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20. 08:49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웨이브를 주고 싶은 마음과 머리 감을 때 귀찮아서 잘라버리고 싶은 마음이 겁나게 싸우던 중, 토요일에 충동적으로 '자르자'로 결정 내렸다. 미장원에 가 차례를 기다리고 단발로 잘라주세요, 라며 내가 내민 사진은 [우리도 사랑일까?]의 미쉘 윌리암스 였는데, 그 머리는 끝에 컬을 넣은것 같다고 해서, 컬 넣지 않고 그럼 잘라주세요, 라고 했다. 사실 파마를 한다던가 코팅이나 염색등의 것들을 더 하고 싶긴 했는데, 미장원에 앉아있기가 너무 싫은 거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 그래서 그냥 단순히 컷만 하고 나왔다. 머리 감을때도 한결 편해졌지만 일단 어깨도 덜 무거워진 것 같다. 일전에 누군가 한의원에서 어깨가 무겁다고 했더니, 머리카락 무게도 상당하다며 머리카락을 자르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확실히 자르니까 가볍긴 하다. 머리숱이 많은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어깨 무거운 건 85프로가 가슴 때문이고 나머지가 머리카락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여튼 잘랐고, 주변 반응이 좋다. 이걸 어찌 관리하나 싶었는데, 의외로 드라이로 머리가 빨리 말려지고 고데기로 슥슥 빗어주니 뚝딱- 간단하다. 딱히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긴머리 웨이브(빅토리아 시크릿!!)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언젠가는 기필코 도전해보리라 싶다. 사실 이번에도 도전하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이 되면 머리 긴 걸 참을 수 없게 된다. 하아-


암튼 아래 사진은 오늘 출근후의 촬영샷.


아 뭔가 피부 뽀얘보이고 좋아보이는 거, 어플 탓이다. 그냥 아이폰 카메라로 찍으면 진짜 병맛으로 나와서 어쩔수 없이 이 어플에 중독된채로 살고 있다. 굳이 눈을 가린 이유는, 이 어플이 눈동자에 자꾸 써클을 그려줘서 실제보다 예쁘게 나오게 하는거다. -_-

피부 뽀샵해주고 다크 없애주고 이러는 건 다 좋은데, 아니, 눈동자에 써클은 그리지마, 제발 ㅠㅠ





바로 밑에 사진은 토요일 컷하고난 직후이다. 원장님이 드라이를 해줘서 머리빨이 확실히 달라.. 원장님이 드라이로 만져주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말했다. 전 드라이 못하는데 이제 어떡해요? 라고. 그러자 원장님은 '그러게요 내일부터 어쩌나요' 라고 하셨다. ㅋㅋㅋㅋ 너무 힘들면 그냥 파마 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고데기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짧은 머리를 좋아하는 B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이 머리를 예쁘다고 칭찬해줬는데, 나는 '남자 때문에 머리 자르는 여자' 캐릭터가 아닌데, 그런 캐릭터 짱 싫어하는데, 예쁘다고 칭찬 받으니까 나도 모르게 '더 짧게 자르고 싶다'라는 욕망이 생기더라. 아, 안돼안돼, 자아를 찾아. 굳건히 자아를 지켜. 내 자아, 나에게 있다. 남자 때문에 머리 자르는 여자가 되진 않을거야. 불끈!!



이 사진을 본 친구중 1인은 내게 '큰 타미 같다'고 했다. 나의 동생둘은 어처구니 없어 했는데, 오늘은 그럼에도불구하고 여동생이 아침에 채팅창으로 나를 이렇게 불렀다.


큰타미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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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4. 14. 14:24

​내가 내 책을 내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많은 이들의 축하와 격려로 몸둘 바를 몰랐을 때, 그때 출판사 대표님이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더랬다. '글로 덕을 많이 쌓으셔서 그래요' 라고. 하하하하하. 결국 내가 잘해서 그렇단 얘기.


문지영 번역가의 첫 번역 때 감사인사에 내 닉네임이 들어갔었는데, 이렇듯 또다른 번역 작품에는 탐희에 대한 인사까지 적히다니. 타미가 이 모든것의 의미를 알게 될 때, 이 이모를 자랑스러워 해줄까? 내가 선해서 그렇다. 내가 다 잘해서. 타미야, 이모가 잘나서 네가 아직 글도 깨우치지 못했을 때 이렇게 네 이름이 적힌 책을 받는단다. 알고 있니? 후훗.






까치가 물고 간 할머니의 기억

저자
상드라 푸아로 셰리프 글/문지영 역 지음
출판사
한겨레아이들 | 2015-03-30 출간
카테고리
아동
책소개
어여쁜 할머니가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있습니다. 화초에 물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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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4. 13. 09:34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2015_minumsa



뭐 이러한 게 있고, 저 '추천위원'이 되어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리뷰어'의 자격으로서인데, 뭐 딱히 추천 위원이 큰 역할이나 그런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뭔가 신경 쓰기도 싫어서 무심히 으응, 이러고 넘길랬는데, 메일을 쭉쭉 위로 올려가며 확인해보니, 오, 이 추천위원 해주면 사례금을 십만원...준단다. 읭? 이러면 또 내 생각이 달라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을 받는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더 큰 액수, 더 큰 금액을 받는다면 기분이 더 좋아지겠지만, 일단 내가 좋아서 하는 일로 인해 돈이 들어온다는 게 너무 좋은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이런 게 좀 더 생기고 내가 좀 더 큰 역할을 맡아서 떼돈 .. 벌고싶다. 응? 그러면 지금 하는 회사일을 때려치고 프리랜서가 되어 느즈막히 일어나 쳐묵쳐묵하는 게으른 삶을 살 수 있을텐데..... 뭐 그렇다는 거다. 여튼 이 메일을 받고 기분 좋아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뭘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기쁘다는 생각. 내가 좋아서 하는데, 그 일을 좀 잘하는 편이고, 그 일로 인해서 돈이 들어오다니. 크- 좋다. 멋져. 쓰담쓰담.  이게 다 그간 내가 성실한 리뷰어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움화화화화화화핫. 





지난주에는 한 주를 통틀어 컨디션이 계속 별로였던 것 같다. 그러다 주말 전에는 최악으로 치달았는데, 이 연애에 있어서 내가 그와 '핀트가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좀 끔찍한 기분이었는데, 그는 나 때문에 기분이 상했고, 나는 내 나름대로 마음이 안좋아서, 대화를 잠깐 멈추게 되고, 이 멈추어 있는 시간 동안 자꾸 머릿속에 '지금 핀트가 어긋났다'는 생각이 반복해 들었던 거다. 핀트가 어긋났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유쾌하지 않았다. 자꾸 우울해졌다. 토요일 오전 창원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서는 창밖만 봤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해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친구와 대화하기도 내키지 않는 기분. 다행이 같이 가는 D는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고, 창밖을 보던 내게 그가 메세지를 보내 우리는 멈췄던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서로 '주의할게' 와 '신경쓸게'를 말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몹시도 우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이거 못하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이걸 풀어야되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내가 보냈고, 그리고 그걸 풀자고 대화를 다시 하게 된 것도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연인들은 이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아득해졌다. 누군가와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저 좋아하는 마음으로만 되는 게 아니구나, 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 마음 에 더해서 다른 것들이, 이를 테면 관심과 배려와 행동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 깨달음은 조금 슬펐고, 그렇지만 나쁘지 않았다. 거쳐야했다. 깨달음은 깨달음의 특성상, 조금쯤은 슬픈 것이니까. 그 조금쯤의 슬픈 마음을 감당하고 나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니까.




안민고개에 가서 친구들과 양쪽 길가에 늘어선 벚꽃을 감상하며 돌아오는 차 안, 조용하게, 아주 조용하게 B 와 통화를 했다. 잠깐 통화를 하고 끊고서는 친구의 집으로 가, 돌아오는 길에 들러 마련한 안주들을 꺼내놓고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별로 대수롭지 않은 얘기들을 하며 깔깔대고 웃었다. 그러다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는 통화할 때 아직도 숨이 넘어가더라. 좋아서 숨이 막히더라.



맙소사. 숨이 넘어가다니. 숨이 넘어갈 정도라니. 나 .. 뭐야? 




(밑에 사진은 창원 남산공원에서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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