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홍색이나 연두색 부엉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비밀의 정원》을 주문해놓고, 토요일인 어제 배송받았다. 마침 블로그 이웃 ㅇ님으로부터 파버카스텔 색연필을 2만원 안쪽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인터넷 쇼핑몰도 알아놓은 터라 색연필을 사야 색칠을 하지, 하며 사이트를 들어갔는데, 하아- 아무리 그래도 2만원 가량의 돈을 주고 색연필을 구입하자니 너무 돈이 아까운 거다. 안되겠다. 문방구 가서 싸구려 사자. 파버카스텔은 무슨. 하고 동네 문구점을 찾았다. 나름 큰 곳이었고 아이들이 쓰는 색연필을 그곳에서 두어번 산 기억도 있어, 그런 색연필로도 충분히 24색이나 36색 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기대로 찾았는데 웬걸, 그런 색연필은 12색 밖에 없었다. 아..실망.. 마침 문구점엔 파버카스텔 36색도 팔더라. 그냥 이걸 살까, 하고 집어 들었더니 25,200원. 헉. 뭐..뭐..뭐야 너무 비싸다. 인터넷으로 주문하자.
라고 좀전까지도 몇 번이나 들락날락. 아, 책 괜히 샀나, 색연필이 나를 구속하네. 끙. 어제 피자도 2만원 넘는 가격에 샀고, 맥주도 2만원어치 샀는데, 하아, 책은 십만원 어치를 샀는데, 왜 그것들을 사는데는 팍팍 돈을 써놓고, 2만원짜리 색연필을 못사!!!!!!!!!!!!!!!! 아 짜증나..뭔가 끙끙대는 기분으로 스맛폰을 들여다보며 살까말까 하다가 피씨를 켰다. 그러다 11번가에서 배송비를 받지 않고 보내준다는 걸 알고 주문하기 눌러놓고 망설이는데 kb 카드로 결제하면 2천원 할인이라는 거다. 배송료 없이 16,620원에 주문해놓고 아, 그나마 싸게 샀다, 하다가 또 아..안샀으면 이 돈 안쓰는데..싶은 이 마음은 뭐지..3만원,4만원짜리 족발은 잘도 사먹는데 써글, 2만원짜리 색연필에 이렇게 전전긍긍이라니...
- 커피가 똑- 떨어졌고, 그러므로 커피를 주문해야 하는데, 아, 왜 항상 돈 없을 때 화장품이든 커피든 떨어지는 것이냐, 하다가, 아니 뭐 사실 돈 많을 때가 있기나 했던가 싶어 다시 피씨 앞에 앉았는데,
남동생이 공무원 준비할 때 친하게 지냈으며 지금까지도 엄청 친한 동네형 J 가 최근에 커피사업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싸이트를 물어 그곳에서 주문하기로 했다. 한때는 형 합격하면 우리누나 소개시켜 줄게요, 라는 말을 반복했었는데...그 형이 합격을 안해서 아직 나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응? ㅎㅎ
여튼 아무 커피나 한 번 시켜보자 하고 사이트 들어갔다가 히트 상품이라는 과테말라 커피를 주문하고 남동생에게 야 커피 주문했어, 라고 말했는데 남동생은 J 형에게 카톡을 하고, 형은 바로 전화를 걸어 집 앞으로 가져다주겠다는 거다. 나는 됐다, 번거롭게 뭘 그러나 걍 택배 보내라 해, 어차피 배송료도 낸건데 뭐, 했는데 굳이 가져다 준다니 받으러 가겠다는 거다. 그래서 뭐 그래라, 하면서 웃었다. 뭘 주문 하자마자 집앞까지 와 ㅎㅎ 나는 커피를 분쇄해서 달라고 했는데 그 형의 말인즉슨 커피를 갈아달라면 물론 갈아줄 수는 있지만 바로바로 갈아먹는 게 맛있다, 그라인더를 그냥 줄테니 갈아 먹는 건 어떻겠냐, 라고 하길래 뭐 그래 그러면 그라인더까지 다오, 내가 갈아먹어볼게, 했다. 그래서 지금 남동생은 커피 받으러 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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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오전에 일자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직장 동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다른 동료 몇은 저녁에 간다고 했는데, 나는 갈 수가 없어 대신 조의금을 부탁했다. 동료 아버지의 나이는 55세였고, 동료가 나랑 친했던 터라 기분이 착 가라앉았더랬다. 그 동료가 얼마나 슬플까, 를 떠나서 55세에 생을 마감하다니, 하는 그런 생각 때문에. 55세라면 사실 나보다 고작 15년정도 많을 뿐이다. 그런데 생을 마감하다니. 원래 병으로 앓고 계셨지만,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아마도 나는 직접적 관계가 없으므로 아예 관심이 없었다는 게 정확할텐데, 동료는 하루하루 짐작했었던건지는 모르겠다. 산을 오르면서,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아버지 생각도 났다. 지금 허리 아프시다고 했는데 얼른 병원 가서 검사도 좀 받고 치료에 좀 더 성실하게 임하라고 재차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실제로 집에 와서 그렇게 했다. 또한, 죽기전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지금도 딱히 뭔가를 참으며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가보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만나자, 는 생각을 한거다. 여러가지로 생각이 복잡했다.
- 둘째조카가 꼭 어제 태어난 지 일 년 되는 날이었다. 그래서 생각이 더 복잡했던 것 같다. 내가 장례식에 가지 못한 이유도 바로 이 아이의 돌이기 때문이었는데, 다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죽음의 자리에 갔다가 바로 태어난 지 일 년 된 아이의 생일 파티로 돌아오는 것이 영 내키질 않았던 것.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사라져갈 때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새로 태어나기도 하는 것이 삶이라는 거구나, 삶이란 것의 연속성은 그렇게 이어지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 어딘가에서는 누가 누군가를 잃었다고 울고 있을 때, 여기에서 나는 누군가의 태어남에 감사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 역할이 뒤바뀔지도 모르지만, 정반대의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게 인생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둘째 조카는 이제 제 힘으로 서고, 잘 웃는다. 먹는것도 제 엄마보다 잘 먹는다. 첫째 조카는 또 자랐다. 볼때마다 자란다.
산에서 돌아오는 길, 제과점에 들러 케익을 샀다.
- 잠이 안 올것을 각오하고 커피를 내렸다. 남동생이 방금 형으로부터 받아온 것. 그라인더를 통해 가는 커피의 향은 근사했지만, 역시 내 스타일은 아니다. 갈고 커피를 내리면서, 음, 다음부터는 그냥 분쇄해달라고 해야겠다, 고 생각했다. 나는 커피를 마시는 데 노동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