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다음에 쓰기로 한다. 까먹을까봐 적어둔다.
(피곤하므로 제목만 달고 내일쓰겠다.
그 내일이 됐다. 이제 써야지.)
- 매달 마지막 주에는 임원회의가 있다. 임원이니 당연히 나이 지긋한 분들이시고 전부 남자사람들이다. 매달 아홉명이 모이고 세달에 한 번은 열한명이 모이는데, 어제는 열한명이 모이는 날이었다. 그런데 아홉명이 모이든 열한명이 모이든, 참 신기한 것이, 그들이 나간 뒤 회의실을 정리하러 들어가면 엄청난 냄새가 난다는 거다. 하아- 대체 이 냄새의 정체는 뭘까? 진짜 구린 냄새라서 회의실 창문을 모두다 활짝 열어 놓는다. 오전에 회의하고 점심 때 나갔을 때도 그랬는데, 오후에 회의가 끝나 모두 나가고나니 냄새가 더 심해져있었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이고, 그러므로 매일 세수하고 머리도 감고 발도 닦을텐데, 대체 저 냄새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회의 끝나고 나서 막내랑 나랑, 기획실 남직원 둘이 회의실 정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넷 모두 훅- 했다. 이게 뭐여.. 하아- 회의때마다 진짜 미치겠다. 하아- 숨 막히는 냄새다.
남자 어른이 되면...저렇게 다들 모두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걸까? 누구도 예외없이 저렇게 되는걸까? 뭔가 '나중에 내 남자는 저렇게 되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관리 욕망 돋는다 진짜. ㅠㅠ 내 남동생한테도 일러줘야지. 청결,청결,청결하라고.
- B 랑 연락하는 사이가 되면서, 나와는 다른 점들이 무척 많아 번번이 놀라곤 했었는데, 그 화법에 있어서도 그랬다. 나의 경우는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게, 내가 친한 사이라고 해도 '너무 들이대지 않기' 였다. 혹여라도 상대에게 실례를 할까 늘 조심하고자 했고, 혹여라도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게 될까 늘 신경을 썼었다. 이건 아마도 누가 나한테 훅 들어오는 걸 경계하며 누가 내 프라이버시에 관여하게 되는 걸 끔찍하게 싫어했던 성향 탓일테다. 그래서 나는 친구든 연인이든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켜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고, 또 그렇게 살아왔으며 상대에게도 그걸 요구했었다. 또한 나는 나 외의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늘 신경을 써왔다.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혹여 묻는다면 직장인이다 혹은 아니다, 무슨 일을 한다 정도만 말했지, 이름 같은 걸 밝히는 것도 꺼려해왔다. 이름은, 내게는 다른 사람에게 그냥 막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왜 그런 기준을 두었냐고 하면 글쎄, 잘 모르겠지만, 암튼 나는 그랬다. 그런데 B 는 얘기하는 도중에 본인의 친구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면 너무나 거리낌없이 '내게' 친구의 이름을 말하는 거다. 이를테면, 동수는, 동숙이는, 하면서. 나는 이름을 들어도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또한 그들도 나를 모르고 나 역시 그들을 모르는데, 그렇게 상관 없는 사람에게 이름을 말한다는 것이 꽤 낯설었던 거다. 좀 충격적이기도 했다. 나는 뭐 딱히 기억력이 좋지 않아 그가 말한 친구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화법이 내게는 굉장히 특이했다. 한 번은 그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이름 얘기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그러자 그는 자신이 왜 이름을 얘기하는지를 내게 얘기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들으면서 아 이런 이유가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새삼 그는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이구나, 했었다.
그러고보니 정식이도 나에게 친구의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대화를 했었다. 기존에는 그걸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B 는 이런 식으로 대화하는구나, 라는 걸 인식하고나니 나중에 정식이도 그렇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 그러나 내게는 여전히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생소하고 낯설며 잘 되지 않는 일이다. B 가 내게 사소한 많은 것들을 숨김 없이 말한다는 걸 알고 있으므로, 나 역시 그렇게 그를 대하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항상 말들을 해놓고서는 '내가 뭔가 어딘가에서 조심하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기에 B 에게 '늘 조심하겠다'는 식의 뉘앙스로 얘기를 했을 때, 그가 했던 말도 신선했다. 그는 내게 '조심 좀 하지마' 라고 했다. 그건 본인에 대한 것이었는데,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할 때 조심하길 원했고, 내가 조심스레 대하는 걸 상대가 싫어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에게 조심 좀 하지 말라는 그의 말도 꽤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놀랍게도, 위안이 되기도 했다. 지나친 생각일지 모르지만, '조심하지 않아도 내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 같았달까.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아야겠다는 근본적인 생각은 같지만, 프라이버시의 기준 자체가 그와는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도 아니고 어느 쪽이 더 낫다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와 대화할 때 나는 그의 기준이나 화법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그가 보여주는 만큼 나도 보여주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나는 내 기준에서 조심할 것이다. 그렇지만 '조심하지 마' 라고 말했던 그의 말은 계속 기억할 것이다.
히히. B 가 정기구독해준 시사IN 이 이번주에도 어김없이 왔다. 이히히히히 ^___________^
(저런 표지에 웃자니 좀 뜨악하구먼.)
누군가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을 때가 있다. 막 사랑이 내 안에서 폭발할 것 같을 때. 특히 여동생, 남동생, 타미에게 그렇다. 어제 아침엔가, 남동생이 내 방 화장대 의자에 앉아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는 데, 그걸 보는 게 너무 좋아서 가만히 무릎을 쓰담쓰담 해줬다. 사랑이 폭발할 것 같은 순간이었다. 여동생으로 부터는 전화가 왔다. 언니, 하면서 통화를 하는데 또 막 사랑이 폭발. 이들은 목소리를 듣고 또 만나고 할 때도 사랑이 폭발하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도 막 폭발할 것 같을 때가 있다. 타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타미가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시간들 중에 어느 한 때는, 툭, 하고 막 사랑이 터져버릴 것 같아진다. 확실히 사랑은 내리사랑인게, 엄마나 아빠에 대해 이런 미칠듯한 사랑을 느낄 때보다는 여동생과 남동생, 타미에게 느끼는 때가 훨씬 더 많다.
엄마에 대해서라면 약간 애틋한 마음 같은게 있는데, 나랑 뭔가 먹고 마시고 외출하는 시간들을 원하고 좋아한다는 걸 몸소 느낄 때 그렇다. 어제는 그런 엄마가 참 애틋해서 내가 볼을 꼬집어줬다. 이긍 우리엄마, 하면서.
아빠에 대해서라면 뭐랄까, 약간 애증의 관계 같은건데, 나는 아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아빠는 나를 가장 어려워한다. 그래서 간혹 내가 보이는 애정이나 걱정 관심에 엄청난 기쁨을 표하시는데, 그걸 알기 때문에 간혹 짠한 마음이 되어 드물지만, 애정을 표현해주곤 한다. 사실 그래봤자 뭔가 다정한 말이나 액션 같은건 잘 안하는 편이고, 화장품 떨어진 거 사드리고 쌀국수 사발면 먹고 싶다 하시길래 주문해 드리고, 뭐 그런 게 전부이지만.
암튼 가슴 폭발할 것 같은 사랑은 여동생과 남동생 타미에게 주로 나타난다. 막 뭔가 주체할 수 없는 사랑 같은 거다. 평생을 이들에게 저당잡혀 살아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 진짜 애정이 철철거린다. 열심히 돈을 벌어서 맛있는 것 예쁜 것 사주고 그러고 싶다.
일하고 있다가 갑자기 또 여동생 생각나면서 사랑이 터지길래 일기를 쓴다.