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양치 시켜주는 누나 ㅋㅋㅋㅋ 아 이사진 너무 예뻐. 이쁜것들 ♡
타미는 일전에 부산 여행에서 나 양치할 때 자기가 해주겠다고 하며 양치 시켜준 적이 있다. 시켜준, 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군. 뭐라고 써야하지? 암튼 그렇다.
- 새로온 임원은 전직 교수였다. 교수를 그만두고 우리 회사로 와 임원을 하게 된건데, 말이 많다는 건 진작 얘기했고, 어휴, 진짜 잘난척 쩔어서 꼴도 보기가 싫다. '나같은 교수체질은' 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나는 '교수'라는 직업을 열망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목적 보다도 뭔가 '있어보이는' 것 같은 직업이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교수가 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나 그것은 사실 완전 거리가 머어어어어언 얘기라, 애인이나 남편이 교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응 내 남친 교수야, 뭐 이런거. 심드렁하게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래서 누가 자기 배우자가 교수라고 하면 되게 부러웠었다. 뭐, 지금은 시들시들해져서 교수든 뭐든 별로 신경 안쓰고 그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이다'를 말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까. 아, 여튼 그게 아니고,
며칠전 막내랑 다른 남직원이랑 이 새로온 임원이 같이 밥을 먹게 된거다. 그러다 막내에게 남친 있냐고 물어보았고, 있다고 했더니 그 뒤로 꼬치꼬치 캐묻더란다. 직업은 뭐냐 물어 남친의 직업을 대답했더니, 음 그럼 돈은 잘 벌겠군, 이라고 말한 뒤에 이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남들보다 두 배의 연봉을 벌기 때문에 결혼하고나서 한 번도 와이프한테 돈 벌어오라고 한 적이 없어.
아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뭐 이개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국 지 잘난척 할라고 물었구나 싶어 아주 짜증이 났다. 개잘난척. 그리고는 자기 아내가 바리스타 되고 싶다고 해서 일본 유학까지 보내줬다며 자랑자랑자랑질을..여튼 교수체질인 분이셔서 결국 다시 교수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출근시간 8시인데 그전에 직원들 출근시켜서 일 시작하기 전에 강의하고 있더라. 하아- 그 부서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좀전에는 막내가 화장실을 가는데, -여자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남자 화장실을 지나쳐야 한다-, 교수체질인 그 분께서 문을 열고 쉬를 하시더란다. 이긍... 이 나라는 애초에 너무 남자들을 오냐오냐 하고 그래가지고, 이것들이 아주 그냥 자라면서 뭘 감추고 뭘 내놔야 되는지 감을 잃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쉬를 하는 것도 그렇고, 화장실 나오면서 바지의 지퍼를 올리는 것도 그렇다. 어릴때부터 엄마들이 남자아가들은 길에서도 마구 쉬하게 하고 여자애들만 화장실 찾아 돌아다니게 해서 그래. 이놈의 나라. 암튼 교수체질도 오줌 앞에선 별 수 없군. 흥. 그놈의 교수체질.
-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나서 조금, 아주 조금 감량을 했다. 감량하지 못한 것보다야 낫지만 이정도로 감량해서는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할 수가 없겠다 싶어 좀 위기의식 느껴지는데, 여튼 이 다이어트라는 걸 하면서 차츰 언제가, 무엇이 어려운지를 깨닫게 됐다. 나의 다이어트라는 게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강도 높은게 아니고, 그저 적당히 운동하고 술 마시고 싶으면 마시되 저녁에 탄수화물을 가급적 적게 섭취하자, 정도인데, 이게 그간 잘 지켜지다가 지지난주였나, 완전 다 망쳐버린 거다. 평소에는 먹으면서 내가 뭘 먹고 있는지, 얼마만큼 먹고 있는지가 인식이 됐는데 그때는 도무지 인식할 수가 없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릇을 비우고 그랬던 것. 이틀인가 사흘을 그렇게 정신 없이 먹으면서 곧이어 생리를 시작했는데, 그래서 그때 알았다, 아 생리전에 나 식욕이 절대 컨트럴이 안되는구나, 하고. 그래서 다음생리전에는 조금 더 정신을 차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는 술을 마셨는데, 술을 마실 때 신경쓰는 건 사실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다. 술을 천천히 마시면 내가 술과 안주 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오히려 긴장을 해서, 갈비를 먹든 삼겹살을 먹든 어떤 안주를 먹든 폭식하지 않을 수 있다. 어제도 나는 내가 폭식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중에 맥주를 많이 마셨지만...호가든 660ml...-, 물론 술을 안마셨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먹고 싶어 데질 지경이었으므로 먹었는데, 문제는 오늘 아침이었다. 와- 내가 오늘에 와서야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깨달은 건데, 술을 마시는 중에는 오히려 컨트럴이 된다. 문제는 다음날 이었던 거다. 회사로 출근하는 내내 캬라멜 마끼아또와 라면을 너무 먹고 싶어서 진짜 미쳐버리겠는거다. 그래서 이렇게 먹고 싶은데 참지 말고 마시자, 라고 했다가 퍼뜩 생각이 나는 거다. 내가 어제 술을 마셨다는 게. 뭐 그전날도 마시고 그 전전날도 마시고 그랬지만...어제는 본격적으로 마신 술이랄까. 그래서 참아보기로 했다. 내가 오늘 캬라멜마끼아또를 사서 마실지라도, 그걸 이 아침에 하지 말자, 라고. 지금 하면 어제의 과음에 지는 거다. 먹고 싶으면 점심 지나서 먹자, 라고. 과음으로 인한 다음날 마끼아또는 이겨내자, 라고. 이거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술 마실때마다 다음날 아침에 마실테고, 그러면 나는 또 술 마시면 자동적으로 마기아또 생각날테고... 뭔가 술이 다음날 스윗한걸 불러일으키고 그때 그대로 해주면 온몸이 그대로 다 흡수할 것 같다. 안돼. 술 마시고 살찌는 건 아마도 술 마시는 그 순간 때문이 아니라 다음날의 폭풍식욕 때문이 아닐까.
어제 나랑 같이 술을 마신 e 양은 집에 가서 너구리를 끓여 먹고 잤다고 한다. 그렇게 새벽 한 시에 잤다고. 이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라면이 먹고 싶어서 미쳐버릴 뻔했지만, 그러므로 점심에 라면을 먹지 않아야겠다고 새삼 다짐했다. 음주후 다음날의 폭풍 식욕에 내가 무너지지 않겠어!!
아, 근데 괌 가서 어떡하지..
- 내일 괌에 가는데, 남동생과 지도를 함께 보며 대충 동선을 짜놓았고 차량 렌트 예약도 마쳤으며, 인천공항에서 주차대행서비스 예약까지 마쳤다. 아무래도 인터넷이 필요할 것 같아, 고객센터에 전화해 데이터 약정을 해달라고 했다. 하루에 구천원짜리. 남동생이 필요하다면 테더링을 하면 되니까. 그런데 상담원 말이 '괌'이라면 약정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거다. 데이터 속도가 진짜 완전 엄청 느리다는 것. 그러니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돈만 날리는 셈이라며, 와이파이 되는 지역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걸 권장한단다. 괌은 진짜 엄청 느리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그렇다면 데이터 차단을 유지해달라고 했다. 내일 진행해야 할 보쓰 관련 업무도 있어, 좀전에 보쓰실에 들어가 여차저차하다 보고하고 그 일도 오늘 미리 해두어 속이 시원하다. 오늘은 가서 짐을 싸야한다. 지난번 통영 여행때 내가 폼클렌징을 빼먹고 갔던 게 생각나, 오늘 아침에 제일 먼저 폼클렌징을 챙겨 두었다.
시오리코 씨가 돌아보며 눈부신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산너머에 있는 아득한 바다를 바라보듯이.
"무서웠어요 ‥‥‥. 나도 언젠가 어머니처럼 멀리 떠날지도 모른다, 당신을 홀로 남겨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 때문에 답을 미루기만 했어요 ‥‥‥."
"네? 왜 날 두고 떠난다는 겁니까?"
어머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르지만 왜 그런 일로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데리고 떠난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이미 내 마음은 정해져있다.
"네? 다이스케 군도 알잖아요, 우리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10년 전에 홀연히 떠난 뒤로 얼마 전까지 연락조차 ‥‥‥."
"그게 아니라, 나도 같이 가면 되잖아요."
그녀는 놀란 듯 입을 떡 벌렸다. 이토록 멍한 표정을 짓는 건 처음봤다.
내 말이 그렇게 이상했나? 아니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건가?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시오리코 씨가 쫓고 싶을 만큼 재밌는 일이라면 나한테도 분명 재밌는 일일 겁니다. 그리고 어디 있어도 어차피 고서점을 할 거잖아요. 그럼 일손이 필요할 테고, 나도 공부가 되니가 좋고. ‥‥‥ 그럼 안 됩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지만 반응이 없는 걸 보니 걱정이 됐다.
"아, 뭐, 아무것도 모르는 나 같은 놈하고는 같이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 꼭 따라가겠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시오리카 싫지 않으면 ‥‥‥."
순간 시오리코 씨는 지팡이를 짚지 않은 쪽 손을 나에게 뻗었다. 그녀의 손이 내 앞치마를 붙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리고 자신도 몸을 내밀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싫기는요 ‥‥‥. 그럴 리 없잖아요 ‥‥‥." (p.302-304)
뭔가 좋으면서 싫다. 나는 나만 생각하는데, 우리가 둘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좋고, 그런데 그때도 과연 둘이 가는게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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