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7. 11:58

신형철의 신간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웠더랬다. 나는 《느낌의 공동체》를 읽고 무척 좋아서 《몰락의 에티카》도 준비해두고 있었고, 두 권 다 읽어본 사람들 말에 의하면 몰락 쪽이 훨씬 더 좋다는 게 아닌가. 해서, 책장에 읽지 않은 신형철의 책이 꽂혀 있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고 든든했다. 그의 글을 좋아했던 바, 간혹 경향신문에서 칼럼으로 그의 글을 만나면 나는 또 그게 그렇게나 좋은 것이었다. 이 사람이 우리 편이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니 그의 신간 소식에 얼마나 좋았을까.


언제 사지 언제 사지, 언제 사서 책장에 꽂아두지, 만 생각했던 참에, 나는 트윗에서 아래와 같은 사진 혹은 글들을 보게 됐다.





위의 사람들의 말처럼 이 글은 낭만적이다. '그녀를 정확히 사랑하는 일로 남은 생이 살아질 것이다' 라는 서문을 읽는 그의 여자는 대체 어떤 기분일까, 감히 상상만 해볼 뿐이다. 그러나, 이 글이 낭만적이고 혹여 진솔하다 느껴진다 해도 나는 그가,


시시해졌다.


정말로 시시해졌다.



에이 뭐야, 똑같네. 다른 남자들하고 똑같아, 하는 마음.



당연히 그는 다른 남자들과 똑같을 것이다. 다만 그의 직업이 글을 쓰는 것이었고, 그 글이 내 마음에 들었으므로, 나는 그를 특별한 위치로 끌어올려놓았던 것이다. 그가 '나는 달라' 라고 말한 게 아니라, 내가 '그는 달라' 하고 다른 위치에 놓았던 것 같다. 뭐랄까, 나의 개인적인 취향은, 자신의 사랑 혹은 연인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표현하는 것에 대해 딱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저 글들이 그에 대한 내 환상을 무너뜨렸다. 그가 결혼을 하든 연애를 하든 그거야 그의 사생활이지만, 정말 .. 특별함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책을 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사서 뭐하나 싶어지는 거다. 뭐, 이러다가 다시, 아니다 사야겠어,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저 사진 두 장 뿐만 아니라, 저 여자평론가의 트윗 프로필에 웨딩사진이 걸려있는 걸 보고 또 시시해졌다. 에이, 그냥 평범한 사람과 사랑하고 결혼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어. 별다를 게 없는 데 내가 기대했군, 하는데서 오는 실망감. 



만약 신형철이 이런 나를 안다면 '너 뭥믜,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실망할라면 하든지' 하고 아랑곳 않겠지만, 어쨌든 빠순이가 되려던 나의 마음은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그러고보면 나에겐 빠순이 기질이 거의 없는 듯 하다. 오히려 '빠'를 보면 좀 짜증내하는 스타일인듯. 내 팬심은 다른 사람들의 팬심에 비하면 한없이 얕은것 같다. 그렇지만 뭐, 크게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고.



여튼 내가 신형철에 대한 호감이 조금 식어버린 건, 신형철의 잘못은 아니다. 환상과 기대를 품은 내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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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10. 6. 11:07

ㅎㅎㅎㅎㅎ 어쩐일인지 무엇때문인지 어쨌든지간에 꿈에 현빈이 나왔다. 우린 학생이었고 늘 학교에서 만나는 사이인데, 현빈은 내가 늘 바라왔던 것처럼, 나의 소울메이트였던 것! 그는 쉬는 시간마다 내 교실앞으로 나를 찾아와 늘 나랑 이야기를 나누었던 거다. 이에 친구들은 부러워하였고 나도 막 좋아했는데, 문제가 있다면 나는 그를 소울메이트로 대하되, 남자로서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 크- 비극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그날은 복도를 물걸레로 청소하는 날이었다.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쉬는 시간인지 청소 시간인지, 나는 무릎 꿇고 앉아 두 손으로 물걸레를 쥐고 복도를 닦고 있었던 것(이 장면에선 어쩐지 신데렐라 생각이..). 그런데 뒤에서 청소 안하고 놀고 있던 친구가 내게 말했다. '야, 현빈 또온다' 라고. 그래서 고개를 들어보니 벌써 현빈이 내 앞에 와있었다. 그리고는 쭈그리고 앉아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는 씨익 웃는다. 아..좋아..


나도 물론 무척이나 좋았지만, 며칠전 친구 F 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났다. 현빈과 잤다고 내게 말한 것. 갑자기 그 생각이 나 무척 서운하고 속상한 가운데, 이런 식으로 계속 얘랑 친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하게 잘라내자! 그래서 나는 현빈에게 우리 절교하자, 라고 말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이 내가! 무려 현빈한테! 절교를!!!!!!!!!!!


현빈은 무슨 소리냐는 듯 내 말을 씹어 버리고 평상시처럼 내게 다정다정한데, 나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져 '절교하자고!' 라고 다시 말했다. 그제야 현빈의 얼굴이 굳어진다. 내 말이 진심임을 알았던 건데, 현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물었다.


"언제까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꿈속에서도 절교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나 멋진 남자라니..조낸 멋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렇지만 나는


"절교가 무슨 언제까지야, 영원한거지. 끝이라고."


답했다. 현빈은 정말 상처받은 얼굴이 되었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는 그런 현빈을 바라보며 뻥이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내가 어떻게 널 잃겠니, 싶어져서 아 씨양 뻥이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안돼, 이왕 뱉은 말, 하고는 다시 걸레질을 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데, 일어나는 현빈의 무릎이 보인다. 현빈은 일어나서 나를 향해 말했다.



알았어. 갈게.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는 너무 슬펐다. 그리고 싫었다. 앞으로 얘랑 친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슬픔이 쓰나미로 닥쳐와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지고, 결국 본능이 내 몸뚱아리를 덮쳐, 양손으로 이제 떠나려던 현빈의 다리를 감싸 안는다. 그러다 팔로 감싸 안고는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아니라고 울부짖었다. 친구하자고 내가 미쳤나보다고 이러면서....아.. 비극이야 ㅠㅠ 어떻게든 차가워진 현빈의 마음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에 현실에서라면 절대 하지 않을 다리 끄댕이 붙잡기를 실행한 것. 그러자 현빈은 다시 주저 앉아서는 알았다고 어디 한 번만 더 그런 소리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안그럴게 하고 끄덕이고는 쉬는 시간이 끝나 현빈은 자기네 반으로 돌아갔다.


하교후에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빨랫줄에 빨래를 널면서(이 장면은 마치 [상속자들]의 박신혜가 떠오른다..) 현빈을 생각했다. 그를 잃지 않아 다행이라고, 우리가 계속 친구라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지만, 내 친구랑 잤어...하는 생각에 또다시 슬퍼지는 거다. 걔는 성인 남자고 누구와도 잘 수 있는 권리가 있지, 나도 남자 생기면 현빈 두고 잘테니까 뭐, 그러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해, 라고 생각하다가 아니 그래도 내 친구랑 잤어, 내가 아니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면서 또 슬픔이 가득가득. 그런 채로 깼다. 호텔 조식을 먹기 위해 알람을 맞춰뒀던 것. 먹을 게 나를 구원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니깐.






그리고 돌을 맞아 가족사진 찍었다며 동생이 찍어준 나의 조카들 사진. 아...이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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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4. 9. 30. 19:56

건배! 불낙전골 입니다 ㅎㅎ



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