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6. 08:44

아프다고 하루 쉬고 나왔더니 기분이 좋다. 너무 푹 쉬어서 그런가보다. 밥먹고 약먹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전화로 수다만 우라지게 떨고나니 컨디션도 괜찮아 졌고 아픈것도 덜하고 행복함까지 느껴졌다.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어제를 돌이켜보니 밥-약-침대-전화-밥-약-침대-전화-밥-약-침대-전화 이러다 하루가 다 가버린거다. 근데 이게 너무 좋은거야! >.< 조낸 행복함 ♡


암튼 내일은 통영에 놀러가는데, 오늘 아침 통영 멤버중 한 명과의 대화다.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변태 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오른쪽이 나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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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
2015. 1. 14. 10:26

첫 

 

내가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당신의 첫,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그건 내가 모르지.
당신의 잠든 얼굴 속에서 슬며시 스며 나오는 당신의 첫.
당신이 여기 올 때 거기에서 가져온 것. 
나는 당신의 첫을 끊어버리고 싶어.
나는 당신의 얼굴, 그 속의 무엇을 질투하지?
무엇이 무엇인데? 그건 나도 모르지.
아마도 당신을 만든 당신 어머니의 첫 젖 같은 것.
그런 성분으로 만들어진 당신의 첫. 

 

당신은 사진첩을 열고 당신의 첫을 본다. 아마도
사진 속 첫이 당신을 생각한다. 생각한다고 생각한
다. 당신의 사랑하는 첫은 사진 속에 숨어 있는데,
당신의 손목은 이제 컴퓨터 자판의 벌판 위로 기차를
띄우고 첫, 첫, 첫, 첫, 기차의 칸칸을 더듬는다. 당
신의 첫. 어디에 숨어 있을까? 그 옛날 당신 몸속으
로 뿜어지던 엄마 젖으로 만든 수증기처럼 수줍고 더
운 첫. 뭉클뭉클 전율하며 당신 몸이 되던 첫. 첫을
만난 당신에겐 노을 속으로 기러기 때 지나갈 때 같
은 간지러움. 지금 당신이 나에게 작별의 편지를 쓰
고 있으므로, 당신의 첫은 살며시 웃고 있을까? 사진
속에서 더 열심히 당신을 생각하고 있을까? 엄마 뱃
속에 몸을 웅크리고 매달려 가던 당신의 무서운 첫
고독이여. 그 고독을 나누어 먹던 첫사랑이여. 세상
의 모든 첫 가슴엔 칼이 들어 있다. 첫처럼 매정한
것이 또 있을까. 첫은 항상 잘라버린다. 첫은 항상
죽는다. 첫이라고 부르는 순간 죽는다. 첫이 끊고 달
아난 당신의 입술 한 점. 첫. 첫. 첫. 첫.  자판의 레
일 위를 몸도 없이 혼자 달려가는 당신의 손목 두 개,
당신의 첫과 당신. 뿌연 달밤에 모가지가 두 개인 개
한 마리가 울부짖으며, 달려가며 찾고 있는 것, 잊어
버린 줄도 모르면서 잊어버린 것. 죽었다. 당신의 첫
은 죽었다. 당신의 관자놀이에 아직도 파닥이는 첫. 

 

당신의 첫, 나의 첫,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첫.
오늘 밤 처음 만난 것처럼 당신에게 다가가서
나는 첫을 잃었어요 당신도 그런가요 그럼 손 잡
고 뽀뽀라도?
그렇게 말할까요? 

 

그리고 그때 당신의 첫은 끝, 꽃, 꺼억.
죽었다. 주 긋 다. 주깄다.
그렇게 말해줄까요? 




당신의 첫

저자
김혜순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8-03-2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김혜순의 아홉 번째 시집『당신의 첫』. 시인은 80년대 이후 한...
가격비교


테레자 같다.




Posted by ssabine
2015. 1. 14. 09:34


어제 여동생이 뭔가 하다가 우연히 자기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보고는 찍어 보내준 사진이다. 여동생은 나랑 중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내가 3학년일 때 여동생은 1학년. 당시에 같은 날짜에 시험보고 같은 날짜에 성적표를 받아 집으로 돌아가 나란히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밖에 없었는데, 언제나 비교되는 성적표였지만 그렇다고 딱히 내가 거기에서 상처를 받았다거나 비교 당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보다 비교는 중3때 우리 담임이 했지. 


니 동생 이번에 1학년 들어왔는데 1등했더라? 라고. 


나는 동생이 1등한다는 게 좋았다. 나는 왜 그렇게 못할까 하고 스스로를 못난이로 여기는 마음같은 것 대신, 나는 자랑스러움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년 평균 석차로 전교 3등까지는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었는데, 내 여동생은 2학년때 학년 평균 석차가 전교2등이라 3학년때 등록금을 내지 않고 다녔다. 1등도 하고 3등도 하고 그랬었는데 평균을 내니 2등이었던 것. 졸업은 무려 전교 1등으로 했다. 학교 이사장상 받고 졸업 ㅋㅋㅋㅋㅋ 나랑은 아주 먼, 멀고도 먼, 머어어어언 얘기.


한 번은 내가 '나는 너가 공부 잘하고 전교에서 노는거 좋아. 자랑스러워' 라고 말했는데, 그러자 여동생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나도 언니를 자랑스러워 하고 싶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하다 동생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학창시절 나는 너에게 한 번도 자랑스러운 적이 없구나. 


그렇지만 지금은 여동생이 나를 아주 많이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히히히히히.


어제 이 성적표를 보고 남동생은 여동생에게 말했다.

피도 눈물도 없군. 매력없어. 라고.

그 뒤에 이렇게 덧붙였다.

내꺼랑 똑같군. ㅋㅋㅋㅋㅋ


병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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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sab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