는 닥터의 진단을 받고 큰 병원으로 보내졌다. 큰 병원에서는 초음파 사진을 보고 또 촉진을 해본뒤, 암 인것 같네요, 라고 했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를 하자 했단다. 그 조직검사가 내일, 2월 5일이다.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고 또 수술후에도 사흘정도면 퇴원이 가능하다하니,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다른 게 아니라 이거라 다행이다, 라고. 그렇지만 물론, 암이라니, 아프지 않는 쪽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어떻게 이런게 왔을까. 왜 왔을까. 


어제는 엄마가 일어나니 허리가 아팠는데 고기를 안먹어서 그런것 같다며 내게 전화를 해서는 저녁에 삼겹살 먹으러 가자, 했다. 나는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그 전날, B 가 내게 물었던 게 생각났다. '어머님은 뭘 좋아하셔?' 하고 물었던 것. 나는 그때, '나' 라고 답했는데, 엄마는 정말 나를 좋아한다. 나랑 뭔가 하는 걸 좋아한다. 나랑 여행을 가고 싶어하고, 나랑 술을 마시고 싶어한다. 너가 혹시 오늘은 와인마시자고 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돼, 라고도 했다. 그래, 엄마랑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자. 나는 퇴근후에 엄마를 만나 둘이서 팔짱끼고 삼겹살집에 가 삼겹살을 먹고 소주를 마셨다. 수술하는 날, 혹여라도 아빠가 취직을 해서 병원에 못있게 되면 너가 와줄 수 있냐고 물으셔서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엄마 수술하는데 하루 연차내는 게 뭐 그리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사실 아빠 있으면 나는 굳이 수술하는 데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알겠다고 했다. 엄마는 내가 와주는 게 좋겠다고 했다. 어쩌면 암이 아닐 수도 있겠고, 그저 약물로 치료하는 걸 수도 있겠다. 암이라니, 아무리 치료 가능하다해도 싫다.



- 일전에 내 친구 미숙이는(응?) 나의 다른 친구 D 와 만나는 자리에서, D 에게 물었었다. '다락방님은 이십대때 어땠나요?' 라고. 미숙이는 내가 삼십대일때 만난 친구이고, 그러니 이십대부터 나를 알아온 친구인 D 에게 그렇게 물었던건데, 그때 D 의 대답은 사실 잘 기억나지 않고-별 말 안한것 같다-, 그 질문이 아주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었을까, 하고. 그 질문이 좋다는 말이다. 뭔가, 음, 나한테 관심이 있고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는, 그런 질문으로 느껴진달까.(사실은 D 와 미숙이가 처음 만나 공통된 화제가 나 밖에 없어서 나온 질문일 확률이 더 크지만ㅎㅎ)


그런데 B 의 질문이 또 그런 느낌을 줬다. 어머님은 뭐 좋아하셔? 라고 물었던 그 질문이. 본인의 어머님은 망고를 좋아하셔서 망고를 한 박스 사가지고 오면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신다는 그 말이, 좋았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내가 정말 그 질문이 좋아서 그 질문을 좋아하는 건지, 그가 좋으니 그 질문이 좋은건지는. 계속계속 생각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뭐, 그게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계속계속 생각해서 답을 찾지는 않겠다.



- 어제 엄마랑 술 마시다가 엄마가 M 교수님은 고소 당한거 어찌 되었나 물으셨다. 나는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전달될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리고 내 친구 정식이도 같은 사람한테 고소당해서 똑같은 과정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엄마 나는 내 친구 두 명이 그놈한테 고소당한 친구들이라는 게 너무 좋아. 뿌듯해.


고소 당했다는 사실보다, 그 놈이 고소를 해야하는, 그 상대쪽의 입장에 내 친구들이 서있다는 것이 막 좋았다. 역시 내 친구들이랄까. 후훗. 오늘은 정식이가 자신 역시 불기소 송치될 거라는 말을 해왔다. 후훗.





소주를 따라주고 싶은 마음은 진짜다. 이긍 멋진 친구들 같으니라고. 으흐흐흣.




- 친구 M 은 새로 사귀기 시작한 남자와 맥주와 소주를 마셨다는 얘길 해왔는데, 시작된 이 연애 바로 직전의 썸남이 술을 잘 못했던 걸 아는지라, 나는 술 마시는 남자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해주었다. 게다가 지금 만나는 남자는 외모에 대한 칭찬을 폭풍으로 해와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잘 된 일이다. 므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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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1. 26. 23:44

(피곤하므로 제목만 달고 내일쓰겠다.

그 내일이 됐다. 이제 써야지.)


- 매달 마지막 주에는 임원회의가 있다. 임원이니 당연히 나이 지긋한 분들이시고 전부 남자사람들이다. 매달 아홉명이 모이고 세달에 한 번은 열한명이 모이는데, 어제는 열한명이 모이는 날이었다. 그런데 아홉명이 모이든 열한명이 모이든, 참 신기한 것이, 그들이 나간 뒤 회의실을 정리하러 들어가면 엄청난 냄새가 난다는 거다. 하아- 대체 이 냄새의 정체는 뭘까? 진짜 구린 냄새라서 회의실 창문을 모두다 활짝 열어 놓는다. 오전에 회의하고 점심 때 나갔을 때도 그랬는데, 오후에 회의가 끝나 모두 나가고나니 냄새가 더 심해져있었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이고, 그러므로 매일 세수하고 머리도 감고 발도 닦을텐데, 대체 저 냄새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회의 끝나고 나서 막내랑 나랑, 기획실 남직원 둘이 회의실 정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넷 모두 훅- 했다. 이게 뭐여.. 하아- 회의때마다 진짜 미치겠다. 하아- 숨 막히는 냄새다.


남자 어른이 되면...저렇게 다들 모두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걸까? 누구도 예외없이 저렇게 되는걸까? 뭔가 '나중에 내 남자는 저렇게 되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관리 욕망 돋는다 진짜. ㅠㅠ 내 남동생한테도 일러줘야지. 청결,청결,청결하라고.



- B 랑 연락하는 사이가 되면서, 나와는 다른 점들이 무척 많아 번번이 놀라곤 했었는데, 그 화법에 있어서도 그랬다. 나의 경우는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게, 내가 친한 사이라고 해도 '너무 들이대지 않기' 였다. 혹여라도 상대에게 실례를 할까 늘 조심하고자 했고, 혹여라도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게 될까 늘 신경을 썼었다. 이건 아마도 누가 나한테 훅 들어오는 걸 경계하며 누가 내 프라이버시에 관여하게 되는 걸 끔찍하게 싫어했던 성향 탓일테다. 그래서 나는 친구든 연인이든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켜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고, 또 그렇게 살아왔으며 상대에게도 그걸 요구했었다. 또한 나는 나 외의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늘 신경을 써왔다.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혹여 묻는다면 직장인이다 혹은 아니다, 무슨 일을 한다 정도만 말했지, 이름 같은 걸 밝히는 것도 꺼려해왔다. 이름은, 내게는 다른 사람에게 그냥 막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왜 그런 기준을 두었냐고 하면 글쎄, 잘 모르겠지만, 암튼 나는 그랬다. 그런데 B 는 얘기하는 도중에 본인의 친구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면 너무나 거리낌없이 '내게' 친구의 이름을 말하는 거다. 이를테면, 동수는, 동숙이는, 하면서. 나는 이름을 들어도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또한 그들도 나를 모르고 나 역시 그들을 모르는데, 그렇게 상관 없는 사람에게 이름을 말한다는 것이 꽤 낯설었던 거다. 좀 충격적이기도 했다. 나는 뭐 딱히 기억력이 좋지 않아 그가 말한 친구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화법이 내게는 굉장히 특이했다. 한 번은 그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이름 얘기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그러자 그는 자신이 왜 이름을 얘기하는지를 내게 얘기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들으면서 아 이런 이유가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새삼 그는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이구나, 했었다.

그러고보니 정식이도 나에게 친구의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대화를 했었다. 기존에는 그걸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B 는 이런 식으로 대화하는구나, 라는 걸 인식하고나니 나중에 정식이도 그렇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 그러나 내게는 여전히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생소하고 낯설며 잘 되지 않는 일이다.  B 가 내게 사소한 많은 것들을 숨김 없이 말한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나 역시 그렇게 그를 대하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항상 말들을 해놓고서는 '내가 뭔가 어딘가에서 조심하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기에  B 에게 '늘 조심하겠다'는 식의 뉘앙스로 얘기를 했을 때, 그가 했던 말도 신선했다. 그는 내게 '조심 좀 하지마' 라고 했다. 그건 본인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할 때 조심하길 원했고, 내가 조심스레 대하는 걸 상대가 싫어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에게 조심 좀 하지 말라는 그의 말도 꽤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놀랍게도, 위안이 되기도 했다. 지나친 생각일지 모르지만, '조심하지 않아도 내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았달까.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아야겠다는 근본적인 생각은 같지만, 프라이버시의 기준 자체가 그와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도 아니고 어느 쪽이 더 낫다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와 대화할 때 나는 그의 기준이나 화법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그가 보여주는 만큼 나도 보여주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내 기준에서 조심할 것이다. 그렇지만 '조심하지 마' 라고 말했던 그의 말은 계속 기억할 것이다. 






히히. B 가 정기구독해준 시사IN 이 이번주에도 어김없이 왔다. 이히히히히 ^___________^

(저런 표지에 웃자니 좀 뜨악하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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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6. 10:03

누군가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을 때가 있다. 막 사랑이 내 안에서 폭발할 것 같을 때. 특히 여동생, 남동생, 타미에게 그렇다. 어제 아침엔가, 남동생이 내 방 화장대 의자에 앉아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데, 그걸 보는 게 너무 좋아서 가만히 무릎을 쓰담쓰담 해줬다. 사랑이 폭발할 것 같은 순간이었다. 여동생으로 부터는 전화가 왔다. 언니, 하면서 통화를 하는데 또 막 사랑이 폭발. 이들은 목소리를 듣고 또 만나고 할 때도 사랑이 폭발하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도 막 폭발할 것 같을 때가 있다. 타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타미가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시간들 중에 어느 한 때는, 툭, 하고 막 사랑이 터져버릴 것 같아진다. 확실히 사랑은 내리사랑인게, 엄마나 아빠에 대해 이런 미칠듯한 사랑을 느낄 때보다는 여동생과 남동생, 타미에게 느끼는 때가 훨씬 더 많다. 


엄마에 대해서라면 약간 애틋한 마음 같은게 있는데, 나랑 뭔가 먹고 마시고 외출하는 시간들을 원하고 좋아한다는 걸 몸소 느낄 때 그렇다. 어제는 그런 엄마가 참 애틋해서 내가 볼을 꼬집어줬다. 이긍 우리엄마, 하면서.


아빠에 대해서라면 뭐랄까, 약간 애증의 관계 같은건데, 나는 아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아빠는 나를 가장 어려워한다. 그래서 간혹 내가 보이는 애정이나 걱정 관심에 엄청난 기쁨을 표하시는데, 그걸 알기 때문에 간혹 짠한 마음이 되어 드물지만, 애정을 표현해주곤 한다. 사실 그래봤자 뭔가 다정한 말이나 액션 같은건 잘 안하는 편이고, 화장품 떨어진 거 사드리고 쌀국수 사발면 먹고 싶다 하시길래 주문해 드리고, 뭐 그런 게 전부이지만. 


암튼 가슴 폭발할 것 같은 사랑은 여동생과 남동생 타미에게 주로 나타난다. 막 뭔가 주체할 수 없는 사랑 같은 거다. 평생을 이들에게 저당잡혀 살아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 진짜 애정이 철철거린다. 열심히 돈을 벌어서 맛있는 것 예쁜 것 사주고 그러고 싶다.


일하고 있다가 갑자기 또 여동생 생각나면서 사랑이 터지길래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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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6. 08:44

아프다고 하루 쉬고 나왔더니 기분이 좋다. 너무 푹 쉬어서 그런가보다. 밥먹고 약먹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전화로 수다만 우라지게 떨고나니 컨디션도 괜찮아 졌고 아픈것도 덜하고 행복함까지 느껴졌다.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어제를 돌이켜보니 밥-약-침대-전화-밥-약-침대-전화-밥-약-침대-전화 이러다 하루가 다 가버린거다. 근데 이게 너무 좋은거야! >.< 조낸 행복함 ♡


암튼 내일은 통영에 놀러가는데, 오늘 아침 통영 멤버중 한 명과의 대화다.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변태 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오른쪽이 나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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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4. 09:34


어제 여동생이 뭔가 하다가 우연히 자기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보고는 찍어 보내준 사진이다. 여동생은 나랑 중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내가 3학년일 때 여동생은 1학년. 당시에 같은 날짜에 시험보고 같은 날짜에 성적표를 받아 집으로 돌아가 나란히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밖에 없었는데, 언제나 비교되는 성적표였지만 그렇다고 딱히 내가 거기에서 상처를 받았다거나 비교 당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보다 비교는 중3때 우리 담임이 했지. 


니 동생 이번에 1학년 들어왔는데 1등했더라? 라고. 


나는 동생이 1등한다는 게 좋았다. 나는 왜 그렇게 못할까 하고 스스로를 못난이로 여기는 마음같은 것 대신, 나는 자랑스러움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년 평균 석차로 전교 3등까지는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었는데, 내 여동생은 2학년때 학년 평균 석차가 전교2등이라 3학년때 등록금을 내지 않고 다녔다. 1등도 하고 3등도 하고 그랬었는데 평균을 내니 2등이었던 것. 졸업은 무려 전교 1등으로 했다. 학교 이사장상 받고 졸업 ㅋㅋㅋㅋㅋ 나랑은 아주 먼, 멀고도 먼, 머어어어언 얘기.


한 번은 내가 '나는 너가 공부 잘하고 전교에서 노는거 좋아. 자랑스러워' 라고 말했는데, 그러자 여동생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나도 언니를 자랑스러워 하고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하다 동생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학창시절 나는 너에게 한 번도 자랑스러운 적이 없구나. 


그렇지만 지금은 여동생이 나를 아주 많이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히히히히히.


어제 이 성적표를 보고 남동생은 여동생에게 말했다.

피도 눈물도 없군. 매력없어. 라고.

그 뒤에 이렇게 덧붙였다.

내꺼랑 똑같군. ㅋㅋㅋㅋㅋ


병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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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어제는 오랜만에 남동생과 둘이 일자산에 다녀왔다. 나는 혼자 가겠다고 하는데 계속 같이 가자고...여튼 그래서 오랜만에 둘이 함께 길을 나섰다.(응?) 그리고 걸으면서 뒤에서 나는 계속 궁시렁 거린다. 야 좀 천천히 걸어, 라고. 남동생은 빨리 걸어야 운동되지, 하고. 그렇게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남동생이 말했다.

 

- 내 여친은 허벅지가 누나 팔보다 얇어.

 

아니 이 뭐.... 그걸 왜 갑자기 나한테? 뭐 어쩌라고?

 

- 그걸 뭐 어쩌라고?

- 아니, 걱정이 되서 그래. 너무 말랐잖아.

- 야, 니 여친 걱정을 왜 내 앞에서 하냐?

 

그러자 남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 내 여친 앞에서는 누나 걱정할게. 그럼 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또 됐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 우리는 괌 여행에 대해 얘기한다.

 

- 나는 괌에 너랑 같이 가서 너무 안심돼.

- 왜?

- 너 잉글리시가 되잖아.

- 내가 괌에서 확실히 보여줄게. 영어를 얼마나 못하는지.

- .............

- .............

- 너 외국 바이어들하고 술도 마셨었잖아?

- 말은 안하고 고기만 먹었다.

- ..............

- .............

- 너 히어링은 그래도 좀 되잖아?

- 안되는데?

- ............

- ...........

 

말없이 걷다가 내가 말했다.

 

- 나만 믿어. 내가 다 할게.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이제 어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바디 랭귀지도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찮다,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동생은 회화 책이라도 사서 가져가자고 말하는데, 내가 스마트폰 데이터 로밍해가겠다고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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